늘어나는 ‘회전교차로’, 현황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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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회전교차로’, 현황과 과제
  • 곽재옥 기자 jokwak@naver.com
  • 승인 2014.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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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된 교통체계인가, 사고 유발체계인가


‘통행방식 인식부재’가 사고다발 원인
적극적 홍보․면밀한 사전점검 이뤄져야
교차로 통과 시 ‘서행·양보·방향지시등’ 필수




최근 동그란 화살표 모양의 교통안내표지판이 자주 눈에 띈다. 이는 전방에 ‘회전교차로’가 있음을 알리는 표식이다. 정부는 ‘교통운영체계 선진화방안’의 일환으로 회전교차로를 전국에 확대설치토록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회전교차로를 설치한 지역에서는 그 실질적 효과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과연 회전교차로란 무엇이며,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오히려 사고의 원흉?=부산의 한 도로에서는 설치 6개월이 지난 회전교차로에서 차량끼리의 접촉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 운전자들의 원성이 높다. 교차로 안을 회전하는 차량들이 교차로 내에 진입하는 차량들 앞에서 급작스럽게 멈춰 뒤차가 와 들이받는 사례가 자주 일어나는 것이다.

또 전라북도 고창에서도 얼마 전 개통한 아산~무장 간 국지도 15호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아산면 성기마을 앞 회전교차로에서는 과속으로 달려오던 차량들이 과속방지턱을 그대로 통과한 후 원형교통섬을 넘어 중앙 분리대를 들이박거나 도로 옆 밭에 추락하는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이처럼 일부 지역에서 교통사고 등 부작용이 잇따르면서 전국적으로 확대설치 중인 회전교차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불거지고 있다. 교통체증과 사고감소를 목적으로 도입된 새로운 형태의 교차로가 오히려 운전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하고, 교통사고를 부추기는 원인이 된다는 것.

그러면 왜 회전교차로가 현대식 선진 교통운영체계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일까.

▲무엇이 다른가?=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교통선진국들은 이미 이 회전교차로가 성숙한 교통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1970년대 영국이 첫 도입한 이래 현재 전 세계적으로 5만여 곳에 운영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회전교차로가 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신호교차로와는 구분되는 회전교차로만의 장점 때문이다.

회전교차로(Roundabouts)는 일반 신호교차로와 달리 별도의 신호 없이 원형의 교통섬을 중심으로 차량들이 도로의 흐름에 따라 원을 그리며 이동하는 방식이다. 원형의 교통섬을 우회하려면 차량이 자연스럽게 서행을 하기 때문에 기존 신호교차로 대비 교통사고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고, 신호대기 시간이 없어 불필요한 공회전으로 인한 연료소모와 배기가스 배출을 절감할 수 있는 선진화된 모델로 알려져 있다.

또한 회전교차로는 자연재난으로 도로교통망의 신호체계가 전국적으로 마비되더라도 교통흐름에 장해가 되지 않는다는 장점을 지닌다. 이는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을 겪은 일본이 이 서구식 교차로에 관심을 쏟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지진 직후 일본은 전국의 신호등이 마비돼 경찰관들이 수신호를 펼치는 상황을 경험했다.

그뿐 아니라 회전교차로는 소통이나 안전 이외에 유지·관리 및 교통환경 측면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다. 별도의 신호시설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신호운영이나 유지·관리에 따른 비용이 들지 않고, 중앙의 교통섬을 조경시설로 이용해 도시미관을 증진시키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이러한 회전교차로의 장점은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시범운영과 분석을 통해 그 효과가 속속 입증되고 있다.

얼마 전 서울시가 시내 13개소에 설치된 회전교차로 일부를 대상으로 설치 전·후 각 1주일간 교통상황을 분석한 결과, 지체도가 55% 줄고 통행속도가 121%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통사고 발생건수를 66.7%, 인명피해를 77.8% 감소시키는 획기적 성과를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표 참조>.





▲성공적으로 운영하려면=그렇다면 이렇게 다양한 장점과 실질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이미 설치된 회전교차로 곳곳에서 사고소식이 잇따르는 이유는 뭘까?

이들 교통사고의 대부분은 아직은 회전교차로에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들이 교차로 내의 통행방법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실제 상당수 운전자들은 회전교차로와 로터리(교통서클)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끼어들기’를 우선시하는 로터리와 반대로 회전교차로는 이미 교차로 내에 진입해 있는 차량을 우선시하는 것이 특징이나 이 사실을 아는 운전자들이 많지 않다.

이에 대해 적절한 홍보가 이뤄지지 않는 점도 사고를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지자체들은 새로운 교통체계를 운영함에 있어 ‘회전차량이 우선’이라는 중요한 원칙을 달랑 교차로 인근 현수막을 통해 알리고 있는 실정이어서 이를 미처 확인하지 못한 운전자들이 당혹스러워하기 일쑤다.

그런가 하면 일부에서는 설치 단계에서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회전교차로의 경우 회전반경이 좁아 대형버스나 화물차가 회전하기 어렵다는 것. 따라서 곡선도로에서의 차량이탈 가능성, 도로경사의 적합성 등에 대한 정밀검사의 중요성이 지적되고 있다.

유승종 도로교통공단 교통안전처 과장은 “회전교차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운전자들의 혼란을 막을 수 있도록 관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적재적소에 회전교차로를 설치하려면 지자체 공무원들의 전문성은 물론 전문기관을 통한 엄격한 검증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회전교차로에 진입할 때 운전자가 잊지 말아야 할 올바른 통과요령은 ▲서행 진입 ▲회전차량에 양보 ▲빠져나올 때 방향지시등 켜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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