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 경영 악화 이대로 좋은가] <1>소형터미널, “더 이상 낙후 될 것도 없다”
상태바
[터미널 경영 악화 이대로 좋은가] <1>소형터미널, “더 이상 낙후 될 것도 없다”
  • 정규호 기자 bedro10242@naver.com
  • 승인 2014.01.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터미널 경영 악화 이대로 좋은가]
➀소형터미널, “더 이상 낙후 될 것도 없다”
➁42년째 꿈쩍하지 않는 ‘터미널법’
➂창조경제․경영합리화가 ‘답’이다

KTX 도입 이후 고속․시외버스 이용객 감소로 버스터미널업계의 경영 악화가 심화되고 있다. 더 이상 사업을 버티기 힘들다며 면허를 반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국민의 대중교통 편의시설이라는 이유로 반납 면허를 즉각 받아 줄 수 없는 처지다. 터미널사업자들은 인력 감축, 시설 투자 불가능 등의 긴축 운영이 불가피하게 됐고, 경영과 서비스 품질의 ‘악순환’은 반복되고 있다. 원인은 무엇이고, 해결책은 없는지 심층 보도한다. [편집자 주]


군소 터미널 “인건비 겨우 맞춘다”

KTX 활성화로 버스 이용 승객 감소
매표수수료․임대료 등 수익성 악화
시설 재투자 불가능…‘악순환’ 반복


“저 혼자 터미널 관리하고 있어요. 사장님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와서 잠깐 둘러보고 가요. 매표수입으로 저의 월급이 벌어졌으면 그냥 가시고, 안 되면 개인 돈으로 월급을 맞춰주세요” 전라남도의 A터미널 매표 직원의 말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하루 이용객은 150~200여명. 이들에게서 나오는 하루 평균 매표수수료 수입은 6~10만원 사이다. 30일 한 달 기준으로 봤을 때 180~300만원의 고정수입(매표수수료)이 발생된다. 부가수입원은 자판기(한 달 기준 12만원)와 인력소개소 임대료(한 달 기준 25만원)다. 이를 합하면 A터미널의 한 달 평균 매출은 217만원~337만원이다.

여기서 각종 공과금 및 세금, 용지대 등을 빼고 나면 매표소 직원의 월급을 맞춰줄 때가 있고, 못 맞춰 줄때도 있다.

시설 투자는 엄두도 못 낸다. 화장실은 청소가 안 돼 냄새가 코끝을 찔렀고, 문고리 하나 성한 것이 없었다.

난방시설은 읍에서 지원이 나와 3평 정도의 공간을 만들어 준 것이 전부다. 자체적으로 구비하고 있는 난방시설은 연탄난로 뿐이다.

매표소 윗에는 분필로 배차시간표를 적는 칠판이 있었지만 사용하지 않은 지 너무 오래돼 곰팡이가 피었다.  매표소 앞 유리에 A4용지만한 배차시간표를 따로 붙였으나 글자가 깨알같이 작아 할머니, 할아버지 등 교통약자에게는 무용지물이다.

터미널이라기보다는 폐교에 가까운 이미지였다.

버스기사들의 숙소도 제공할 수 없다보니 버스회사들은 근처 아파트, 빌라 등을 전세로 구해 운영하고 있다.

이 지역의 인구는 1만5000여명 수준으로 인구가 도심으로 계속 빠져나가는 상태여서 터미널 운영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월 27일~29일까지 2박 3일간 전라남도 지역 25곳의 터미널을 본보에서 직접 취재한 결과, 매표소 직원은 2명이 채 넘지 않았고, 1명이서 업무를 보는 곳도 8곳에 달했다.

전남도청 관계자는 “인구 20만 명 이하 지역의 군소터미널은 사실상 A터미널과 비슷한 처지다”며 “주민들을 위해 화장실, 의자, 난방시설 등을 개선해주기 위해 지원하고 있지만 터미널 운영 자체를 개선하기에는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대형터미널도 수수료만으론 힘들어
그렇다면 서울 같은 대도시 터미널의 운영 상태는 어떨까.

센트럴시티, 동서울터미널,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 따르면 매표수수료로만 운영한다는 것은 지역 군소 터미널과 마찬가지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매표 수수료만 놓고 보면 70~80% 정도의 직원 인건비 수준이라는 것. 이익은 임대수입에서 발생되고 있다.

특히, ‘상봉터미널 사태’는 현재 터미널업계의 상황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1998년 경영악화 누적적자 54억 원을 놓고, 상봉터미널측은 강행 폐쇄에 들어갔다. 서울시와 중랑구는 국민 대중교통 편의를 위해 폐쇄 반대에 들어갔다.

법정다툼으로 이어졌고, 지난 2006년 법원은 “터미널 폐지 신청을 허가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며 터미널측의 손을 들어줬다.

터미널을 운영하면서 이용객 감소 등 외적 요인으로 10여 년간 적자가 계속되고 그 개선 가능성도 희박한 상황에서 사업폐지 신청을 불허하는 것은 공익 목적에 비해 터미널사업자측이 받게 될 경제적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다는 이유였다.

이후 재판에서는 승소했지만 시가 도시계획시설에서 ‘터미널 시설’ 명도를 변경해 주지 않아 아직도 터미널 외에는 어떠한 도시․상업시설이 들어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방에서는 터미널업계의 반발에 못 이겨 면허를 반납 받아 운영사를 지자체가 직접 모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 위탁업체를 구하기도 어려운 상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