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택배’ 소비자 불만 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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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택배’ 소비자 불만 폭주
  • 이재인 기자 koderi@naver.com
  • 승인 2014.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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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 초과에 도로명주소까지 ‘역부족’

분실․파손 등 5년간 민원 ‘1만건’ 육박

“설 선물로 주문한 상품인데 훼손된 상태로 오면 불쾌하겠죠. 하지만 연휴 전까지 당일 처리해야할 물량이 초과된 상태여서 일일이 신경 쓸 여력이 없어요. 비교적 가벼운 생필품 선물세트부터 육류․과일 등 주의문구가 표시된 농축산물까지, 물량도 물량이지만 도로명주소와 지번주소가 섞여 있어 몸도 머리도 지끈거려요.”

명절 특수기간 동안 배송안정성을 위해 비상운영체제<사진>에 돌입한 택배업계가 한계에 부딪혔다.

이용자 편의와 소비자 만족도를 위해 고군분투 중이지만, 설 연휴가 종료되면서 배송사고에 따른 소비자 불만이 폭주한데 따른 것이다.

접수된 내용을 보면 학수고대하던 상품이 파손돼 오거나 배송도중 화물이 사라지는 등 피해사례도 가지각색이다.

김모(32․남)씨가 주문한 명절선물은 택배기사의 임의배송으로 분실됐다.

‘고객부재로 현관문 앞 계단에 놓고 간다’는 배송기사의 연락을 받고 확인하니 이미 분실된 상태였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수취인 김씨는 현관문 앞 계단에 두고 가도록 동의한 사실이 없어 주문한 쇼핑몰로 문제제기했지만, 판매자는 택배회사와 해결하라며 책임을 회피했으며 택배회사 측에서는 담당 배송기사와 직접 협의하라는 회신을 받았다.

이같은 피해는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0일 한국소비자원이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설 명절 택배관련 소비자 상담건’은 9514건으로 연평균 1903건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추이를 보면 지난 2009년 당시 563건으로 집계된 수치는 다음해에 1696건으로, 이후 년도에는 2158건으로 4배 가량 증가했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설날 택배 관련 소비자 상담건이 3000선을 돌파하면서 기록은 갱신됐다.

한국소비자원은 설 특수기간 동안 일시적으로 채용된 배송기사와 고객센터의 비상인력을 대상으로 한 직무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데서 비롯된 책임성 결여에다, 충원인력을 투입했다하더라도 단기간에 급증한 물량을 소화하는데 태부족인 택배시장의 인력난을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지난해 설 연휴 택배관련 소비자상담과 피해구제 접수건은 전년대비 대폭 증가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원은 대한통운과 CJ GLS의 합병 절차를 밟고 있던 시기와 명절 특수기가 겹친점을 언급, 양측의 시스템 통합과 일원화된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안정화하는데서 오류가 발생하면서 수치가 급증한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관련 업체들은 택배시장의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소비자 피해의 증가세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택배업계에 따르면 오는 7일까지를 특수기 대비 비상체제로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으며, 명절상품의 특성상 내용물 확인과 배송시 주의사항을 안내하면서 가급적 당일 처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 상품분실 및 파손 등 배송사고 발생시에는 업체별 규정에 따라 피해보상 범위가 산정되며 비상기간이 종료되는 시점 이후로 일괄 처리할 계획이라는 게 관련 업체들의 설명이다.

택배업계는 배송차량 및 인력부족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자금 등의 정부지원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이 문제는 되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택배요금 현실화와 이로 인해 파생된 차량․인력난을 정부가 인정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해 업계 요구로 약 1만 3500여대에 이르는 영업용 넘버를 공급했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며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택배를 위한 법적 기틀이 마련돼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명절상품의 특성상 내용물을 재확인 후 당일 배송하고 사고발생 시에는 즉각 조치할 것을 안내하고 있으나 업체별로 수립된 내규방침에 따라 제각각”이라며 “특히 업체 규정에 의해 보상범위가 제한된 상태기 때문에 해당 업체는 재량에 맞춰 수습하고 있고 이로 인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혼선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택배업계는 연휴 다음날인 지난 3일부터는 그간 일시적으로 주문이 중단된 온라인 쇼핑몰의 주문량과 함께 화주사와 협의 하에 배송일이 연기된 물량이 대거 몰리면서 이번 설 특수기 중 일일 취급물량이 정점에 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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