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화물차주 택배시장서 ‘퇴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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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화물차주 택배시장서 ‘퇴출’ 위기
  • 이재인 기자 koderi@naver.com
  • 승인 2014.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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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번호판’ 중심 재편…하도급 계약 심화

아․사․자․바의 화물운송 사업허가를 보유한 1.5t 미만 차주의 활동 범위가 축소되고 있다.

기업대 기업(B2B) 화물뿐만 아니라 기업대 개인(B2C), 개인간(C2C)의 물량이 택배로 연계․흡수되고 있는 가운데 투입된 택배차량을 대상으로 기존 화물운송사업 넘버(아․사․자․바)와 택배전용넘버(배)로 이분화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배달경로와 단가 면에서 유리한 운행노선을 배 번호판 보유자에게 배정하는 반면 그 외 차주에게는 상대적으로 도외시되고 있는 곳에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동에서 활동 중인 택배기사 김씨(아)는 지난달 재배치됐다.

아파트․상권 밀집 지역을 맡았던 김씨의 노선은 타 업체에서 전출․입된 최씨(배)에게로 할애됐고, 김씨는 경기 동북부지역으로 밀려났다.

또 다른 택배기사 임씨(사)는 영업소와 계약된 대형 유통업체 A사에서 배송해왔지만 지난 1월 서울이남․경기 동남쪽 일반 노선으로 변경․조치됐다.

택배전용넘버(배) 보유자인 박씨가 충원되면서 임씨의 자리가 박씨에게로 넘어간 것이다.

배송건당 수수료(평균 780원)로 월수입이 책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김씨와 임씨 경우에는 배송시간과 운행에 따른 차량 유지비가 추가된 반면 할당 몫은 감소해 이전보다 수입이 줄어들었다.

이들 차주의 손익부분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택배회사는 개인 사업주인 영업소와 본사가 1:1 계약․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고 답하고 있으며, 영업소에서는 화물운송 사업자와 사업주와의 위수탁 계약으로 체결한 상태이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택배전용넘버든 기존 넘버든 자가용 택배차든 해당 차주와 계약해 배정하는 것은 영업소 소관이며 그에 따른 결과는 화물차주가 감수해야 한다는 게 그들의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존 사업용 화물차주가 택배를 관두거나 보유한 허가를 매매하고 자가용으로 전환해 재진입하는 사례까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게다가 최근 들어서는 기존 영업용 화물차(1.5t 미만, 아․사․자․바)를 대상으로 택배시장의 진입장벽이 한층 더 높아졌다.

지난해 1만 3500여대의 택배전용넘버가 시장에 공급되기 전에는 영업소와 1.5t 미만 화물운송 개인사업자가 직접 계약 맺어 활동이 가능했으나, 증차된 이후에는 법인운송회사를 통해서 충원․투입하는 방법으로 전환되고 있다.

가령 2년 전만 해도 영업소와 계약하는데 있어 관리비(10~15만원)를 납부하면 노선을 할애 받을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최대 500만원에 달하는 이전비가 추가․징수되고 있다.

서울 강동의 택배기사 A씨도 올해 이같은 방법으로 계약을 갱신했다.

A씨에 따르면 택배전용넘버가 증차되기 전에만 하더라도 영업소와 직접 계약이 가능했으나 지금은 영업소와 위수탁 계약된 법인운송회사를 거치지 않고서는 기존 넘버 보유자인 화물운송 개인사업자는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는 “택배기사의 이탈 등에 따른 피해신고가 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법인운송업체에 소속돼 있는 차량을 대상으로 물갈이하고 있다”며 “사업용 넘버(아)를 보유한 개인 운송사업자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계약을 영업소가 꺼리고 있으며 배송기사 부재․배송지연 등과 같은 리스크를 최소화한다는 이유로 영업소에서는 법인운송사를 상대로 택배계약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달 1월 택배영업소의 하도급 업체인 법인운송사 B업체에 이전․관리비(500만원)를 납부하면서 이전에 개인적으로 직접 계약했던 동일노선에서 영업 중이다.

이같은 현상은 두 가지 이유로 가속화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먼저 택배법 신설 및 증차를 위한 준비단계로 보고 있다.

화물운송업에서 분리․독립을 요구하고 있는 택배업계가 세부작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결과물을 제시해야 주도권 확보가 가능한데다 화물운송시장을 택배라는 틀 안에 껴 맞춰 넣어야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택배 서비스에 투입되는 사업용 화물차를 전량 택배전용넘버(배)를 부착한 차량으로 소화하고 있다면, 택배 외 일반 화물운송과는 별개라는 주장을 성립시킬 수 있으며 택배법 및 추가증차 관련 반대논리의 저항력을 완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판단에서라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아웃소싱이라는 관점에서 비용절감 등 효율성 증대를 실현할 수 있다는 셈이 깔려있다.

하도급 업체인 법인운송회사에 용역을 주면 주문․접수된 물량은 물론이며 택배회사 몫인 배송기사의 관리업무가 함께 하청업체로 위탁되면서 배송사고에 따른 책임소재는 수탁자인 하도급 업체와 간접고용형태에서 활동 중인 화물운송 개인 차주에게 전가할 수 있게 된다.

이같은 택배업계의 움직임은 가속화되고 있다.

택배전용넘버가 추가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나온데다 진행 중인 화물운송시장 구조개혁 연구용역 결과가 택배법 신설의 당위성을 더하는 매개물로 밑그림이 그려진데 따른 것이다.

택배업계를 대표하는 한국통합물류협회는 지난달 택배업종 신설을 기초로 신산업 틀을 구축해 물류산업의 창조경제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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