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 필요한 전산사용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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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집중’ 필요한 전산사용료 논란
  • 김정규 maverick7477@naver.com
  • 승인 2014.0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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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업계의 전산사용료 논란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 사회의 고질병폐로 지적되는 교섭 기술의 부재다. 본질은 뒤로 하고 형식이 문제라는 듯 서로의 태도를 지적하며 또 다른 수평선 대화를 준비하는 꼴이다.

모든 논의가 그렇듯 나름 자신의 명분은 갖췄다. 이번 논란의 삼각 축인 검사정비연합회, 교통안전공단, 국토부는 그들의 논리에 충실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이해관계 대립의 장에서 해답을 찾기란 불가능하다. 여전히 피해를 보는 이들은 현장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정비업자들 뿐이다.

이번 논란의 시작은 약속 불이행이 가져왔다. 그것도 대통령직 인수위가 중소기업의 규제 및 애로점을 개선하겠다며 섣불리 전산사용료 폐지를 약속했고, 업계는 환영했다. 하지만 여기에 ‘예산의 확보’라는 단서가 붙었다. 당연한 정책 시행의 전제가 이행되지 않아 지금의 논란이 진행 중이다. 공단은 “확보되지 않은 예산만큼 일부 사용료 징수가 불가피하니 이해해 달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미 기정사실화 돼버린 사안을 번복하는데 대해 정비연합회는 업계의 불만을 수렴해 ‘납부불가’의 방침을 정했다. 여기까지 모두 자신의 입장에 충실하다.

조정기관이 돼야 할 국토부는 판단을 강제할 수 없으니 양측의 새 대안을 권고했다. 이렇게 해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이런 조정은 양시양비론적인 논쟁에 빠져 시간만 낭비하게 된다. 먼저 쓰러뜨리거나 ‘이익 앞 양보’라는 어울리지 않는 선택을 하지 않는 한 갈등은 극단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높다.

설상가상. 조정을 위해 만난 자리에서 공단은 연합회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전산사용료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안건을 묶어 이번 건과 함께 해결하려한다는 것으로 이것이 조정을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또 다시 협의 기술의 부재다. 사실 연합회가 그런 태도를 보였다면 수정에 들어가야 한다. 동시에 공단도 주의전환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것은 논점을 흐리는 것으로 자신이 불리할 때 화제를 돌리거나 지엽적인 문제를 물고 늘어지는 방식으로 나타나는 ‘논점 일탈의 오류’ 중 대표적인 것이다. 스스로 협상 미숙을 보인거나 다름없다. 이제 양측 모두 본안은 뒤로 한 채 형식에 얽매여 있는 태도로 논란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지금은 불필요한 소모전을 버리고 현장의 혼선을 줄이기 위해 ‘전산사용료’ 문제 하나로만 돌아와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다른 것은 모두 부차적인 문제다. 다음 안건일 뿐이다.

협상의 포인트는 ‘선택과 집중’, 이런 경우 쓰는 말이다. 테이블의 조정자인 국토부도 입장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모두의 비판을 피하려다 모두를 잃는 시행착오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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