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전용차량이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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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전용차량이 사라지고 있다
  • 이재인 기자 koderi@naver.com
  • 승인 2014.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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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사와의 불공정 계약에 근로조건까지 열악”

8개월 새 서울서만 31대 자진 반납․폐업 신고

전국에 걸쳐 1만 2000여대에 이르는 택배전용차량이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고 있다.

택배증차사업으로 화물운송 영업허가(배 번호판)를 부여받은 택배기사들이 활동을 포기하면서 폐업을 선언한데 따른 것이다.

해당넘버를 부착한 집배송 택배차량이 즐비한 서울권에서는 지난 12일 기준 31대(1t 미만 )가 감차됐다.

택배업계가 그토록 원했던 자가용 택배차량(1.5t 미만)을 대상으로 한 증차사업이 종료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데다, 현행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택배전용넘버의 추가 증차를 부르짖는 택배업계의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종합해보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가 나온 것이다.

감차 현황을 보면 허가등록이 종료된 지난해 7월부터 연말까지 19대가, 이후 3개월 동안 12대가 각각 취소 처리됐다.

폐업 사유로는 택배회사와의 불공정 계약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수익성이 낮다는 점과 근로시간 등 고강도 업무에 따른 건강상의 문제가 뒤를 잇고 있다.

특히 이중 일부는 택배회사가 요구하는 조건에 불응했다는 이유만으로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아 활동이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7월 허가 당시 명의를 빌려주는 조건으로 택배회사와 계약해 영업하다가 회사 측과의 마찰로 인해 넘버를 자진 반납․취소한 이들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관할구청에 허가를 반납한 김씨도 이런 이유에서 절차를 밟았다.

김씨에 따르면 A영업소 소유의 자가용 택배차로 배송하면서 월 10만원의 관리비를 납부하는 조건으로 계약해 지입기사로 활동하던 중 영업소로부터 사업용 넘버(배 번호판)가 달린 차량을 2년간 무상 대여해주겠다는 제안이 들어와 명의사용을 수락했으나, 이 내용이 지켜지지 않아 허가를 포기했다.

김씨는 “자가용 개인 차주에게 넘버를 부여한다는 조건으로 영업소를 대신해 신청서를 작성하고 발급된 허가를 구청에 등록했다”며 “처음 4월간은 약속을 지키다가 이후에는 영업소와 계약된 하청 운송업체의 관리를 거부할 거라면 차량과 노선 모두 반납하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매달 납부해야 하는 지입료 부담을 줄여보려고 영업소에 사정했으나, 달라진 건 없었다”며 “한때 서류상으로나마 넘버를 보유했지만 계속되는 금전적 요구와 횡포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심정으로 구청에 반납했다”고 덧붙였다.

배 번호판의 대수는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택배기사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정부가 관련 차량의 실태조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택배에서만 활동해야 한다는 제한 범위가 설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어기는 차량이 계속 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는 이유도 이탈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정부는 최근 택배회사․영업소와 계약된 대형마트 등의 유통업체에 택배전용차량이 투입되고 있으며, 배 번호판 차주 개인이 직접 영업해 택배업무 이외 원룸 소형이사 등의 물량으로 별도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민원이 접수됨에 따라 실사에 들어갔다.

한 관계자는 “지난 14일 택배전용넘버를 포함한 화물운송사업 허가 공급심의에 대비해 현장 점검했다”며 “택배회사로 접수된 상품을 수거해 영업소로 전달하고 간선차량과 터미널을 통해 분류․공급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기존 화물운송사업 허가차량(아사자바)과 동일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증차된 차량은 택배 집배송만을 위한 특수목적으로 공급됐기 때문에 택배회사의 프로세스와 네트워크를 통해 나온 물량만 취급해야 한다”며 “이외 영업활동에 임한 택배전용차량은 허가취소 및 감차 조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택배업계는 택배전용넘버의 추가 증차와 택배법 신설에 대한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택배업계를 대표하는 한국통합물류협회는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개혁 끝장 토론’에 참석해 현행 화물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사업용 택배차량의 증차와 택배법의 당위성을 호소했다.

협회는 택배 물량이 매년 1억 박스씩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매년 2000대씩의 영업용 넘버가 증차돼야 수요를 맞출 수 있다며 택배 선진화를 위해서는 택배전용차량과 관련법 신설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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