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이 수입차 간접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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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이 수입차 간접광고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7.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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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안전공단 차 검사광고에 미니쿠퍼
보험 등 대표적 국산차 수혜업종도 가세

성공한 사업가, 변호사와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 그리고 어떤 형태로든 ‘돈’ 좀 있는 부유층은 무조건 수입차를 타야 하는 나라.

실제와는 전혀 다르게 이런 풍토와 비이성적 소비심리를 당연한 것처럼 조장한 주범은 민영과 국영은 물론 지상파와 케이블 등 방송의 역할이 컸다.

수입차가 등장하는 드라마에 대한 비난이 한 때 커진 적이 있지만 요즘에는 소비자들의 내성이 커져 그저 그런일로 여길 만큼 둔감해졌다.

영화나 드라마 등에 자기 상품을 등장시켜 간접적인 광고효과를 노리는 PPL(간접 광고, Product Placement)은 일반적인 광고보다 더 큰 효과를 거두기 때문에 규모가 있는 기업과 광고대행사들은 이를 전담하는 부서를 따로 운영하기도 한다.

그러나 간접광고는 광고인지의 여부를 모르는 시청자의 판단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물론 공정한 거래와 방송이라는 거대 미디어에 대한 공신력 저하라는 치명적 부작용을 초래한다.

대형 광고사의 한 관계자는 “방송사가 제작하는 드라마나 교양프로그램의 대다수가 외주화 되면서 제작비를 줄이려는 외주사의 협찬요구가 크게 증가했다”며 “기업 입장에서도 제작비와 모델 출연료 등을 감안할 때 직접광고보다 저렴하면서도 효과가 큰 협찬에 더 신경을 쓰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수입차들이 간접광고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는 것도 투자대비 효과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또한 “간접광고가 연출에 필요한 소품의 협찬에 그치는 경우도 있지만 인기 프로그램은 제작비의 일부를 비용으로 대주는 경우도 많다”면서 “방송사 대부분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차량으로 수입차를 워낙 선호하기 때문에 국산 모델이 비집고 들어갈 틈새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드라마나 영화를 점령한 수입차의 간접광고는 최근 국산차 최대 수혜업종과 공공기관까지 파고 들었다.

1600만대가 넘는 국산차 보유자들의 전폭적 소비로 기업을 연명하는 국내 최대 보험회사와 정유사 등의 광고에 최고급 세단과 스포츠 카, SUV 등이 등장하고 있는 것.

국산차 소비자들로부터 거둬 들인 막대한 수익이 환원되기는 커녕 이를 수입차 광고비로 사용하는 기가 막힌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공기관도 협찬 광고에 가세했다.

교통안전공단은 지난해 8월부터 아우디 TT, 벤츠 SLK, BMW 미티 쿠퍼를 불과 1년여 사이에 바꿔가며 자동차 검사광고를 내 보내고 있다.(사진)

한 검사정비 사업장 관계자는 "검사정비업체와 경쟁관계에 있는 자동차 검사를 캠페인 운운하며 고가의 수입차를 협찬 받아 광고를 하고 있다"며 “공공기관이 소비자의 판단을 흐릴 수 있는 광고를 여과없이 내보내는 것도 모자라 수입차 간접광고까지 버젓이 하는데도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는 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도 “럭셔리 브랜드를 제외하면 수입차와 국산차의 품질이 대등하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저가의 모델을 턱없이 높은 가격에 팔아도 맹목적으로 수입 모델을 선호하는 이상한 소비형태가 조성된 가장 큰 원인은 방송을 통한 간접광고의 역할이 컸다”면서 “특히 공공기관의 공익성 광고와 국산차 수혜업종의 수입차 협찬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간접광고 및 협찬 관련 사항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 의해 관리되고 있으며 지난 해 간접광고 및 협찬고지 위반으로 방송위원회 제재를 받은 건수는 총 102건으로 전체 제재건수의 47.8%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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