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 경매장과 수레바퀴의 원리
상태바
기자수첩 - 경매장과 수레바퀴의 원리
  • 이주훈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0.02.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동차 역사의 기원이 된 수레의 바퀴는 두 개의 원이 서로 마주보고 같이 굴러 가도록 한 점에서 사회적이다.
수레바퀴가 원이 아니고 세모나 네모이거나 두 개가 아니고 한 개라면 수레의 기능을 상실하는 것은 물론이다.
지난 9일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현대·기아자동차경매장이 개장됐다.
이번 경매장은 국내 최대 자동차생산업체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캐피탈등 현대그룹 계열사가 투자해 설립한 인터넷법인인 오토에버닷컴이 운영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때문인지 당일 경매낙찰률도 역대 사상최고치인 90%대에 육박해 경매문화가 앞서 정착된 일본이나 국내 경매장 선발주자인 서울경매장및 한국경매장을 바짝 위협했다.
하지만 당초 예상보다 턱없이 저조한 회원참여율은 옥의 티로 남았다.
현대는 개장을 앞두고 200여명의 회원을 확보했다고 밝혔으나 무슨 이유에선지 당일 개장식과 함께 실시된 첫 경매에 참가한 회원수는 불과 100여명 남짓이었다.
이같은 수치는 총 400여명 정원의 25%수준밖에 안된 것이다.
도매기능을 갖춘 경매장이 성공하려면 매물확보와 함께 소매상인 중고차사업자들을 대상으로한 회원확보가 급선무인데 이 점에서 현대경매장은 낙제점을 면치 못한 것이다.
"자동차시장이 활성화하려면 양축을 차지하고 있는 신차와 중고차시장이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 중고차사업자들이 경매장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현대의 경매장 조성을 신차업계의 중고차시장 진출로 받아들이고 밥그릇을 빼앗길까봐 우려해 회원가입을 망설이고 있는 것이 가입률이 낮은 요인"이라는 업계 관계자의 지적은 두 개의 수레바퀴가 같이 돌아가야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상생의 원리보다 '남이 못돼야 내가 산다'는 밥그릇싸움에 익숙한 2001년 현재 우리나라 사회의 자화상을 보는 것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이주훈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