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 초기 ‘수입차에게는 기름을 팔지 않습니다’라는 현수막이 주유소에 나 붙거나 심지어 지나가는 수입차에 침을 뱉고 고의로 파손하는 일까지 벌어지는 등 거부감이 만만치 않았다.
일부 언론은 이를 ‘빗나간 애국심’으로 지적했지만 회환위기로 다급해진 정부의 1997년 수입다변화 조치 및 수입 장벽 해소와 소비자들의 인식변화가 빠르게 이뤄지면서 2000년 이후 매년 급증한 판매대수는 올해 5만대, 점유율 5% 달성이 전망된다.
수입차 업계는 지난 3일, 자동차 전문기자단을 초청해 이를 자축하는 행사를 가졌다.
그러나 기자들 대부분은 최근 일고 있는 가격 거품 논란과 대기업의 병행수입업 진출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당연히 질문의 초점도 여기에 맞춰졌지만 송승철 수입차협회 회장과 윤대성 전무는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동문서답으로 일관했다.
그들은 “국내 소비자들이 풀 옵션을 원하기 때문에 차량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으며 첨단 시스템이 적용된 차량은 고도의 숙련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부품 및 정비요금이 비싸다”는 요지로 해명했다.
또한 병행수입업자에 대해서는 “소비자 보호 및 안전, 환경 규제 등에 대한 대응 능력이 의심스럽다”며 “극소수의 국가를 제외하고는 병행수입을 허용하지 않고 제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같은 모델의 차를 동일한 사양과 조건으로 산다 해도 국내와 해외에서의 판매가격은 두 배까지 차이가 나는가 하면 국내에서도 병행수입업자의 가격이 20~30% 저렴한 현실에서 그 같은 답변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엔진오일 교환에 수십만원을 지불해야 하는 등 소모품을 포함한 부품 교환비용에 부담을 느낀 차량 소유자가 인터넷을 뒤져 부품을 직접 구입하고 교환하는 것이 수입차가 말하는 ‘품격있는 서비스’의 다른 유형인지도 묻고 싶다.
수입차 업계는 소비자들의 인식변화가 향후 점유율 10%대까지 성장하는 시장 확대에 긍정적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하지만 그건 현재로서는 대단한 착각이다.
빗나간 애국심이 아닌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로 자신들을 ‘봉’으로 여기는 그들에게 기름을 팔지 않거나 침을 뱉는 소비자들이 점차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교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