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추락, 원인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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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추락, 원인은 무엇인가?'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3.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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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없던 독일 강병이 닌자에게 무릎을 꿇었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판매 1위를 질주해오던 BMW가 10월 한 달간 판매에서 렉서스에 추월 당해 월간 판매 대수 2위 브랜드로 주저앉은 것.

2001년 2천717대(점유율 35.1%), 2002년 5천101대(31.6%) 판매 등 타 수입차 브랜드가 감히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승승장구하던 BMW로선 10월은 치욕의 달인 셈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10월 한 달간 판매된 BMW는 479대. 이는 올 5월(617대) 이후 최고 판매 대수지만 505대를 판 렉서스에는 못 미치는 수치다.

잘 나가던 BMW가 국내 시장 진출 만 2년에 불과한 렉서스 돌풍에 휘청이는 이유에 대해 일부 수입차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예상된 결과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BMW 신화, 왜 무너지나
우선 BMW 품질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점이 렉서스로 고객이 몰리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수입차를 구입하려는 고객은 차를 고를 때 수입차를 이미 보유하고 있는 주위 사람들에게 차 성능 및 서비스 등에 대해 질문을 하기 마련. 특히 수입차는 소수 상류층 사람들이 구매하기 때문에 입소문이 구매에 큰 영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손정수 포드자동차 딜러는 “수입차를 구매한 사람은 비슷한 직종의 친구나 지인들을 함께 소개하기 때문에 1대를 팔면 3∼4대를 파는 효과를 발휘한다”며, “반대로 고객 관리를 잘못할 경우 팔릴 수 있는 3∼4대를 놓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즉 특정 브랜드의 차를 구매한 고객이 그 차에 대해 실망할 경우 주위 사람들에게 그 차를 사지 말라고 극구 말린다는 의미다.

BMW는 2001년 1천838대가 제품 불량으로 리콜돼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많은 리콜 대수를 기록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 대수는 2001년 총 판매대수 2천717대의 67%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 BMW의 한국 법인인 BMW코리아가 최고급 세단인 7시리즈에 대한 품질 비난 여론을 재빨리 잠재우지 못한 것도 실책 중 하나로 보인다.

BMW 7시리즈가 국내 대부분 도시에서 도어 자동개폐 리모컨 작동이 되지 않는다라는 고객 불만에 무관심으로 대응했고 최근엔 주행한지 10만km도 되지 않는 7시리즈의 트랜스미션이 완전 망가진 것에 대해서도 운전자의 책임으로 돌리는 등 대 고객 서비스가 무성의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확장에만 신경 쓴 딜러 정책
BMW는 전국 11개 딜러 34개 전시장을 보유, 수입차 업계에서 최고 영업망을 구축하고 있다. BMW의 연간 판매대수가 5천대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1개 전시장에서 1년간 147대 가량을 팔 수 있다. 그러나 서울 강남지역에 판매가 집중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외 지역 딜러들은 현상 유지도 어려운 셈이다.

이로 인해 BMW 딜러들은 생존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고 판매 실적을 높이기 위해 가격 할인이라는 고육지책을 사용, 결국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해 렉서스의 경우 연간 3천대 이상을 팔며 전국 5개 전시장만을 가지고 있어 1개 전시장 당 600대 가량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딜러간 가격 경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점에서 BMW와 큰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한국토요타자동차는 원 프라이스(One Price) 정책을 펼칠 수 있어 브랜드 이미지 손상을 예방했다.

한 예를 들자면 연간 10만대 이상 승용차를 파는 르노삼성차가 전국 152개 전시장을 가지고 있어 1개 전시장 당 658대의 차를 팔 수 있다. 르노삼성차는 서울·경기 지역 판매도 높지만 그 외 지역 판매도 고르다라는 점을 보면 BMW가 얼마나 무리한 확장을 거듭했는지 확연히 드러난다.

한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BMW의 딜러 정책은 BMW 본사에는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주지만 BMW 판매로 수익을 내려는 국내 딜러업체들에겐 어떤 혜택도 돌아가지 않는 정책 ”이라고 강조했다.

BMW 딜러끼리의 경쟁은 중고차 시장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쳐 BMW가 비슷한 가격대의 메르세데스 벤츠 브랜드와 함께 중고차 시장에 나오면 출고 된지 1년된 메르세데스 벤츠의 경우 신차 가격의 20% 정도가 떨어져 거래되지만 BMW의 경우 28% 이상 하락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BMW의 대 언론관도 문제
BMW코리아의 언론관도 바뀌어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BMW코리아는 BMW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를 내보내는 신문 및 잡지 또는 영향력이 뛰어나지 못한 언론 매체에 대해 철저히 무시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특히 일부 신문·잡지의 경우 신차 발표회 및 기자 간담회에서 제외 당하는 수모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자동차 전문 기자는 “영향력이 미약하다는 이유로 BMW측으로부터 취재 협조를 거부당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털어 놓았다.

BMW가 앞으로 렉서스의 돌풍을 어떻게 잠재울 수 있을 지 업계 관계자들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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