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과 졸업생 ‘갈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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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과 졸업생 ‘갈 곳이 없다’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5.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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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적 백화점식 교육”… 전문.첨단화 시급

최근 자동차 산업이 국가의 기간산업으로서의 역할이 강화되면서 부품을 비롯한 유관산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100만명 정도가 되고 가족까지 합하면 약 400만명에 이를 정도로 국가 경제의 기틀을 이루고 있다.
자동차 생산 및 부품산업 특히 자동차 애프터마켓(After Market) 등 자동차에 관련된 산업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이에 종사하는 인력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전문 직종에 능동적으로 기술 인력을 공급해 줄 수 있는 교육기관의 역할도 그만큼 중요해지고 전문화된 교육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1990년 중후반 이후 자동차 분야에 대한 ‘막연한 환상’으로 새로 생기는 대학마다 자동차관련 학과를 신설하고, 기존의 기계관련 등 비인기 학과를 자동차관련 학과로 전환, 자동차관련 학과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현재 자동차와 관련된 학과가 개설된 대학은 2년제와 4년제를 합쳐 약 60여개에 달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학계 한 관계자는 “최근 대학들마다 자동차 관련 학과를 무분별하게 설립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같은 추세라면 몇 년 안에 수십 개의 학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부분 대학들이 고유의 특성을 살리지 못한 채 획일적인 교육 과정을 택하고 있어 전문적 기술과 지식을 습득한 졸업생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에서 배출하는 인력은 매년 약 6000여명에 이르고 있고 공업계 고등학교의 자동차과에서 배출하는 인력도 약 7000명에 이르고 있어 매년 약 12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양성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과잉인력’이 사회로 쏟아져 나옴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업체에 취업할 확률이 낮아졌을 뿐 아니라 임금 수준도 떨어졌다. 실제로 지난 2~3년 전만 해도 졸업생들의 평균 임금이 초봉 80만원 선에 육박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60~70만원선으로 하락했다.

◇각 대학의 자동차 관련 교육과정= 전문가들은 각 대학의 교육과정을 보면 자동차와 관련해 학과의 명칭은 다양하지만 교육과정의 내용에는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과의 명칭만이 다를 뿐이며 각 대학들은 대부분 ‘자동차 정비교육’과 유사한 과정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대천대학과 같이 전공을 세분화시킨 경우와 자동차과 혹은 기계자동차관련 계열 내에서 자동차 정비전공 외에 자동차관리, 기계설계, 카일렉트로닉 전공 등으로 세분화시킨 경우도 있다.

◇자동차 정비기술 분야의 현실
전국의 전문대학과 기능대학에서 배출되는 자동차관련과 졸업생들의 사회 진출은 출신 지역이나 그 지역에 자동차를 완성하는 생산 공장이나 다수의 자동차 부품업체가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에 따라 취업 업체나 선호도에 많은 차이가 있다. 취업률 또한 관계가 없다.
많은 학생들이 원하고 있는 취업 대상업체로 대기업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는 정비사업소, 자동차보험회사의 대물 보상직, 자동차회사의 연구소나 실험요원 등 안정적이고 개인의 발전이 있는 곳을 원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이 분야의 취업이 매우 어렵다.
이는 자동차 생산업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정비사업소는 경비를 절감해야 한다는 이유로 점차 인원을 충원하지 않고 판매 딜러제도를 이용하면서 자동차 정비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또 자동차 생산업체의 경우, IMF를 겪으면서 통합, 흡수, 조정 등을 통해 인원을 재배치함으로써 충원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
그나마 매년 새로운 인원을 충원하고 있는 곳은 자동차 보험회사의 대물 보상업무로, 4년제 과정 졸업생의 전유물이었던 이 분야에도 전문대학 졸업생들을 채용하고 있다.
그러나 양적으로는 많은 졸업생들에 비해 취업의 문은 상당히 좁다. 따라서 대부분 부분정비업소(카센터)나 소형.종합정비업체 등으로 취업을 나서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 분야는 다른 분야에 비해 보수가 적고 ‘기름을 묻힌다’는 이유로 기피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전공과 일부 유사한 분야에서 근무할 수 있는 직종으로는 자동차 부품 생산공장의 생산관리, 자재, 설계 분야에서 근무하고 있으면 성공한 케이스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자동차 정비 기술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학교가 증가하고 있지만 학교 졸업 후 사회에 나가는 졸업생들의 사회적인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거의 없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고급 기술인력 양성 시급=자동차업계의 수요에 부응해 자동차 기술인력을 양성한다는 것은 양적으로 많은 인력을 배출는 것뿐 아니라 자동차의 기술 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자동차는 점차 전자화 기술의 가속화와 시스템의 통합화로 변화되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자격증 위주로 교육된 정비 기술인력을 대거 양성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장에서 적응할 수 있는 기술인력을 특성화시키는 대학의 등장이 필요하다.
실제로 많은 대학의 자동차 관련 학과에서 교육하고 있는 교육과정이나 교과목, 교육방식 등은 매우 유사하다. 그러나 일부 대학은 특성화해 특정 분야에 전문적으로 자원을 집중, 교육과정을 효율화시키는 노력은 산업체의 요구를 충족시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신입생 수급문제에 대비해 과의 체질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즉 백화점식으로 모든 자동차 부분에 대해 교육시킬 것이 아니라 전문 분야별로 필요한 교수진과 교육과정을 확보하고 있어 ‘이 분야는 어느 대학이 최고’라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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