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업, 실업대란 속 구인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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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업, 실업대란 속 구인대란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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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정비업계가 젊은 층의 3D업종에 대한 기피 현상으로 ‘취업대란'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최근 자동차 정비업소 사장들은 한결같이 “기술을 배우려는 젊은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직원들 대부분이 40대 이상이라 지금이야 그럭저럭 꾸려 나간다해도 앞으로 5년 이상이 지나면 심각한 지경에 이를 것이라는 한탄이다.
그들은 “이대로 가면 사업체 문을 닫거나 모두 외국인 근로자들로 채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서울의 대부분 1․2급 정비업소 현장기술자들은 평균 13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표 참조) 불과 10년전 평균 20여명의 기술자들이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절반 가량으로 줄어든 셈이다.
이는 자동차정비업이 지난 95년 등록제로 전환된 이후 업체수가 급격히 늘어난 데다 3D업종으로 분류되는 자동차정비 기술을 배우려는 실습생이 급격히 줄어든 것이 원인이다. 또 정비업이 서비스업종으로 분류돼 있다보니 외국인 노동자를 수입해 쓸 수 없는 점도 인력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정비사업자들은 “기술자들의 인건비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하고 있는 데 반해 정비품질은 떨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특히 판금 도장요원의 취업 기피 및 잦은 이동으로 인건비도 크게 올랐다. 현재 대기업 직영의 AS공장의 경우 5년~7년 정도의 기술자는 평균 300~350만원 이상의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반공장에서도 하체엔진이나 전기 등 다른 분야에 비해 평균 20~30%가 많은 250~270만원선의 임금을 받고 있다. 10년 전에 비하면 거의 100% 이상 오른 금액이다.
이처럼 판금 도장요원이 ‘귀한 몸’이 된 것은 공업고등학교나 각종 학원 등에서 배출된 기술자의 경우 거의 하체엔진이나 전기분야 전공자들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특히 판금 도장부분의 결원이 생겼을 경우, 채용이나 연봉협상이 쉽지 않다. 한 마디로 맘에 드는 기술자를 채용하기 위해선 ‘부르는 게 값’을 줘야 하는 형편이다.
이로 인해 판금 도장요원들은 기술력 향상에 대한 노력보다는 대기업 공채에 응모하는 등 자신의 ‘몸값 불리기’에 연연해하면서 작업을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정비사업자는 “도장요원들이 성심성의껏 작업을 하지 않아도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내일 당장 나오지 않겠다고 하면 공장으로서는 큰 타격을 입는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영등포의 한 정비업소의 경우, 항상 ‘구인’ 중이다. 현장 기술자의 여유인원이 단 한명도 없기 때문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20여명 이상이 넘는 기술자들이 있어 대체 인력이 가능했지만 10명 미만으로 줄어든 현재로서는 한 명의 기술자만 결근을 해도 고객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할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치달았다.
이 공장의 사장은 “8-9년 가까이 기술 실습생이 없었다”며 “고객들이 바라는 서비스의 질은 점점 높아지는데 서비스의 질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지금 남아 있는 이 기술자들도 언제, 어디로 옮겨갈지 모르는 상황이다. 실제로 상당수의 기술자들은 현재보다 더 나은 업소로 이직을 희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장 기술자들은 월급을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있는 대기업이나 수입차의 직영 AS업소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얼마 전에도 한명의 도장요원이 대기업으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대부분 공장들이 인력난을 겪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기술자들이 공장을 옮기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서울 강남의 한 정비업소도 비슷한 상황이다. 3년 전만 해도 28명의 기술자를 보유했던 이 공장은 현재 19명으로 줄었다.
이 공장의 사장은 “인건비와 임대료, 물가는 계속 오르는 데 비해 업소의 수익률을 해마다 하락하고 있다”며 “현장 기술자가 정비업을 기피하는 것은 단순히 3D라는 이유 말고도, 이 업종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에 기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정비업소가 제대로 된 인력을 확보하고,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작업환경을 대폭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정비연합회 관계자는 “자동차산업이 고도의 첨단기술을 요하는 기술집약 산업으로 발전해가고 있고, 자동차의 수요 증가에 따라 정비분야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갖춘 기술인이 절대 부족한 실정”이라며 “앞으로 외국인력 고용허가제 대상업종으로 적용할 것을 정부에 꾸준히 건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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