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릴 곳 없는 자동차 문화가 참사 불렀다’
상태바
‘달릴 곳 없는 자동차 문화가 참사 불렀다’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3.10.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전주시에서 10여명의 사상자를 낸 드래그레이스에 대해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충분히 예상된 참사였다는 반응이다.

안전 시설없는 도로 경기, 참가 선수들의 지나친 경쟁의식, 관중들의 안전 불감증 등이 드래그레이스와 늘 동침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무엇이 죽음의 신을 불러들였나.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치러진 자동차 경기 중 사람이 사망한 사고는 두 차례다. 지난 2001년 제주도에서 개최된 자동차 랠리 경기 중 故이기철 선수가 도로 방어벽을 부딪혀 사망한 사고가 있은 지 만 2년만에 전주시에서 3명이 사망, 모터스포츠 사상 최악의 기록으로 남게 됐다.

국내에서 드래그레이스는 전국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자동차 경주로 지방자치단체들이 관광객 유치 및 볼거리 제공이라는 명분으로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번 전주시 드래그레이스도 ‘2003 전주 국제발효식품 엑스포’홍보를 위한 부대행사로 유치됐다. 지난 10월초엔 부산시가 '2003 부산국제모터쇼' 부대행사로 드래그레이스를 치렀고 올 7월엔 경북 영덕군이 '고래불 해수욕장 개장 기념'으로 드래그레이스 행사를 치른 바 있다.

이처럼 모터스포츠가 새로운 스포츠 문화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음에도 정작 달릴 곳은 없다는 것이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드래그레이스가 안전 시설을 갖춘 자동차 경기장에서 치러지는 것이 아니라 일반 도로를 임시로 사용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도로에서 경기를 치르다보니 달리는 자동차를 보고 싶은 관중들은 무의식적으로 도로 가장 자리로 몰려들게되고 사고 위험은 높아지는 것이다.

전주시 드래그레이스 참사 역시 운전자의 부주의가 주원인인 것으로 비쳐지고 있지만 도로에서 자동차 경기가 열렸다는 데에 더 큰 원인이 있다고 관계자들은 강조하고 있다.
실제 희생자들은 대부분 도로가로 밀려드는 관중들을 막기 위해 서있던 경기 관계자들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모터스포츠 문화가 없다.
현재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대수는 1천400만대에 육박하고 있다. 자동차 생산대수도 세계 6위권이다. 자동차 튜닝 산업 역시 현재 1천억원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추측하고 있다. 튜닝 업체수도 전국 200여개가 넘는다. 이처럼 자동차 산업이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정작 자동차를 이용한 모터스포츠 분야는 열악하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자동차 성능은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이를 즐기는 스피드 마니아들이 늘고 있지만 달릴 곳은 없는 것이 국내 현실이다.

우리나라에 있는 자동차 경주장은 세 곳.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스피드웨이, 강원도 태백시에 있는 준용서킷, 강원도 문막읍에 있는 발보린 모터파크가 전부다. 그나마 용인의 스피드웨이는 경전철 통과로 2008년께 폐쇄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문막의 발보린 모터파크는 장마철이면 물에 잠긴다. 태백 준용서킷은 서울에서 무려 7시간이나 걸리는 오지에 위치해 지리적 약점이 크다. 연간 200만대 이상 자동차를 생산하는 나라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러운 현실이다.

일본과 미국, 유럽 등은 각 지역마다 소규모 자동차 경기장이 마련돼 있어 한 나라에 몇 개의 자동차 경기장이 있는지 파악하기 힘들 정도다. 스피드 마니아들을 경기장으로 불러들여 사고를 방지하는 셈이다.

전주에서 사고를 낸 차는 현대자동차 티뷰런. 대회 참가차는 대부분 국산 승용차다. 그러나 우리나라 자동차 제조업체가 마련한 모터스포츠 경기장은 단 하나도 없다. 이것이 우리의 자화상이자 자동차 문화다.

▷드래그레이스.
드래그레이스는 자동차 튜닝 문화가 발달한 일본 및 미국 등지에서 인기 있는 자동차 경기다. 단거리 자동차 경기로 약 400m의 직선 코스를 누가 먼저 통과하느냐로 승부를 결정짓는다.

드래그레이스가 국내에 본격 도입되기 시작한 건 90년대 말 경제가 회복되면서 자동차 튜닝 산업이 용광로처럼 확장되면서부터다. 자동차 튜닝 전문업체가 전국적으로 탄생하면서 업체끼리 자동차 성능 대결이 필요하게된 것. 이에 따른 욕구가 넘치면서 2000년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스피드웨이 자동차 경주장에서 드래그레이스가 본격 출범해 연간 시리즈로 개최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