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정비공표제도 연구용역 발주
보험가입 차량의 수리비용을 둘러싼 자동차정비업계와 보험사간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토해양부가 가이드라인 제시를 위해 연구용역을 한국산업관계연구원에 발주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수리관련 적정 표준작업시간 산출 및 수리공임 기준이 마련될 경우, 양 업계의 분쟁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피해차량의 신속한 수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자동차정비업계와 손해보험업계간의 갈등이 돼 왔던 자동차보험정비요금 공표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진단해 본다.
◇연구용역 어떻게 이뤄지나
국토해양부는 보험사와 정비업계의 계약 근거기준이 될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자동차보험 정비요금에 대한 조사, 연구를 착수하고 최근 산업관계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국토해양부가 이번에 실시하는 연구용역의 구체적 내용은 크게 4가지로 분류된다.
첫 번째가 자동차보험 사고차량 수리 현황 및 문제점 조사 및 분석으로 여기에는 ▲2005년 6월 이후 사고차량의 정비요구 적용현황 및 추이 ▲정비요금 관련 분쟁현황 및 원인 분석 ▲자동차보험의 적용대상 차량 종류별 손상유형 및 정비형태(판금, 도장, 탈부착 등) 조사 ▲현행 정비요금 공표제도 운영상의 문제점 등이 포함된다.
다음은 적정 표준작업시간 산출에 관한 것으로 연구용역 진행업체는 ▲차량별 정비에 걸리는 작업시간 측정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분석, 표준작업시간 측정의 기본요건 결정 ▲대상 차량의 작업 항목 및 작업범위 선정 ▲작업항목의 분류 및 조정 ▲작업시간의 실측·분석·산정 ▲작업환경, 숙련도 및 기술을 감안한 표준작업시간 산출 ▲외국의 사례 분석 등을 진행하게 된다.
이어 적정 시간당 표준공임 산정을 위해서는 ▲정비업계 경영환경 및 경영실태 분석 ▲자동차보험 정비업체의 표준모델에 부합하는 표본정비업체 선정 ▲적정가동률 및 수익률 결정 ▲외국의 시간당 공임과 경제규모, 국민소득을 감안한 국내 시간당 공임수준과의 비교분석 ▲총비용, 총 작업시간, 가동률 등 공임에 영향을 주는 변수결정 등의 작업을 거치게 된다.
수주업체는 정비요금 공표 시 고려할 사항을 비롯해 보험료 인상, 소비자 부담 증가 등을 고려한 적정 정비요금 제시 등을 담은 정비요금 공표제도 시행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정부는 연구용역이 마무리되는 올해 안으로 정비요금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계획이다.
◇현행 제도 문제점
자동차 정비요금은 공임률과 표준작업 시간으로 구성되나 산정기준이 불합리해 정상적 경영활동에 큰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공임률은 정빙공장 운영에 필요한 제반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낮게 책정해 수지가 맞지 않고 물가상승률 조차도 반영하지 않아 낮은 급여를 줄 수밖에 없어 가뜩이나 구하기 어려운 정비인력을 쉽게 구하지 못하는 등 이중고를 겪게 하는 요인이 된다.
표준작업시간도 실제 정비현장에서 발생하는 작업시간을 적절히 반영해 산출된 것이 아니다. 신차에 대해서는 작업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정당한 보수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서울지역 자동차정비업 경영실태조사에 따르면, 국토부가 2005년 공표한 적정 자동차보험 정비요금의 표준작업시간표에 대해 91.2%가 “불합리가 책정됐다”고 응답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표준작업시간이 지나치게 짧게 책정됐거나(58.6%), 세부작업내용에 대한 표준작업시간이 없는데다(36.8%) 신차종에 대해서는 해당시간이 없어서 견적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예로 탈착교환 표준작업시간의 경우 작업시간이 차량 모델별로 해당차량의 차체구조 및 부품 보급 형태를 반영, 산출돼 있지 않고 차량그룹별(소형, 중형, 대형, 고급형) 또는 차량 구조가 다른데도 동일 그룹에 속한 차량들은 일괄적으로 동일한 시간을 적용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실제로 지난 1995년 이후 정비요금 연도별 추이를 보면 1995년 77만9천원을 기준으로 계속 하락하다가 10년이 지난 2005년 겨우 91만3천원으로 1995년 수준을 약간 상회했고 2008년 94만1천원으로 인상되기는 했으나 1995년 대비 물가지수 배출에 비하면 크게 미치지 못했다.
이는 손해보험사가 시간당 평균공임을 대략 3년 주기로 상향조정한 반면, 표준작업시간을 상대적으로 감축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서울자동차검사정비조합은 “자동차정비요금 산정기준이 되는 시간당 공임률과 작업시간을 책정할 때 자동차정비업계와 손해보험업계 대표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조사.연구를 통해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면서 “정비업계가 정상적 경영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공임률을 물가상승률과 같은 최소한의 인상요인들을 반영해 매년 인상되는 정비인력의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도록 적정이윤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비업계 “요금 조정협의제도 도입해야”
손해보험사와 자동차정비업체간 보험정비요금을 결정할 때 ‘갑’과 ‘을’이라는 관계로 충분한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관행화돼 있다.
서울지역 자동차정비업 경영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보험정비요금의 결정은 “손해보험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한다”고 응답한 업체가 50.0%로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보험정비요금의 계약체결시 급등하는 재료비나 인건비 등 원가 비용의 상승분에 대해서 68.7%의 사업장이 “전혀 반영치 못했다”고 응답했으며, 9인 이하의 소규모 사업장은 83.3%가 “전혀 반영치 못했다”고 답해 교섭력이 약한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정비요금의 조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다.
오히려 자동차정비업체가 재료비 인상률과 보험정비요금을 청구할 경우, 손해보험사가 임의로 정비요금을 산정, 청구가격보다 싼 가격으로 삭감, 지급함으로써 경영부담을 가중시켜왔다는 게 정비업계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손해보험사의 경우, 대다수 손해보험사들이 외부가격 인상요인의 발생을 인정, 국토부가 공표한 보험정비요금의 상한기준 가까이 책정하려 해도 자사의 경영수익 재고만을 위해 하한기준을 고수함으로써 중소 정비업체에 가격인상분을 그대로 전가하는 유아적 경영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비업계는 당사자간 조정협의와 제 3자를 통한 조정이 될 수 있도록 ‘자동차 보험정비요금 조정 협의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