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급발진 사고의 발생과 블랙박스의 장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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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급발진 사고의 발생과 블랙박스의 장착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9.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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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필 수 (대림대학 자동차학과 교수)

  최근 자동차 급발진 사고가 다시 많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7~8년 전 자동차 급발진 문제는 사회적 문제가 되어 많은 논란이 있어 왔다. 최근 다시 급발진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이 문제는 갑자기 등장하기 보다는 종종 발생하면서 각종 매스컴에서 소개되어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다. 최근 이렇게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차량 내에 탑재된 영상과 음성 장비가 이러한 급발진 장면을 저장하여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자동차 급발진 문제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해외 선진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앞으로 자동차는 인류의 가장 강력한 ‘문명의 이기’이면서도 사용방법에 따라 가장 무서운 ‘애물단지’의 역할을 할 것이다. 이 가중치는 물론 우리에게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지구 환경에 미치는 현안이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면서 그 일부 역할을 하는 자동차의 위상도 크게 변하고 있다.

앞으로 자동차의 역사는 친환경과 고연비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되었다. 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자동차 시스템도 점차 전자와 IT가 조화된 모습으로 변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자동차의 전기전자화는 전체 시스템의 약 20~25% 수준이나 향후 2015년 정도에는 약 40% 정도가 전기전자 시스템으로 무장되어 가전제품의 성격까지도 띨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러한 전자시스템이 정밀 제어를 통하여 고연비와 환경 오염원 제거라는 목적을 이행하면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중의 한 가지가 바로 급발진 문제인 것이다. 자동차 시스템의 오동작으로 운전자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움직여 이용자의 안전에 치명적인 위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급발진이 급격히 많이 등장한 시기는 자동차에 전기전자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라고 할 수 있다.
 
각종 시스템이 정밀해지고 전자회로나 컴퓨터용 반도체 등을 사용하면서 이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등이 다른 전자파 등의 장애로 오동작하면서 차량이 운전자의 의지와는 다르게 움직이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얘기이다. 이 급발진으로 인하여 사고는 물론 생명을 잃는 경우까지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에서 급발진으로 법원판결에서 소비자의 손을 들어 준 적이 없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대법원에서 급발진이 발생한 원인을 운전자가 재연하든 가 아니면 원인을 밝히라고 판결하면서 불가능하게 되었다. 급발진의 특징 중의 하나가 사고 후 원인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전자회로와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의 오동작은 전문가들도 밝히기 어려운 작업이다. 그러니 일반 소비자들이 밝힌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메이커에서는 항상 언급하는 것이 운전자가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잘못 사용하여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항상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이 관철되어 줄 곳 소비자의 패소로 이어졌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급발진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급발진 문제는 심증은 가나 물증을 확보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주변에서 이러한 징후는 여러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몇 년 전에 자동차 안전 규정 중 기본 검사항목으로 전자파 규제가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다른 전자회로가 또 다른 전자회로의 교란을 시도하지 못하게 차폐를 철저히 하라는 것이다.

또한 비행기를 탑승하고 이륙과 착륙을 할 때 휴대폰 등 전자 장비의 사용이 금지된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륙과 착륙 시 유해 전자파 장애에 의하여 기계적 오동작을 일으켜 추락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만큼 전자파 장애는 주변에서 인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자동차 급발진이 다시 많이 발생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심지어는 특정 모델에 많이 나타난다는 얘기도 나오면서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몇 가지 항목을 고려할 수 있다.

첫째로 일방적으로 운전자의 과실로 치부되었던 판례가 바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차량용 블랙박스의 설치인 것이다. 단순한 영상이나 음성 저장 형태가 아니라 사고 전후의 면밀한 차량 상태의 각종 정보 수십 가지가 함께 저장되어 원인을 확인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항상 문제가 되어 왔던 교통사고 시 피해자와 가해자를 가릴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자료를 제공해주는 장치여서 더욱 기대가 되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업그레이드 작업이 계속 진행되어 고정밀도의 차량용 블랙박스가 등장할 것으로 확신한다. 이 차량용 블랙박스는 미국을 비롯하여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의무 장비로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둘째로 급발진 문제의 수면 위 도출은 자동차 메이커 등에 치명적 손실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특정 메이커나 특정 모델에 주로 발생한다는 얘기가 나오면 소비자들은 해당 메이커나 차종을 기피하고 이는 회사의 존립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객관적인 자료가 제시된다면 기존의 판례를 뒤집는 경우도 발생하여 천문학적인 소송을 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면밀한 대안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셋째로 자동차 급발진 문제를 철저히 다룰 소비자 단체의 등장도 예상된다.

예전까지는 급발진 문제에 대하여 전문적으로 다룰 자료나 기회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불가능하였으나 이제는 본격적으로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신문이나 방송매체에서 자주 언급하게 되면 국민적 관심사는 여기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종종 등장하였던 급발진 문제를 생각하면 될 것이다. 넷째로 자동차 문화에 대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97%라는 가장 높은 나라이면서도 에너지 사용률은 세계 1, 2위권일 정도로 낭비가 높은 나라이다.

차량도 가솔린 엔진 기반이며, 대형차, 수동변속기 등 낭비가 큰 장치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급발진은 동력을 직접 운전자가 끊고 이어주는 수동변속기에서는 발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승용차 95% 이상이 자동변속기를 장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동변속기 사용이 과반수에 이르는 유럽의 경우 급발진 문제는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는 자동차 문화의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미래형 자동차의 발전을 이루면서 건전한 선진형 소비자 문화가 조화를 이루기를 바라면서 ‘자동차 급발진’이라는 용어가 사라졌으면 한다. 관심을 높여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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