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46주년기념특집] 중고차매매시장의 지각변동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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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46주년기념특집] 중고차매매시장의 지각변동 예고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2.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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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라인, 경매 ‘3원화 체제’ 개시

자동차 관련 업계 가운데 중고차매매시장에 심상치 않은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장기적 전략하에 대기업의 발 빠른 행보가 눈에 띄고, 기존 전자상거래에서 대표적인 거래방식으로 정착된 경매방식이 도입되기 시작했으며, 일본 등 외국의 기업형 매매업체의 진출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매매연합회를 중심으로 한 중소상인들과 SK엔카로 대표되는 대기업간의 갈등은, 업계 지각변동으로 눈사태가 덮쳐오는 줄도 모르고 서로 눈싸움만 벌이는 형국에 비유되기도 한다. 이에 국내 매매시장의 현황과 변화, 대응방안을 살펴 업계의 미래를 조명한다.

▲ SK의 전방위적 행보

SK이노베이션이 지난 9월18일 충남 서산일반산업단지에서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생산공장의 준공식을 갖고 에너지 부문에서도 특히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공언했다.

용량 2차전지 배터리 시장규모는 2020년 최대 1000억달러(약 11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신성장동력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선두그룹인 LG(연산 20만대)와 삼성(연산 10만대)에 이어 SK의 진입으로 3파전 양상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이번에 준공하는 서산 공장은 총 2500억원을 투자해 23만1000㎡(7만평) 부지에 연면적 5만3508㎡(1만5000평) 규모로 건설되며, 전지·포메이션·팩 등 3개 동으로 구성된 연상 1만대 공급설비가 완성될 것으로 전해졌다.

최재원 수석 부회장이 ‘2020년 글로벌 시장 1위를 달성’을 자신할 정도로 SK이노베이션의 행보는 사뭇 전략적이며 전방위적이다.

2009년 10월 독일 다임러그룹 산하 업체 미쓰비시 후소가 만들 하이브리드 상용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지난해 2월에는 메르세데스AMG의 최고급 사양 수퍼카 ‘SLS AMG E-CELL’의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현재는 독일 자동차부품회사인 콘티넨탈과 손잡고 51대49의 비율로 올 연말까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데, 주목할 점은 완성차 업체에 계약을 맺는 방식이 아닌 글로벌 부품업체와 전기차용 배터리 팩 솔루션 공급을 목표로 한다는 점이다.

국내 시장의 경우 기아차 ‘레이EV’에 배터리를 공급하면서 검증을 거쳤다.

이어 지난 5월 종전까지 87%의 지분을 보유했던 SK엔카를 통해 르노삼성와 중고전기차 사업모델 개발과 공동 마케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지난 7월에는 직접 기아차와 전기차 보급 및 개발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 매매업계가 긴장한 이유

SK 측은 정비연합회에도 다방면의 협조 및 상생안을 제안하고 있다. 지난 6~7월 삼성과 SK측 관계자가 전문정비연합회를 방문해 실무 회담을 통한 협력안을 모색했다.

그러나 중고차매매업계 입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향후 자동차업계에 주력으로 떠오를 전기차의 중고시장모델을 대기업이 선점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매매조합의 한 관계자는 “특히 지정폐기물이면서 고가인 전기차 배터리는 향후 환경을 중시하는 시장 분위기에 따라 재활용이 필수적이고 이를 원활히 관리·유통한다는 명목으로 중고차시장에 진입하려 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제조에 관한 신기술 개발을 통해 해당 업계에 진출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나 중소상공인이 주를 이룬 중고차매매업계로 확산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SK엔카는 “르노삼성차와 체결한 협약에 따라 향후 르노삼성자동차의 부산 공장에서 양산 후, 일반 고객에게 판매되는 전기자동차가 중고차로 판매될 경우 SK엔카의 광범위한 중고차 매매네트워크를 통해 원활하게 유통될 수 있는 중고차 공급망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전국자동차매매연합회(회장 신동재)는 지난 7월10일 긴급총회를 갖고 ‘SK엔카 중고차시장 진출 즉시 철회 통보 및 대규모 항의집회 개최’를 결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정부가 ‘친서민·친중소기업’과 ‘동반 성장’을 강조함에도 SK가 정부의 정책을 무시한 채 소매업에 진출하는 건 연합회 소속 3만7000명 종사자와 30만 가족들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행위로 판단된다”며 “총회를 통해 ‘SK 엔카(주)’ 회원을 제명키로 결의했으며 이에 따라 행정업무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 중고차매매시장 3원화 체제 돌입

지난 8월에는 중고차중개거래소 ‘카스닥’이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와 안전결제 대행서비스 계약을 체결하고 G마켓 사이트에서 소비자가 경매를 통해 딜러에게 자차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어 아주캐피탈도 국내 최대 자동차 경매장인 서울자동차경매장과 업무 제휴를 맺고 자동차 경매사이트 ‘오토스토리(Auto Story)’를 구축해 9월부터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소비자 경매 서비스를 개시했다.

G마켓의 경우 옥션의 입찰방식을 도입해 과거 전자상거래시장 확대시기에 경매식 구매가 미쳤던 영향력을 기대하는 입장이고, 오토스토리 역시 사울자동차경매장의 인프라와 시스템을 통해 검증된 대행서비스로 고객 만족도에서 차별화를 기할 수 있으리란 계산이다.

이에 따라 기존의 매매단지와 온라인중고차쇼핑몰이 결합한 매매시장 시스템에, 대기업이 선두적 행보를 보이는 중고전기차 유통방식과, 소비자가 경매사이트 방식의 3원화된 체제가 출범한 셈이다.

물론 현재 전기자동차는 국내시장 점유율이 4%대에 머물러 있고 충전 인프라 및 관련 제도 미비 등 선결과제가 산적해 있어 중고전기차시장 확대까지는 수년간의 성숙 기간을 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찬가지로 소비자 경매사이트 역시 아직까지는 소비자 인식과 선호도가 낮고 실효성에도 의문이 있어 실질적인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대기업 중고차사이트의 한 관계자는 “경매 방식에 대해 크게 의식하고 있지 않다”며 “소비자는 자차를 매도할 때 신속하고 고가로 판매되길 기대하나 경매 과정은 소요 기간이 길고 전문매입딜러들의 까다로운 입찰로 희망하는 수익을 얻기 어려워 큰 호응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기업의 온라인 방식 적용 후 13년이 지난 시점에서 급박하게 돌아가는 시장의 판도 변화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일선의 한 중고차 데이터리서치 전문가는 “최근 시장 경색과 침수차 우려 등으로 소비 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있어 대형 중고차쇼핑몰 위주로 차량 사고이력조회 서비스를 무상제공하기 시작했다”며 “소비자에게 보다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라는 그간의 요구에 대해 묵묵부답이던 이들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매출 요인을 포기하고 일부 수익구조를 개편하는 현상에서 이미 시장 변화는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미래적 대안을 위한 검토 지점들

일본의 경우 중고차 매매의 95%가 사업자거래다. 법인거래를 고려하면 개인거래는 거의 전무하다시피하다. 이처럼 사업자거래가 절대적인 신뢰를 얻게 된 데는 개인거래의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이다. 즉,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는 사업자거래의 양성화와 투명화만이 대안인 셈이다.

미국의 경우 기업형 매매업체가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으며, 특히 매매업체가 직접 정비소와 계약해 성능검사는 물론 사후 보상 수리까지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의 경우는 기업형 전문업체들이 50% 이상 차지하고 있다. 기존 대기업의 계열사가 아닌 중고차매매업계에서 신생 기업으로 성장해, 검사부터 매매까지 일원화된 서비스와 차량정보의 투명한 공개, 사후책임 등의 서비스 품질 강화를 통해 소비자 검증을 거쳐 시장 점유율을 쌓았다.

이중 대표적인 대형 중고차업체로 일본에서 업계 4위를 차지하고 있는 ‘카치스 홀딩스(Carchs Holdings)’가 최근 서울 여의도에 사무실을 개설하는 등 국내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어 시장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협정에 따라 외국업체의 진출을 제한하거나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와중에, 이들의 선진화된 시스템과 노하우를 경험한 소비자들의 평가가 한국민 특유의 입소문을 통해 급격히 확대된다면, 기존의 국내 시장 기준을 뒤흔들어 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 SK엔카가 진출한지 13년이 지났으며 시장 점유율이 5%안팎에 그쳐 있으나 성능검사의 품질을 격상시켰고, 투명한 차량정보 공개를 선도해 100만대의 매물 정보를 확보할 정도로 선호도가 높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중고차매매연합회의 경우 전산망구축을 통해 현물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내부적으로 딜러 교육 강화와 제도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보험개발원의 ‘카히스토리’ 사이트를 통해 자동차 사고이력을 확대 공개하는 등 보다 투명하고 정확한 차량정보 공유에 힘쓰고 있다.

이들 관련 주체들이 힘을 모아 전산의 통합과 편리한 시스템 개발·구축, 거래방식의 일원화와 성능검사 품질 향상 및 거래가 균일화를 실현하는 것만이 입지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아닐 수 없다.

당장에 수익과 지배력 유지에만 급급해 내부로부터의 변화를 꾀하지 않는다면 국내 15조 규모의 중고차매매시장은 머지않아 일본 및 미국 기업형 업체들의 각축장으로 돌변할 것이 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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