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장안평매매단지 … 현대화 계획 ‘꿈’ 이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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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장안평매매단지 … 현대화 계획 ‘꿈’ 이룰까?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3.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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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자동차 복합단지 개발 본격 추진
단지 내 업자와 이견 등 해결 과제 여전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 지난 24일.

서울 장안평중고차매매단지(이하 매매단지)는 여느 때보다 한산해 보였다. 매장 대부분 사람 발길이 뜸했다. 업자들은 이곳저곳 모여 비를 피하며 한담을 즐기고 있었다.

한 매매업자는 “요즘처럼 장사 안 되는 때는 비용 때문에 상사 문 열기가 겁이 날 정도”라고 말했다.

매매단지는 한 눈에 봐도 낡은 시설이란 걸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수없이 많은 점포까지 뒤엉켜 있어, 처음 찾는 이들에겐 접근하기 어려운 곳으로 다가왔다.

이곳이 한 때 한국 최대 중고차시장이었다는 사실은 매매단지 어느 곳에서도 확인하기 힘들었다. 최소한 현장을 찾은 기자 눈에는 그랬다.

최근 매매단지 ‘재개발’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한 동안 잊힌 사안처럼 여겨졌는데,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의욕을 보이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분위기다.

시는 현재 30년 넘게 중고차 유통 중심으로 자리매김 해 온 매매단지 위상을 살려 자동차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복합단지를 계획하고 있다. 올 초부터 자체 TF팀을 구성하고 장안평 일대에 대한 정비계획을 수립한 것.

시는 신차와 중고차매매를 비롯해 부품․공구판매, 차량정비를 한자리서 해결할 수 있는 자동차 종합단지로 정비할 방침이다. 낡은 시설을 현대화해 지역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성격이 짙다.

매매단지 일대가 매매․정비․부품유통이 잘 갖춰져 있어 도시산업 핵심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도 봤다.

이에 더해 자동차 관련 국제무역센터나 문화관, 테마파크를 세워 ‘중고차 단지’로 각인된 장안평을 지역 특성을 강조한 복합단지로 키우겠다는 게 서울시가 추구하는 목표다. 또한 환경정화시설은 물론 한양대나 성수 준 공업지역을 확대 연계한 개발도 시도된다.

시는 지난달(8월) 20일 중랑물재생센터 강당에서 ‘자동차산업 정비방향 마련 설명회’를 열고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설명회에는 성동구․동대문구 관계자는 물론 중고차매매 사업자단체와 개별 업자, 부품업자, 공구업자가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설명회에 참석했던 매매업계 한 관계자는 “현장 분위기를 수렴하기보다는 시 추진 계획을 단순 설명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시는 다음달(10월)까지 장안평 일대에 대한 산업발전 기본계획을 세울 방침이다. 이를 근거로 용역을 실시해 오는 2015년 말까지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마련한다.

매매단지는 지난 1979년 조성됐다. 30년 가까이 전국 최대 규모 중고차시장을 형성해 왔다. 하지만 서울에만 여러 곳에 매매단지가 들어서면서 점차 비중이 줄어들었다. 각종 시설 인프라에 대한 보수․정비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퇴락한 이미지를 주고 있다.

현재 매매단지는 지상3층 건물 4개동 연면적 2만9883㎡(9040평)에 매매상사, 보험사, 정비사, 부품․공구상가, 서비스 시설 등 652개 점포가 들어서 있다. 비교적 최근에 지은 인근 시설을 포함해 매매상사 140여개 정도가 운영되고 있다.

매매단지 재개발 논의는 2000년대 들어 활발해졌다. 낡은 시설이 주변 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주고, 곧장 거래 부진으로 이어져 업체에 악영향을 준다는 위기의식이 영향을 줬다.

현대화사업이란 이름으로 추진된 재개발은 2009년부터 시작됐는데, 2010년 사업을 전담 추진할 조합까지 설립됐다.

가칭 오토플렉스로 불린 31층 규모 첨단 복합타운이 매매단지를 대신할 계획이었다. 내부에 신차 전시장과 중고차매매장, 자동차․자전거연구센터, 각종 업무시설, 교육장은 물론 인근 지하철역과 연결된 쇼핑몰을 입주시키는 세부 방안도 나왔었다.

독일 아우토슈타트와 일본 메가웹이 롤 모델.

그러나 부지 용도변경과 고도제한 해제와 같은 규제완화 시도가 난관에 부딪혔고, 입주 업자 이해관계까지 얽히면서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해졌다. 올 초 진행됐던 주민동의서 요청과 사업계획안도 총회에서 부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매매단지 내 업자 상당수가 현대화사업에 원론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반면 세부적인 추진 과정이나 방법에 있어서는 다소간 이견을 보이고 있다.

시 추진 계획과도 상이한 부분이 존재한다. 시가 매매단지와 일대를 망라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면, 조합이나 업자 상당수는 여전히 단지로 한정한 개발 외에는 다소 부정적이다. 이를 근거로 이견 조율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묵은 과제가 선결돼야 한다는 입장도 나왔다. 장안평자동차매매사업조합의 경우 “원칙적으로 매매단지 현대화사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계획이 제대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묶여 있는 부지 용도가 우선 변경돼야할 것”이란 입장을 서울시에 전달한 바 있다.

현재 매매단지는 유통업무설비라는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돼 있어 일반상업지역보다 용적률 제한이 크다. 재개발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매매단지 현대화사업은 사실상 ‘재건축’ 개념. 따라서 사업 추진에 대해 조합과 개별 업자 모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사업이 시작되면 상당기간 매매단지에서 영업이 불가능해진다.

서울 시내에 대체부지 확보가 쉽지 않아 임시 이전도 여의치 않다. 대규모 임시 이전 부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조합도 난감해질 수 있다. 조합원이 분산되면 결속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따라서 일부 업자는 “나서서 시 계획을 반기기보다는 추이를 지켜보며 득실을 따지는 게 좋을 것 같다”며 한 발 물러선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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