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번호판, 이젠 시-군-구청에서만 보관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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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번호판, 이젠 시-군-구청에서만 보관해라?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3.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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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조합 보관․관리업무서 배제 시행규칙 개정
업계 “현장 실정 외면한 탁상행정” 비판 제기

매매용 중고차 앞면등록번호판(이하 번호판)을 일선 자동차매매사업조합(이하 조합)이 관리할 수 없는 걸까?

정부가 최근 조합이 번호판을 보관․관리할 수 없도록 제도 개정에 나서자 업계 일각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정을 외면한 탁상행정이며 모순된 조치”라는 주장이 나왔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9월) 17일 기존 조합에게까지 부여했던 번호판 보관 업무를 시․군․구청으로 한정 짓는 내용이 담긴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령안에서 정부는 조합이 번호판을 보관하는데 있어 제대로 관리 업무에 나서지 않아 관련 제도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이를 근거로 번호판을 시장․군수․구청장이 보관․관리하는 쪽으로 개선하기로 한 것.

정부는 대신 지자체가 업자에게 매매용 중고차 전용번호판을 따로 교부하고, 등록번호판보관대장을 작성․비치토록 했다.

당장 업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일선 업자가 과도한 업무에 부담을 느낄 것이란 게 비판 핵심. 일부 업자는 “서울․부산 등 광역자치단체는 문제가 덜하지만, 교통 등 인프라가 덜 갖춰진 지방은 번호판 업무 때문에 시간 빼앗기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는 조합 등이 번호판을 관리해 주말에도 비교적 수월하게 중고차를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제도가 바뀌면 해당 지자체가 주말에 관련 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당직자를 둬야 거래가 가능해진다.

인력 확보나 업무에 따른 추가 행정조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지자체가 중고차 매매업 현장을 이해하지 못할 경우 업무에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도 크다. 정부 개선안이 시행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관측이 이 때문에 나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직장인의 경우 주말 외에는 딱히 시간을 내지 못하는 데 평일을 이용해야 한다면 여러모로 불편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가 앞서 정부 추진 온라인이전등록 계획에 정면 배치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계획은 올 초 강남구청과 강남자동차매매사업조합을 상대로 시범운영에 들어간 바 있다. 중고차를 사고 팔 때 이뤄지는 모든 행정업무를 전산망을 통해 처리하고, 이를 일선 지자체가 관리할 수 있다.

개별 업자가 온라인을 통해 등록증을 출력할 수 있어 원격지에서도 편하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왔었다. 업자들은 “번호판을 지자체가 보관하게 되면 이런 조치가 사실상 무의미해진다”고 주장했다.

조합 관리가 비효율적이라고 보는 정부 시각에 문제를 삼는 업자도 있었다. 번호판 관리 업무를 제도화할 당시 비교적 조합 등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지방의 개별 업자가 불편을 호소하는 일이 잦았다. 이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업자 6명 이상이 모여 일정 기준 시설을 갖추면 번호판을 보관할 수 있게 제도가 개선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합이 관리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한 건 사실상 정부였다”며 “그런데도 조합이 제대로 일 하지 않는다며 지자체로 관리업무를 일원화 하는 것은 지극히 행정편의주의 발상”이라고 말했다.

적지 않은 업자들이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시점 입법예고가 이뤄진 점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기습적’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이도 있었다.

이들 모두 “입법예고 기간 정부가 현장에서 나오고 있는 비판을 수렴해 현실적으로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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