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7주년 특집]車관리사업 현안과 과제-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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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47주년 특집]車관리사업 현안과 과제-정비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3.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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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요금 둘러싼 업계갈등 … 정비기술정보 공유로 해결해야

자동차제조사 의무공개 제도화 선행 필요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보고서 통해 주장해
정비업계, “난제 해결 하나의 방편 될 것”

정창수(58)씨는 양평동에서 국내 한 정유사 계열 프랜차이즈 정비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원래 작은 가게 수준 카센터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10개월 전 양평동으로 터전을 옮기면서 대기업 가맹점을 선택하게 됐단다.

카센터를 명의이전 받자마자 널리 알려진 상호가 쓰인 간판을 달았다. 고객유치 차원에서 대기업체인망에 들어가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막상 일을 시작하고부터 과제가 쌓였다. 바로 옆에 국내 자동차제조사 협력정비업체가 나란히 들어서 있는 게 여간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었던 것. 정씨는 나이 들어 첨단 신차 정비가 신경 쓰이는 마당에, 정비기술마저 협력업체보다 뒤처질까 고민이 크다고 했다.

정씨는 “신경은 많이 쓰이지만 열심히 일하면 사업이 더 잘 될 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갈수록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기름밥 먹고 살 때는 이미 지난 것 같다”는 자조 섞인 소리가 업계 현장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악화된 여건 속에 정비요금 문제가 정비업계 발목을 잡고 있다. 해묵은 논쟁거리다. 그간 다양한 방안이 나오기는 했지만,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한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정비업계는 보험사가 현실을 외면한 채 자의적인 잣대로 요금을 책정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반면 보험업계는 정비업체가 부당한 비용을 청구해 시장 질서를 교란한다고 맞선다.

이를 두고 적지 않은 업계 관계자가 “보험업계 보다 약자 입장인 정비업계가 끌려가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정비요금 산정도 현재로썬 보험업계 개발 AOS시스템 이용이 대세다.

현실적인 대책이 제시돼도 업계 내외부적으로 이견이 커 구체화되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한 자동차 정비요금 책정을 위해 자동차제조사가 정비기술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제도화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금융정책실 연구위원이 낸 연구보고서에 따른 것. 송 연구위원의 보고서는 보험연구원 <Kiri Weekly 제243호>에 실렸다.

▲수직적 계약 관계가 시장질서에 영향=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정비업체의 보험수리 의존도가 높은 까닭에 보험사와 정비업체간 공임비를 둘러싼 분쟁이 적지 않은 상황. 정비업체 매출 가운데 공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62.9%에 이른다.

정비업체와 보험회사 사이 벌어지는 소송 쟁점도 과도한 수리․작업시간, 국산차보다 높은 외제차 시간당 공임 등이 주를 이룬다.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국토교통부가 자동차보험 적정 정비요금을 공표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이것이 오히려 양 업계에 더 큰 갈등을 불러일으켰다고 보고 있다. 실제 건전한 시장가격 형성 원리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도 폐지를 요청하기까지 했다.

송 연구위원은 “적정 정비요금 공표와 같은 지엽적인 접근으로 관련업계간 갈등을 증폭시키고 시장을 왜곡시키기보다는, 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을 고찰․개선하는 접근방식으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비요금에 영향을 미치는 시장의 구조적 문제로 “자동차제조사와 협력정비업체간 수직적 계약”을 꼽았다. 수직적 계약은 자동차제조사가 정비기술정보를 협력정비업체에게만 차별적으로 제공하는 것. 일반정비업체의 부품 접근 가능성을 제한해 경쟁력을 상실하게 만든다.

자동차가 첨단․전자화되면서 정비기술정보 제공․교육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 덩달아 자동차제조사가 정비기술정보를 협력정비업체에게만 제공할 소지도 커졌다. 제조사 입장에서 정비기술정보는 상당한 투자 결과물이기 때문. 협력정비업체에게 보다 많은 정비기술정보를 제공하면 이익을 극대화할 수도 있다.

송 연구위원은 “수직적 계약 관행이 정비업계 공정 경쟁과 정비요금 형성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며 “보험사가 높은 정비요금과 지급보험금을 물게 되고,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돼 비용과 권리를 침해당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정보 공개가 공정경쟁․소비자권리 보장=국내 정비업체는 지난해 12월 기준 총 3만5170개. 이중 자동차제조사 직영사업소나 협력업체는 총 4130개로 전체의 11.7%를 차지하고 있다.

법에 따라 자동차제조사는 자동차 점검․정비 및 검사를 위한 기술자 또는 교육 자료를 이들 업체에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제공대상 정보의 범위․방법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는 않다. 또한 위반 시 처벌규정도 없어 실효성도 부족하다.

이로 인해 일반정비업체가 수리할 수 없는 물건이 발생하고 있는 것. 상대적으로 일반정비업체는 신차나 고급차 정비 비율이 떨어지고, 대신 옛날 방식 정비․교환이나 소모품 위주 작업에 치우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정비기술정보 차별 제공에 따라 ▲정비 산업 내 공정경쟁기회 박탈 ▲자동차제조사의 정비업체에 대한 영향력 심화 ▲소비자 정비권 및 정비업체 선택권 제한 ▲정비요금 인상 초래 ▲자동차정비 불량사고 유발 ▲소비자․보험사․정비업체간 분쟁 발생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해 유럽연합(EU),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은 공정경쟁 조성과 소비자 권리 증대, 안전성 제고를 위해 자동차제조사가 의무적으로 일반정비업체에 기술정보를 제공하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보다 엄격하고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보고서 주장.

보고서는 일반정비업체가 정비기술정보에 보다 쉽게 접근하면 업계와 소비자는 물론 보험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 우선 정비업계 내 공정경쟁이 이뤄져 소비자 부담을 완화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보험수리 의존도가 높은 일반정비업체에 표준정비 방법과 절차가 제공돼 보험사와 정비업체간 소모적 갈등도 감소할 것으로 봤다. 소비자는 정비업체 선택권 증가, 불량정비 감소, 정비요금 및 보험료 인하 등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일반정비업체에 대한 정비기술정보 제공이 자동차제조사 지적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주장도 있다. 보고서는 제공대상 기술정보 범위 설정을 통해 이를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EU와 미국은 기술정보를 교체부품 생산정보와 달리 보고 있다. 지적재산권과 사업기밀을 침해할 가능성이 낮다고 본 것.

보고서는 자동차제조사 정비기술정보 제공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제공대상 정비기술정보 범위와 방식이 구체적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 연구위원은 “자동차제조사 정비기술정보 제공을 법제화할 것인지, 업계 이해당사자간 합의에 근거해 시장의 자율적 규제에 의존할 것인지는 모두가 함께 고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업계가 정비 관련 정보․통계 축적해야=보고서 내용을 접한 관련 업계는 일부 수긍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비요금 관련 난제를 해결하는 한 가지 방편이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정비사업자단체 한 관계자는 “법으로 정해진 신차에 대한 정비기술정보 제공 기간이 끝난 후에도 정보에 계속 접근할 수 있게 해줘야한다”며 “지역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모든 정비업체가 기술을 공유하게 된다면 공임으로 인해 야기되는 정비요금 편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별 부품 단가를 알면 가격산정이 가능하고, 이에 따라 표준작업시간(부품교환에 걸리는 시간)을 만들어 정비요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관련해 부품가격과 표준정비시간 자료를 의무 공개하도록 법 개정이 이뤄지고 있다. 소비자 불신을 비롯해 보험사와 정비업체간 정비요금 적정성을 놓고 발생하고 있는 분쟁을 해소하자는 취지다.

한 자동차 사업자단체장은 “보험사는 대개 몇 십 년간 축적해 온 데이터를 토대로 적정 정비요금을 산정해 놓고 이를 근거로 대응하기 때문에 그간 정비업계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분위기가 지속됐다”며 “이에 맞서 정비업계도 정비기술정보 제공을 시작으로 차곡차곡 정비 관련 통계를 축적해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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