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위 자동차강국에 걸맞지 않는 자동차 문화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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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5위 자동차강국에 걸맞지 않는 자동차 문화수준
  • 관리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7.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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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자동차 생산규모에서 일본, 미국, 중국, 독일에 이어 세계 5위에 올라있고, 제대로 된 독자모델을 만들고 글로벌 경영체제를 갖춘 세계적 대 메이커그룹이 존재하는 6대 자동차선진국(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한국, 이태리) 클럽에 들어있다. 그런데 이렇듯 자동차산업이 선진강국 대열에 올라있는 우리나라의 자동차문화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자동차문화의 개념을 한 두마디로 간단히 정의하기는 쉽지 않지만 대체로 “사람과 자동차, 그리고 이들을 위한 제도, 법규, 교통시설 등의 환경 요소가 상호 유기적으로 작용하며 형성되고 공유되는 제반 사회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문화의 수준은 자동차와 더불어 사는 사회구성원들이 얼마나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각자에 필요한 차를 가지고 유익하며 안락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지의 정도에 따라 가늠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기준에 입각하여 선진 외국의 예와 비교해 본 우리의 자동차문화 수준은 크게 떨어진다. 우선 도로교통사고율이 매우 높다. 그간 정부와 관련기관이 교통사고감소를 위해 많은 투자와 노력을 하였고 과거에 비해 발생건수나 사망자수가 줄긴 하였으나 아직도 OECD 국가 중 최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이로 인해 사회경제적 손실은 물론이고 많은 사람들의 삶이 크게 고통 받고 있다. 또한 교통공해가 선진외국에 비해 심하다. 배출가스로 인한 대기오염 뿐 아니라 경적, 과속 등에 의한 소음공해도 크다. 신차에 대한 배출가스기준은 선진국 수준을 적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비불량, 불법개조, 과거의 완화된 배출가스기준 하에서 생산된 노후차량 등과 불필요한 경적의 사용, 대형차들의 폭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리 운전자들의 불법, 난폭운전, 상대방을 배려치 않는 무례한 운전행태도 자동차문화수준을 끌어내리는 주요한 요인이다. 버스와 택시의 과속, 난폭운전은 대중의 안전을 위협하고 승객의 안락성을 떨어뜨리며, 일반 자동차들도 교차로 대기 시 정지선을 무시한 정차로 보행자들에게 불편을 끼치고, 신호대기후 파란불이 켜졌을 때 잠간만 지체해도 뒷차가 경적을 울려대는 행위, 주행 중 수시로 차선을 바꾸고 앞질러 끼어들기, 도로의 모퉁이 등 주정차가 금지된 곳에서의 태연한 주정차 등등 선진 외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우리 운전자들의 나쁜 운전행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교통시설의 구축과 관리상의 문제도 크다. 자동차의 급속한 보급과 함께 우리나라의 도로 건설은 매우 활발했고 전국의 도로포장율은 80%에 이르러 선진국 수준이다.
그러나 주택가나 상가 등의 이면도로나 골목길의 상태는 열악한 부분이 많다. 대부분의 도로가 협소하고 차도와 인도의 구분이 없어 보행이 불편하며 사고의 위험성이 크다. 선진국의 경우 아무리 협소한 곳이라도 차도와 보도는 구분되어 있으며 그것이 불가능한 곳에서는 차량의 일방통행 또는 진입제한으로 보행자를 위한 도로 환경이 정비되어 있다.
또한 도로안내 표지판이 정작 필요한 곳에 설치되어 있지 않거나 부정확한 표시, 훼손, 가로수 등에 의한 시야장애로 편안하고 안전한 운행을 방해받는 수가 많다.
소비자들의 자동차 선택과 이용에서의 비합리성도 지적될 만하다. 승용차는 가능한 대형차를 선호함에 따라 편리하고 경제적이며 친환경적인 소형차와 경차의 수요는 외국에 비해 현저히 적다.
작년도 우리나라의 1500cc 이하 경·소형차 판매 비율은 전체의 12%에 불과하였으나 일본과 이태리의 경우는 50%를 차지하고,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은 30%나 된다. 승용차의 스타일도 대부분 4도어 세단에 집중되어 있어 구미지역에서 많이 운행되는 실용성이 큰 5도어 해치백이나 화물적재공간이 큰 왜건, 스포티한 3도어 쿠페 등은 거의 볼 수가 없다.
각자의 기준에 의한 자동차의 실질 가치를 중시하기보다 자기 과시의 수단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국내 차종의 다양성 부족은 세계시장에서 한국차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우리의 자동차산업이 진정한 자동차 강국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동차문화도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자동차문화의 수준이 향상되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여러 문제점들을 포함하여 개선되어야할 사항이 너무나 많다. 자동차 제작사, 국민, 정부 모두 우리사회의 선진 자동차문화 창달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가일층 노력해야할 것이다.
<객원논설위원·전 자공협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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