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와 자동차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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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와 자동차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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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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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의 지대한 관심과 논란 속에 진행된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되자마자 이번에는 유럽연합(EU)과의 FTA 협상이 개시됐다. 미국보다 경제적 규모가 크고 우리의 총 교역량이 중국에 이어 2위인 EU와의 FTA는 그 영향력이 미국 못지않게 클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자동차의 경우는 미국과의 FTA를 훨씬 능가하는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U의 자동차 시장규모는 1600만대로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며 한국보다는 10배 이상 크다. 한국은 작년에 74만대의 자동차를 수출하였고 EU로부터는 2만3000대를 수입해 우리의 수출물량이 약 30배 많았다. 그러나 금액으로는 92억달러 수출에 16억달러 수입으로 약 6배가 많았는데 이는 수입 유럽차들에 고가의 대형 고급브랜드가 많기 때문이다.
양국의 현행 관세를 비교해 보면, EU는 승용차에 10%, 트럭, 버스 등 상용차에는 최고 22%의 고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승용차 8%, 상용차 10%로서 EU보다 관세율이 낮다.
FTA의 체결로 이러한 양측의 관세가 없어졌을 경우, 한국의 승용차는 유럽시장에서 10% 관세 인하 분만큼의 가격경쟁력이 향상되어 수출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이며, 상용차는 최고 22%의 관세가 없어지는 만큼 현재 전무하다시피 한 트럭(소형)의 수출 확대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 최대 메이커인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미 슬로바키아에 30만대 규모의 현지 생산공장이 있고 체코에 30만대 규모의 공장건설에 들어갔으며 EU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터키의 공장도 최근 10만대 규모로 확장했다. 이들은 모두 EU 역내 공급을 겨냥하고 있어 이들 공장이 본격 가동될 경우 한국에서의 직접 수출은 감소될 것이며 그만큼 한·EU FTA의 혜택은 제한적이 될 것이다.
그러나 GM대우, 쌍용차, 르노삼성 등은 그들 그룹사의 글로벌 경영전략상 한국의 중요성이 부각되어 한국에서의 생산활동을 강화하고 대 EU 수출을 크게 늘려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국내 시장은 한·미 FTA보다 몇 배나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미국차와는 달리 유럽의 승용차는 최고의 기술력과 고급차로서의 경쟁력을 갖춘 브랜드가 많아 현재 한국의 수입차 시장에서 점유율이 가장 높다. 여기에 8%의 관세가 철폐될 경우 유럽차들은 달리는 말에 날개를 단 형국이 될 것이다. 고급차뿐 아니라 루마니아, 폴란드, 슬로바키아 등 한국보다 소득수준은 낮으나 기술력이 있는 동구지역 EU 회원국에서 생산된 글로벌메이커들의 중소형 승용차들의 국내 진출도 예상할 수 있다.
예컨대 루마니아에서 제조되는 르노의 소형차 로간은 가격이 600만원대에 불과해 한국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상용차도 특히 대형트럭은 스카니아, 볼보, 벤츠, 만, 이베코 등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회사가 많고 한국에서도 이미 30%이상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이들 차의 국내시장 확대에 가속력이 붙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 자동차들이 지금보다 가격과 품질경쟁력을 향상시키지 못한다면 FTA 체결 후 한국차의 대 유럽 수출증가율보다는 유럽차의 한국 내 판매증가율이 더욱 높고 국내시장을 크게 잠식당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더욱 유의해야할 사항은 관세장벽 못지 않게 중요한 비관세장벽이 될 수 있는 EU의 고강도 환경·안전 관련 기준의 강화 문제이다. 우선 EU는 자동차 형식승인과 안전검사에 있어 한국과 상호주의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즉 한국은 EU산 차량에 대해 총 42개의 겸사항목 중 26개 항목은 EU의 기준을 그대로 인정하고 있으나 EU는 그들의 총 51개 항목에 대하여 모두 안전검사를 실시하고 있어, 우리 차의 유럽 진출 시 더 많은 비용과 어려움이 따른다. 그리고 EU는 배기가스 기준을 EURO-6까지 대폭 강화할 예정이며, 승용차에 대한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의 대폭 감축 규제화, 폐차(ELV) 처리지침 강화, 보행자 보호를 위한 자동차 설계기준 강화, 유해화학물질을 규제하기 위한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의 도입 등은 EU시장 진출에 큰 장벽이 되고 있다.
이들 강화되는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개발과 엄청난 비용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유럽차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떨어지고 물량이 적은 한국 업체들에게는 더욱 불리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다.
이들 규제강화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유럽수출이 타격을 받고 FTA 효과를 누릴 수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따라서 EU와의 FTA 협상에서는 자동차분야의 비관세 기술장벽의 완화에 최대한 노력을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산업에 있어 EU와의 FTA는 미국의 경우보다 훨씬 큰 영향과 시장판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국내시장에서의 불리함을 최소화하고 유럽시장에서의 효과 극대화를 위해서 정부는 고도의 협상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고 향후 한국자동차업계는 전반적인 경쟁력 향상, 특히 연구개발 강화와 기술력의 제고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객원논설위원·이동화 전 자공협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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