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혼잡통행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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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혼잡통행료
  • 박종욱 Pjw2cj@gyotongn.com
  • 승인 2007.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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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런던, 스톡홀름에 이어 뉴욕도 혼잡통행료를 징수하는 도시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8월14일 미국 연방 교통부장관이 뉴욕시가 혼잡통행징수 등 교통혼잡을 저감시키는 획기적인 대책을 수립 시행한다면 연방보조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22일 블럼버그 뉴욕시장은 '지구의 날'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PlaNYC 2030」을 발표한 바 있다. PlaNYC는 뉴욕시의 장기발전계획으로서 고질적인 교통혼잡을 줄이기 위해 혼잡통행료 징수방안을 포함한 바 있다. 때마침 미연방 교통부는 도시재정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약 1.1조원의 재원을 확보하여 교통혼잡을 저감하는 획기적인 방안을 강구하는 도시에 대해 연방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수립했다.
뉴욕시장은 당초 약 4500억원의 연방보조금을 신청하기 위해 구체적인 혼잡통행료 징수방안을 마련했다. 징수구역은 맨해튼 도심지 일원, 징수시간은 오전 7시30분에서 오전 9시30분까지, 요금은 일반자동차 약 7200원, 화물차 약 1만9000원, 요금지불 방법은 후불카드(E-ZPass) 또는 선불카드 사용이 가능하며, 위반차량은 10만4400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만약 카드 없이 징수구역을 진입한 경우 48시간이내 전화, 인터넷, 문자메시지로 요금지불을 통보할 수 있도록 했다. 징수구역내 주민에 대해서는 일반차량 3600원, 화물차 4950원을 징수하며, 구역내 거주주민이라도 타 지역에서 구역내로 진입하는 경우 다른 차량과 마찬가지의 요금을 지불하도록 했다. 혼잡통행료 징수의 효과로는 맨해튼내 6.3%의 차량통행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며, 약 7000명의 승용차이용자가 대중교통으로 전환될 것으로 추정했다.
연방정부의 보조금 신청요건에 의하면 뉴욕시의회 및 뉴욕주의회의 승인을 얻어 7월16일까지 혼잡통행료 징수계획안을 연방정부에 제출하도록 규정됐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과 주민들의 반대여론 때문에 제출 직전에 좌절되고 말았다. 그 이유는 계획안이 제출시한에 쫓기어 너무 성급하게 만들어졌고, 추진목적도 교통혼잡을 저감하자는 것인지 아니면 연방정부 보조금을 타내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퀸스, 브롱스, 블루클린, 스테튼 아일랜드 등 맨해튼으로 통근하는 주민들과 의원들의 반대가 심했다. 이들은 차량통행량 6.3%를 줄이기 위해 통행료를 징수한다는 것은 혼잡해소에 별효과가 없고, 중저소득 계층에게 경제적 부담만 가중시키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교통수요관리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통행료 징수를 찬성하는 쪽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환경단체, 노동조합, 기업인,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언론기관은 뉴욕의 교통혼잡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도시경쟁력을 필연적으로 상실되고 만다는 것이다.
시장, 주지사, 주상원의장, 주하원의장 등이 합의한 가운데 결국 7월26일 뉴욕주의회는 뉴욕시가 혼잡통행료 징수제를 포함하는 종합적인 교통혼잡저감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뉴욕시장, 뉴욕시의회, 뉴욕주지사, 뉴욕주상원, 뉴욕주하원 등에서 추천하는 17명의 “뉴욕시교통혼잡저감위원회”를 구성하여 뉴욕시가 마련하는 교통혼잡저감계획안을 심의하도록 했고, 2008년 3월 31일까지 뉴욕시의회, 뉴욕주 상원과 하원의 승인을 얻도록 규정했다.
계획안에는 당초 뉴욕시가 제시한 바와 같이 혼잡통행료 징수, 대중교통 서비스 개선 등을 고려하여 적어도 6.3%의 차량통행량을 저감해야한다는 조건이 포함됐다. 또한 적어도 2,250억원의 연방정부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어야 하는 조건도 포함됐다.
8월14일 연방교통부는 샌프란시스코, 마이애미, 시애틀, 미니에폴리스, 세인트폴과 더불어 뉴욕시를 보조금 지급 대상도시로 선정했다. 따라서 뉴욕시는 내년 3월31일 교통혼잡저감계획안이 17인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시의회, 주상하원의회를 모두 통과되면 약 3250억원을 지급받게 됐다. 계획안에 는 혼잡통행료 징수를 교통혼잡저감의 주수단으로 시행해야 하고, 맨해튼 도심지역에 적어도 6.3% 이상의 차량통행량을 감소시켜야 하고, 적어도 18개월 이상 혼잡통행료를 징수해야 하며, 간선급행버스(BRT) 운영, 버스차고지 설치 등 버스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뉴욕시의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이제 거의 모든 대도시가 혼잡통행료 징수가 교통혼잡을 개선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혼잡통행료 징수는 정치적, 경제적, 기술적으로 문제가 많은 것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날로 심각해지는 교통혼잡은 환경오염을 가중시키고, 도로정체로 인한 금전적·시간적 손실을 강요하는 등 사회적 비용을 급증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 반대여론 또는 다른 이유 때문에 이러한 상태를 그대로 방치하게 되면 도시의 활력과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어 결국 도시쇠퇴의 길로 접어 들어설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블럼버그 뉴욕시장은 30년 앞을 내다보면서 혼잡통행료 징수가 뉴욕시에 가장 효과적인 교통혼잡저감 방안이라고 판단, 추진하는 용기 있는 정치인의 한사람으로 기록될 것이다.
<객원논설위원·김광식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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