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혼잡통행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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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혼잡통행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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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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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은 도심지내로 자동차 통행량이 계속 증가함에 따라 통행속도 감소, 대기오염 심각, 기업의 경제손실 증대 등으로 주민들의 삶의 질이 날로 악화되는 추세를 보였다.
2000년 광역런던(Greater London Authority) 시장선거에서 후보로 나선 무소속의 캔 리빙스턴은 혼잡통행료 징수제도 도입을 선거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다. 약 20개월의 준비 및 자문기간을 거쳐 2003년 2월 17일부터 혼잡통행료를 징수하기 시작했다.
징수구역은 런던 도심지 21㎢, 징수시간은 평일(월요일∼금요일) 오전 7시에서 오후 6시30분까지, 요금은 약 9100원(5파운드)이며 당일 자정까지 편의점에서나, 전화, 인터넷, 문자메시지로 지불하고 차량번호를 컴퓨터에 입력하면 된다.
징수구역내 거주하는 약 33만명의 주민이 운전하는 차량에 대해서는 요금의 90%까지 할인받는다. 요금지불 여부는 징수구역내 곳곳에 설치된 차량번호인식용 카메라를 통해 확인된다. 만약 요금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으면 약 14만6000원(80파운드)의 법칙금을 납부해야 하나 2주일이내 납부하면 해당금액의 50%만 지불하면 된다. 혼잡통행료 면제 차량은 버스, 택시, 경찰차량, 소방차량, 앰뷸런스, 오토바이, 대체연료 차량 등이다.
런던교통국이 발표한 그간의 혼잡통행료 징수효과를 보면, 도심지내 진입차량은 16%, 교통혼잡도는 20%,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5% 감소됐다. 자동차 평균속도는 2002년에 시속 13km에서 2003년에 17km로 향상됐고, 자전거 이용자수는 2002년에 1만6000명이던 것이 2005년에는 2만4000명으로 증가했으며, 교통사고는 동기간 2296건에서 1629건으로 줄었다. 징수전의 버스 평균속도는 11km로 100년전의 마차속도와 비슷했으나 징수후부터 2배 이상 빨라졌다.
이 때문에 2000년의 하루 버스승객수가 400만명에서 2007년 현재 600만명으로 늘어났다. 또한 승용차이용자의 4%가 대중교통으로 전환된 것도 혼잡통행료의 징수효과 때문이다. 혼잡통행료 징수비용은 연간 1660억원이지만 벌금을 포함한 수입은 3870억원으로 2.3배나 된다. 수입금의 대부분은 주로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서비스 개선에 투자되고 있어 이용시민들의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혼잡통행료 징수는 정치적으로 인기없는 정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4년 런던시장 선거에서 리빙스턴은 혼잡통행료 징수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스티븐 노리스 보수당후보를 누르고 재선됐다.
2002년까지만 해도 런던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교통혼잡이었고, 그 다음이 비싼 주택가격, 범죄 순이었다. 오전 러시아워 1시간에 50,000대의 차량이 진입하는 도심지의 교통혼잡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혼잡통행료 징수가 논의됐으나 당시의 여론은 찬성이 40%에 불과했으나 2006년에는 60%가 찬성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이는 혼잡통행료 징수가 교통혼잡을 줄이기 위한 처방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리빙스턴시장의 재선에 힘입어 런던교통국은 혼잡통행료 제도를 대폭 강화했다. 즉 2005년 7월에 통행료를 1만4600원(8파운드), 범칙금은 18만2500원(100파운드)으로 각각 인상했고, 2007년 2월에는 징수구역을 도심지 서부의 36㎢지역을 추가했다. 징수시간은 오전 7시에서 오후 6시까지 30분 단축했는데 이는 도심지내 상가활성화를 돕기 위한 것이다.
새로 추가된 지역은 캔싱턴궁,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 헤롯백화점 등 런던의 명소 지점을 비롯한 부유층 주거지가 포함됐다. 추가지역에 통행료를 징수한 결과 차량통행량이 13% 정도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으로 런던은 혼잡통행료 징수를 교통혼잡뿐 아니라 대기오염과 연계시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SUV 등 탄소 대량배출 차량의 도심지 진입을 억제하기 위해 4만5600원(25파운드)의 통행료를 징수하고, 구역내 주민에게 부여하던 90% 할인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한 여론은 66%가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혼잡통행료 징수제도를 시행하면서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도심지 서부지역을 추가한데 대해 그 지역 주민의 72%가 반대했고, 시행 첫날 주민들이 징수구역 경계선에서 자동차 시위를 벌였으며, 징수업무를 담당하는 회사에 폭발물을 우편으로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제도 시행후 대중교통서비스가 크게 향상됐고, 대기오염이 훨씬 줄어들어 가장 우려했던 도심지 상가 매출액은 전국 평균을 상회했고, 극장가의 관객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런던의 혼잡통행료 징수제도는 성공사례로 평가돼 세계 각국 도시에서 벤치마킹하고 있다. 맨체스터, 캠브리지, 브리스틀 등 영국의 다른 주요 도시들이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고, 스웨덴의 스톡홀름은 이미 혼잡통행료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의 뉴욕시는 교통혼잡저감위원회를 구성하여 혼잡통행료 제도 도입을 전제로 교통수요관리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외국의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이제 혼잡통행료 징수는 단순히 교통혼잡 저감뿐 아니라 악화일로에 있는 환경오염 수준을 저감시킬 수 있는 대책으로 봐야한다. 다시 말하면 혼잡통행료 징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돼버렸다.
<객원논설위원·김광식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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