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학과 졸업생의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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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학과 졸업생의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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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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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획예산처는 내년도 13개 주요분야별 재원 배분 방향을 발표했다. 이중 관광부문의 예산은 7585여억원으로 내년예산 전체규모인 257조 3000여억원에 비해 0.3%가 채 안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예산이라는 것이 국가차원의 공익적 기준에 따라 배정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관광산업의 국가경제에 미치는 3∼4% 대의 비중과 사상 최대의 국제관광수지적자 앞에서는 무력해지는 마음을 지우기 힘든 게 사실이다.
더구나 이나마의 예산내에서도 90% 이상이 균특회계에 해당되어 문화관광부가 재량껏 쓸만한 재정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점과 예전부터 있었던 예산의 각 항목이 갖고 있는 관성을 고려해 본다면 내년 역시 관광의 중흥은 고사하고 산적한 문제해결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진다.
어쨌든 오늘 하고 싶은 얘기는 교육의 문제이다. 지난달 출판된 '관광동향에 관한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12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엔 76개의 4년제 대학을 포함해 총 256개교에서 관광을 전공으로 가르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 전문대학을 포함한 대학의 수가 400여개이니 65% 정도에 관광학과가 있다는 소리다. 이정도라면 단일 학과로는 아마 가장 많은 학과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문제는 이렇게 많은 대학에서 나온 졸업한 학생들의 미래가 어떨 것이냐 하는 점이다. 경제적 효과에서 볼 때 관광 부문은 고용효과가 높아 고용 없는 성장과 양극화 시대에 적합하다는 말을 종종 듣게 된다. 또 한편으론 관광산업의 생산성이 타산업에 비해 상당히 낮다는 보고가 있다. 결국 관광은 고용의 양적효과는 높지만 고용의 질이 나쁘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광의 계절적 요인(seasonality)에 따라 고용의 안정성이 높지 않고 급여 등 대우도 형편없다는 얘기다. 똑같은 등록금을 받아서 교육시켜 이러 상황에 졸업생들을 보내야 하는 교수들의 마음은 어떤 걸까.
게다가 제법 규모가 있는 대부분의 관광업체는 관광학과 학생을 구색으로만 뽑는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듣는다. 각종 관련 연구소와 컨설팅 회사들은 조로(早老)하고 불성실하며 실력조차 없는 일부 관광학과 교수들에게 자문을 주지 않으려는 몇 번의 시도도 있었다고도 한다. 문화관광부나 한국관광공사에는 관광학과 졸업생들은 거의 없거나 매우 적은 비율이고 관광호텔들은 시시때때로 오래전 폐교된 경주호텔학교 졸업생들을 찾고 있다.
이럴 때마다 한국관광공사는 IMF 때 구조조정된 교육기능을 되살려낼 궁리에만 빠진다. 그 와중에 관광 관련 학회는 정확히 파악은 안되지만 전국적으로 30여개를 넘어선다고 한다. 이것 역시 좋은 일이든 그렇지 않든 관광관련 학과수와 마찬가지로 국내외에 유례가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대학의 궁극적 2대 사명인 연구와 교육에서 연구에만 몰두한 결과라고 보면 될까. 과연 수없이 양상된 논문과 저서들의 수준과 내용이 사회적으로나 학문적으로 유용한 것들일까.
3자적 입장에서만 본다면 관광학과 졸업생들의 학문적 성취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도 혼란스럽다. 관광 현장에서 필수적인 외국어 구사능력, 사업계획의 기획능력, 세일즈능력, 서비스 정신, 국내외 정책분석 능력, 사업계획지에 대한 지리적 이해, 통계분석이나 예측능력, 마케팅 기법 등에서 다른 학과 졸업생에 비해 무엇이 강점인가.
물론 관광학과가 정착된 지 얼마되지 않고, 또 관광학의 연구범위가 학문 중 가장 넓다고 하는 사회학의 범위와 비슷하다고 할 정도로 넓기 때문에 아직도 커리큘럼을 완성하지 못했다는 점이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국제관광수지가 세계적으로 유래 없을 정도로 크고 빠르게 적자화되면서 지금 단계에선 어쨌든 결과적으로 총체적인 관광정책의 실패가 드러난 절박한 상황인 것만은 틀림없다.
본고의 의도는 이런 상황에서 늘 문화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모든 비판을 받고 있지만 과연 그 비난의 주체 중 하나인 대학에는 책임이 없는가를 묻고 싶은 것이다. 또한 이제까지 대학의 일은 교육인적자원부에서만 맡기는 태도로 일관해온 문화관광부도 앞으론 입장을 바꾸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관광학과를 졸업한 학생들은 관광산업에 취업하기 마련이고, 업계가 받아들여야 할 인재들이 업계의 요구에 맞지 않는다면 문화관광부는 이를 심각하게 검토하고 조정할 책임이 있다고 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문화관광부는 첫째 관광업계에 건전하고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일, 둘째 초과 배출된 경쟁력있는 졸업생들의 해외취업에 대한 제도적 지원, 셋째 관광학과의 합리적 정원조정 등의 대책과 함께 국내대학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유수 외국대학의 제한적 개방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될 때라고 믿는다.
사람밖에 믿을 것 없는 나라에서 관광의 진흥 역시 관광학과 졸업생들이 일으켜 세워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객원논설위원·김상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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