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부품업체 협력이 경쟁력의 원천
상태바
완성차·부품업체 협력이 경쟁력의 원천
  • 관리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8.04.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객원논설위원·이동화 전 자공협 상무>


지난달 대부분이 중소기업들인 국내 주물업계가 납품단가의 현실화를 요구하면서 납품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원자재 가격은 급등하는 데 수요처인 대기업들은 납품단가의 인하만을 계속 강요하고 있어 더 이상 경영을 지속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로 인해 주물부품 수요가 큰 자동차업계 등에 비상이 걸리고,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와 노력이 지금도 진행 중에 있다.
자동차산업에 있어 부품 역할의 중요성은 어느 업종보다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종합산업으로서 부품의 수가 2∼3만개에 달하는 자동차의 제조비용은 약 70%가 부품비용이며 나머지 30%가 완성차 조립비용이다. 그러니 자동차메이커가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부품조달 비용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된다. 한편, 완성차의 품질은 그 자체의 설계와 조립도 잘 되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부품 하나하나의 품질이 절대적 영향을 미치므로 부품의 품질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또한 그 많은 부품 중에 하나라도 적기에 공급되지 않으면 조립라인이 멈출 수밖에 없고, 부품 재고가 불필요하게 많으면 원가상승 요인이 된다.
그러므로 자동차메이커들에게 부품의 조달관리(Supply Chain Management) 여하는 그들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되는 아주 중요한 과제이다. 자동차메이커들의 부품공급업체들과의 거래에 대한 한 연구조사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구미 메이커들은 부품업체와의 거래관계를 단기적으로 유지하며, 필요시마다 부품업체들 간에 경쟁을 붙여 조건이 가장 유리한 업체를 선정하곤 한다. 부품업계는 독립적이며 어느 자동차메이커와도 자유롭게 거래하고 협력이나 지원도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다.
반면에 일본의 메이커들은 부품공급업체들과 장기적인 거래관계를 맺고 협력회나 계열화를 형성하여 부품업체의 개발능력, 품질, 원가개선 등을 위한 자금과 기술적 지원을 하며 상호 신뢰관계를 중시한다. 이로 인해 긴밀한 협력관계와 안정적인 공급이 이루어지고 이것이 일본자동차의 국제경쟁력의 원천이 되었다는 평가이다.
근래에 와서는 세계화의 진전과 국제경쟁의 가열로 부품의 해외조달 확대 필요성이 커지고 해외 현지공장에서 새로운 거래관계 등이 형성됨에 따라 이러한 일본의 전통적인 거래관행은 변화가 불가피하게 되었고, 거래구조를 일부 구미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 안정적 거래관계 유지와 부품업체의 기술력향상, 원가절감 등을 위한 상호 협력은 여전히 중요한 요건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구미의 메이커들도 이러한 일본식 거래관계의 장점을 인정하여 그들의 거래에도 이를 일부 접목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 자동차업체들의 부품업체와의 거래 형태는 일본의 영향을 크게 받은 현대·기아차그룹과 구미계인 GM대우, 르노삼성 간에 다소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어떻든 간에 부품업체와의 안정적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기술개발, 코스트다운 등을 위한 지원과 협력체제를 공고히 하는 일은 우리나라 완성차업체들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도 매우 필요한 요건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 자동차부품업체들의 경영성과는 지난 수년간 크게 악화됐
다고 한다. 2003년 6.2%에 달하던 평균영업이익률이 2006년에는 4.6%로 하락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3.5%에 불과하여 국내 전체제조업 평균영업이익률 5.3%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며, 조사된 420여개 중소기업 중 59개사는 적자를 기록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력에 의한 기술력 향상이나 원가절감능력 배양 등을 결코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며, 상태가 더욱 나쁜 업체는 문을 닫아야할지도 모른다. 금번 주물업계의 전례가 없는 납품중단선언도 이러한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다.
우리의 완성차업계도 중국, 인도 등의 저가 자동차 공세와 격화되는 선진메이커들과의 경쟁 속에서 제조원가를 낮추어 경쟁력을 제고해야할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 크다. 그리고 부품업계도 각고의 노력으로 이에 최대한 협력해야 상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많은 중소기업이 한계상황에 처해있는 부품업계에 계속 가격인하를 요구하기에는 무리가 크고 오히려 그 피해가 완성차에 돌아올 수 있다.
노조의 권한비대와 비합리적 요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의 완성차업계는 노사관계의 개선을 통한 자체의 생산성향상, 임금억제, 효율성제고 등으로 생산원가를 낮추는 데 더욱 힘을 쏟을 필요가 있고, 이로서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생각된다. 부품업계와의 안정적 거래와 협력 강화를 통하여 단기적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경쟁력을 높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며 이것이 한국자동차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길이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