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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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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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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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논설위원·김상태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박사>


빠르면 올해 안에 미국을 비자없이 여행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내용은 대통령의 첫 외국 순방의 성과로 연일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다. 이 뉴스를 접하면서 문득 우리 국민들이 그렇게까지 미국을 가보는 게 소원이었나 하는 의문이 든다. 또 처음도 아닌 보도를 언론이 저토록 흥분된 톤으로 얘기하는 이유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아마 미국이 비자면제 프로그램(VWP:visa waiver program)을 적용시켜주는 30번째쯤 되는 국가가 돼서, 혹은 세계 경제 10위권의 국가로 비록 늦었지만 이제라도 미국이 인정해주는 국제사회의 우등반에 편성됐으니 자랑스러워 못견디겠다는 얘기인 모양이다.
미국 비자문제와 관련해서 마음이 언짢아지는 것은 비단 이런 일들만은 아니다. 업무차 광화문 일대를 갈 때마다 미국대사관 앞에 어김없이 늘어선 비자인터뷰 신청자들을 보면서, 또 그들이 얼마나 멀쩡하게 생긴 사람들인지를 확인하면서 치미는 불쾌감은 어떤가.
이뿐이랴. 어렵게 받은 비자를 들고 막상 미국에 가면 입국심사과정에서 마치 범죄자인양 취급하고, 그러면서 마치 자기는 일을 열심히 한다는 듯한 심각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까딱거려 사람을 부르고 몇마디 영어라도 못할라치면 천천히 물어주기보다는 오히려 더욱 빠르게 말함으로써 가뜩이나 주눅든 사람을 몰아부쳐 당황시키는 게 우리가 받아야할 마땅한 대접인지도 잘 모르겠다.
그나마 이번 3개월 무비자조치는 미국 평가단이 한두차례 조사를 더 해야하는 것이고 그 사이 우리 정부는 전자여권으로 시스템을 전환하고 미국도 자체적으로 전자여행 허가제와 출입국통제 시스템을 갖춘 후에야 가능해진다고 한다.
이와 관련 2007년 통계에 따르면, 한해동안 미국을 여행하는 우리 국민은 대략 90만명 정도로 집계되고 있다. 일본의 사례에 따르면, 3년 후 83%의 미국방문이 증가한 것으로 볼때 우리는 좀더 늘지 않을까 하는 전망도 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2011년 방미관광객은 200만명정도로 현재 미국 인바운드 7위국에서 5위 정도 안에 들게 된다.
자랑스러운가? 그렇다면 더 대단한 통계도 있다. 한국이 2006년에 이어 2007년에도 미국에 유학을 보낸 1위국이라는 명예를 차지했다. 세계 최대의 인구를 가진 인도와 중국마저 제끼고 2007년에만 10만 3000명을 보낸 것이다.
이민의 경우는 어떨까. 미국의 인구는 지난해 3억명을 돌파했다. 이중 약 12%의 사람이 외국 태생이라고 한다. 한국계 전체 이민자는 90만6000여명으로 인접국인 멕시코나 인구대국 중국, 인도에는 못 미치지만 9위로 10위권내에 들어있다. 특히 2000년 이후 7년동안 25만명이 합류해 앞으론 더 급속히 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그런데 왜 미국일까. 미국은 분명 볼 게 많은 나라이다. 광활한 영토에 자연자원뿐 아니라 인공과학적인 시설들도 대단하긴 하다. 그렇지만 꼭 미국이 아니더라도 선택할 대안은 많다. 자연만으론 더 큰 캐나다가 옆에 있고 문화라면 오히려 유럽이나 중국 등 더 강한 나라가 얼마든지 있다. 영어공부도 마찬가지다. 같은 북미의 캐나다도 있고 요즘 국제사회에서 더 인정받는 영국식 영어의 본고장 영국이나 호주,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물론 값싸고 대접받는 필리핀도 그중 하나이다.
그런데도 사회 전체가, 언론이 앞서서 미국을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세계 최강국인 미국을 짧은 관광으로나마 소비한다는 것이 우리사회에 특권처럼 또는 신분으로 여겨지는 풍조 때문은 아닐까. 우리 사회를 정치·경제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그룹들이 그런 세태를 유도해오고 언론이 이를 부추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에까지 이르게 된다.
어쨌든 미국 비자면제프로그램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그들이 한국을 선진국이나 국제사회의 우등생으로 보았다기보다는 미국 국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으로 이해하는 것이 휠씬 합리적 해석이다. 미국이 9·11사태 이후 출입국에서 요란을 떠는 가운데 미국의 국제관광이 전례없는 불황을 겪어왔슴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는 그간 미국 상무성의 여러활동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우리언론이 이를 이처럼 호도하는 것은 참으로 못마땅한 처사가 아닐수 없다.
어쨌든 우리는 이런 일들을 보면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점이 있다고 본다. 하나는 미국이 저렇게 오만하게 굴어도 미국에 오려는 사람이 많아지는 이유를 살펴야 한다. 총체적인 국가의 힘, 브랜드 소비의 힘을 배워야한다. 그런 면에서 과연 한국여행을 했다는 것은 어떤 가치를 주는 일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두 번째는 우리의 입국시스템에 어떤 과제가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불법체류나 테러리스트를 막는다는 확실한 이유가 있더라도, 경직되고 일부 부패 행위가 있었던 비자발급과 수차례 국제간 갈등까지 일으켰던 입국심사과정에서 같은 값이면 좀더 정직하고 부드러운 표정과 웃는 얼굴로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아야 한다. 국제서비스 수지적자 3위국이라면 그 정도는 고민해줘야 하는 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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