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바운드의 위기와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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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바운드의 위기와 기회
  • 박종욱 Pjw2cj@gyotongn.com
  • 승인 2008.0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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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넘고있다. 불과 1년전 혹시하는 마음에 당시로서는 가능성이 크다고 보지 않았던 유가 100달러를 전제로한 관광산업에 대한 영향과 대책을 고민했었는데 짧은 시간에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 급등에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때만 해도 그렇게 생각을 못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이와 같은 상승랠리는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중국, 인도 등 거대한 후발 개발도상국들의 경제발전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수요와 공급관계에서 결정되는 국제유가가 오르는 일은 피할 수 없었던거다.
더구나 원인이 이런 사정에 있다는 것은 향후로도 유가가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 가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로 인해 국민들이 그토록 고대해왔던 경제 재도약이 물건너 가고 서민들의 삶이 힘들어 지면서 우리사회의 통합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10년전 IMF경제위기에서 보았듯 가정의 해체, 자살율과 흉악한 사회범죄가 증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원하건 그렇지 않건, 또는 합의했건 안했건 우리사회가 다민족 다문화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이라는 점도 이를 더욱 불안하게 보는 이유가 된다.
관광부문에서 아웃바운드는 이런 외부변화에 상당한 위기를 맞을것으로 전망된다. 국민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그수준 이상의 업체가 늘어왔고 환율약세에 경제사정까지 나빠지고 소비자보호정책마저 강화되면서 아웃바운드 성장세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더구나 과거 경험을 토대로 볼때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이 사회분위기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상황은 더욱 나빠질 개연성이 높다. 사회양극화의 심화와 공공과 민간의 대규모 구조조정 하에서는 설사 개인적 능력이 되더라도 이같은 상황을 외면하기 쉽지 않다고 보게된다. 결국 관광심리학에서 지적하는 죄의식(guilty)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사회는 종교적 배경에 따라 유교적 전통과 기독교적 윤리관에서 비롯된 논다고 하는 의미의 관광에 대한 죄의식이 관광발전에 근원적 장애로 이해된다. 이렇기 때문에 카지노와 같은 소비향락적 지역들은 예외없이 일정기간이 지나면 근엄한 컨벤션이나 가족을 배려하는 놀이시설을 보강함으로써 방문자의 죄의식을 떨어뜨리는 전략에 골몰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 아웃바운드 현장에서도 창조적이고 적극적인 직원들이 노력을 통해 이러한 죄의식을 효과적으로 극복하고 오히려 성취감을 부여해주는 성공적인 사례가 없지 않다. 몇 년전 스페인을 중심으로 그 인근 나라를 돌아보는 여행에 참가한 일이 있다. 그때 여행을 인솔했던 가이드가 그랬다. 여행지역의 문화와 예술은 물론 역사에 대한 조예가 상당해서 현장마다 풍부한 해설과 함께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는 현지음악과 영화를 준비해 여행의 기대와 복습까지 해주니 여행이 끝난 후엔 짧은 시간에 문화전문가가 된 듯한 느낌마저 받게 해주는 것이었다.
비슷한 경험은 중국에서도 있었다. 공무차 간 여행이었지만 적지 않은 나이의 가이드가 그렇지 않아도 드라마틱한 중국의 역사를 여행 내내 입담 좋게 풀어주니 여행 후에도 오랫동안 그감동이 쉽게 잊혀지질 않았다. 관광으로 갔건 공무로 갔건 이런 경험은 언제나 죄의식은커녕 보람 있는 기억으로 남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 아웃바운드는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하루가 지나면 늘어나는 수요로 그간 질적 변화에 큰 주의를 기울여오지 않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4인 가정을 생각해 볼 때 전체 해외여행비용은 대략 동남아 500만원에서 유럽등 장거리에 2000만원 가량이 소요된다. 이돈이면 대한민국 주부들의 평균적 소망이라 할 최첨단 가전제품 몇 개를 호기좋게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남성가장들의 꿈인 신형자동차로 바꿀 수 있는 액수이다.
이뿐이랴. 국내에도 좋은 관광지를 몇 차례나 호사스럽게 다녀올 수 있고 요즘 이슈가 되는 노후대비 펀드에 가입할 충분한 종자돈이 될 수도 있다. 이런 기회비용을 따져서 선택 받은 게 가족단위 해외여행인 것이다. 첫 가족 해외여행이야 이런 저런 이유로 의미를 갖고 떠나겠지만 두 번째에도 아이보다 무식한 가이드에 쇼핑강매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죄의식과 기회비용의 경쟁에서 우리관광이 선택받을 가능성을 스스로 망가뜨리는 우를 더 이상 범해서는 안된다. 이는 개별기업의 단기적 경영전략에서도 그렇지만 장기적 안목에서 우리관광이 사회적 순기능을 할 수 있도록, 그래서 관광업에 종사하는 일이 주위의 부러움과 존경을 받을 수 있는 풍토를 만드는 것이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후배 관광인들에 물려줘야 할 자산인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가 됨을 우리는 힘들게 지난 경험에서 얻어왔다.
이제 변화가 필요할 때다. 더 이상 불만제로나 PD수첩에 우리 여행상품이 단골로 오르는 일은 없어져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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