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의 발전과 노사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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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의 발전과 노사관계
  • 관리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8.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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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수출액이 267억 달러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6월까지 국내 업체들의 자동차 및 부품 수출액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9.2% 증가한 267억2천만 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동차업계의 역대 반기 수출액 중 최고 액수이며 올 상반기 품목별 수출실적 중에서도 가장 많은 수치이다. 자동차 관련 제품에 이어 일반기계 수출액이 193억 9천만달러로 2위였고 선박류가 188억달러로 3위, 석유제품이 182억 4천만달러로 4위였다.
살인적인 고유가와 높은 인플레, 주가의 폭락, 끝이 보이지 않는 장기적인 경기침체, 미국산 쇠고기수입 파동과 장기간 계속되어온 촛불시위 등으로 국민들은 웃음을 잃고, 민생이 극도로 피폐해진 요즈음에 자동차 업체들의 선전은 오랜 가뭄 가운데 단비와 같은 낭보이다.
이는 자동차산업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더욱 더 의미가 크다. 우리나라의 자동차산업은 전체 고용의 8.8%, 부가가치의 10%, 총세수의 16.6%를 차지하고, 자동차산업의 생산유발계수는 2.46으로 제조업 평균 1.97을 크게 상회하는 등 국민경제에서 그 어떤 산업과 비교해서도 매우 중요한 위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현재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마냥 장밋빛 미래만 가지고 있지는 않다. 무엇보다도 자동차산업의 노사관계는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의 하나이다. 지난 15년간 현대·기아차에서는 한 해도 빠지지 않고 파업이 발생하였다. 금년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이미 7월초부터 부분적으로 파업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경쟁사인 일본의 도요타에서 지난 58년 동안 무분규를 기록하고 있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다. 강성노조의 대명사인 GM의 경우에도 최근 30년 동안에 1998년에 단 한 번의 파업이 있었을 뿐이다. 파업으로 인한 원가상승, 생산차질, 품질불량, 판매차질, 고객불만 증대, 신인도 추락 등의 부정적 영향은 경쟁환경에서의 기업의 생존을 크게 위협하게 된다. 따라서 한국의 자동차산업 전반에 나타나고 있는 고질적 현상인 대립적이고 파괴적인 노사관계의 개선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과제이다.
외국 경쟁업체들은 협력적이고 생산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여 이를 통하여 경쟁력의 기반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는 현재 세계 자동차업계의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생산성 측면에서 매우 심각한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임금수준은 외국의 경쟁업체와 비교해서 최고수준인데 비해 생산성은 매우 우려할만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자동차산업에서 생산성지표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HPV(Hour Per Vehicle: 완성차 1대를 생산하는데 투입하는 작업시간)에 있어서 닛산 20.5, 도요타 22.0, GM 22.2, 벤츠 23.4 인데 비해서 현대차는 31.1, 기아차는 37.5를 나타내고 있다. 즉, 자동차 1대를 만드는데 있어서 국내 업체는 외국 경쟁사에 비해서 50% 이상의 인력을 더 투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자동차업체의 경우 물론 당초 회사에서 산정한 적정인원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실제 생산현장에 투입되어 있다. 기아차의 경우 적정인원보다 71% 많은 인원을 생산에 투입하고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외국 경쟁사와의 경쟁에서 장기적으로 살아남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국내 자동차산업의 낮은 생산성은 무엇보다 대립적인 노사관계와 회사의 노무관리의 부재에 원인이 있다. 그동안 노동조합은 극단적인 이기주의, 단기이익 추구, 경영 및 인사에 대한 개입, 계파간의 파벌주의, 투쟁주의, 정치주의 등을 통하여 회사측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왔고, 회사측은 노사관계에 대한 뚜렷한 철학과 비전도 없이, 임기응변적으로 그때그때의 문제만 단기적인 관점에서 처리하는데 급급해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노사관계와 인적자원관리의 컨셉에 대한 고려없이 현재의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생산현장에서 낮은 근로윤리, 저숙련, 낮은 동기부여, 무책임, 저생산성 등은 일상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고 이러한 것들이 오래되다 보니 이제 이에 대한 문제의식도 무디어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 자동차산업이 치열한 국제경쟁 환경에서 살아남고 이를 통해 국민경제에 지속적인 기여를 하기 위해서는 노사의 새로운 가치관과 새로운 행동, 즉 환골탈태가 요청된다.
<객원논설위원·김강식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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