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의 어두운 그림자, 교통 혼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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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의 어두운 그림자, 교통 혼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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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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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저밀도 아파트지구의 밀도변경 발표만 있으면, 각 단지 아파트의 경기는 과열현상을 빚곤 한다. 참으로 이상한 현상이다. 재건축이란 쉽게 말해 헌집을 헐고 새집을 짓는 것인데 왜 헌집가진 사람들이 돈을 벌려고 하는지, 실제로 돈을 버는 사례가 생기는지 정상적인 사고구조를 가지고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 의해 재개발과 재건축은 차별화 되어 있다. 재개발은 도로정비 기반시설이 열악할 때 시행하고 재건축은 도로정비 기반시설이 비교적 양호할 때, 시행한다. 즉, 재개발은 불량 단독주택들을 헐고 쾌적한 단지를 조성하여 그 단지크기에 어울리는 밀도의 공공주택을 건설해 주위환경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고 재건축은 기존 단지의 크기를 고정한 채, 단지 내의 손상된 건물들이 안전상에 문제가 있고 새로 건축하는 비용이 유지관리 및 보수에 드는 비용보다 오히려 적게 소요될 때나 타당성을 갖는 것이다.
재개발은 지구계획과 단지계획을 포함하지만, 재건축일 경우, 지구계획은 주어진 여건으로 받아들이고 ‘단지’ 혹은 ‘주택’의 내용만을 계획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재개발 시에는 진입로와 진출로의 계획은 물론이고 인접도로의 크기를 조절하여 단지외곽의 도로구조를 생성할 수가 있다. 그러나 돈을 벌기 위한 고밀도의 재건축은 주변의 도로 및 교통시설을 재건축 후의 상황에 맞추어 다시 조절할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주변교통상황을 2중, 3중으로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만일 재건축대상 대단지 저층아파트의 현재의 용적률이 110%에 불과하다면, 재건축 후 이 같은 용적률이 250%로 급증되는 것은 아파트 한 채를 허물고 똑같은 평수의 아파트를 두 채 이상을 짓는 것과 같다. 당연히 자동차수도 두 배로 늘어나고 대중교통 수요자도 두 배로 늘어난다.
미래는 차치하고 현재도 이 같은 대단위 아파트의 교통사정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현존하는 교통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가중시키는 정책을 펼 수밖에 없는 정부는 다름 아닌 “헌집을 헐고 새집을 지으면 반드시 돈을 벌어야 된다”는 잘못된 시민의 인식에 볼모로 잡혀있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이 같은 문제의 가장 직접적인 해결방법은 주택에 대한 그릇된 의식을 바꾸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 사용을 많이 하고도 비싼 값에 팔리는 물건이 골동품과 문화재 말고 또 있는가? 재건축 후 교통이 엉망이 되든 말든 이들 소유주들에게는 관심 밖의 일이다. 헌집 15평형을 갖고 새집 44평형을 꿈꾸는 수많은 돈키호테들은 어떻게 하면 빠른 시간 내에 더 헌집을 만드느냐에 주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삐뚤어진 정신을 정부가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
정부는 문제가 발생하면, 초점을 아파트 투기 쪽에만 두고 일시적인 세무조사로 엄포만 놓고 했다. 그러나 투기조장 우려보다 더 큰 문제는 공공용지 확보와 교통 혼잡에 대한 문제인 것이다. 저밀도 아파트의 재건축은 저밀도로 하여야 한다. 아파트 재건축은 “지금보다 고밀도화”라는 비정상적인 의식을 계속 비호하다가는 현재의 고밀도 아파트 재건축시점에 어떻게 하겠는가? 이런 추세라면 100층 아파트, 200층 아파트도 가능할 것이 아닌가.
한편 정부가 밝히는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교통영향 평가를 제대로 하면 된다.”는 식의 주장도 교통영향평가 기능자체를 부정하는 매우 위험한 발상임을 지적하고 싶다. 왜냐하면 고밀도로 정해놓고 교통영향평가를 하는 것이 올바른지, 아니면 교통영향평가를 먼저 한 뒤 고밀도가 적합한지를 결정해야 순서가 맞는지는 상식수준의 판단이 아닐까. 건축계획을 임의대로 한 뒤 고밀도가 적합하지 못하다는 판정을 교통영향평가가 내릴 권한을 줄 수 있는가. 교통 혼잡이 불 보듯 뻔한 데 무작정 재건축을 결정하고 손바닥만한 미봉책으로 악마의 불빛을 가리려는 정부가 너무 안타깝게 보인다.
<객원논설위원·홍창의 관동대 교통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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