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관광 재개, 서두를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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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관광 재개, 서두를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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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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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이 발생한 지도 벌써 한달여가 지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북측의 협조거부로 사건의 진상조차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 10년 어렵사리 지속해온 금강산 관광이 중단돼 한치 앞도 예측할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토록 어처구니 없는 사태의 원인을 두고 한편에선, 북측 초병의 우발적 과잉대응이라거나 남측의 대북정책 변화를 압박하기 위한 북한 고위층의 전략적 개입이 있었으리라는 분석들이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건 관광을 남북화해협력의 수단으로 합의-실천해왔다는 점에서, 어느 쪽의 국민이던 단 한 명의 안전과 행복조차 무시돼서는 안된다는 당위에서 북측의 태도는 옳지 않을 뿐 아니라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본다. 같은 맥락에서 혹시라도 남북관계에 조바심을 갖고 있는 인사들이 거시관계를 명분으로 이번 사건을 덮거나 축소하려 한다면 이 또한 같은 이유에서 간과할 수 없다.
물론 금강산 관광의 중요성이 크다는 점에선 이견이 없다. 금강산 관광은 남북화해를 위한 3대 경협의 위상을 갖고 있을뿐 아니라 미래 통일을 대비한 남북의 사회문화적 이질성을 극복하는 상징성과 실효성이 큰 사업으로 평가된다.
더구나 과거 IMF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한국경제의 잠재력과 신인도를 올리는 데는 물론 연평해전이 일어나던 상황에서도 중단되지 않음으로써 국내에 들어온 외국자본의 이탈을 방지했던 지표로 설명된 적도 있다.
많이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우리 관광측면에서도 금강산관광은 국내관광사업의 유망한 신사업대상으로, 관광학도들에겐 새로운 취업기회를 제공할 활동공간으로, 관광객들에겐 흥미롭고 의미있는 목적지로 기대돼 왔다. 특히 침체상황에 빠진 우리 인바운드를 획기적으로 활성화시킬수 있는 대안으로 남북의 극적인 문화적 거리(cultural distance)를 연계하는 관광상품개발이 신중하게 추진되고 있었다.
이러한 중요성은 북측도 마찬가지였으리라는 증거도 많다. 오죽하면 선군정치를 표방한 북에서 군부의 강경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금강산 관광실현을 위해 중요군사기지인 장전항을 개방하는가 하면 남북육로관광까지 열게 되었을까.
심지어 2006년 북핵 실험 직후 많은 경로를 통해 금강산관광이 중단돼서는 안 된다는 북측의 다급한 메시지가 여러 차례 나오기도 했었다. 그만큼 금강산관광을 통해서 얻는 외화가 절실했고 조심스레 개혁개방을 실험하는 장으로서 금강산관광이 중요했던 사업이다.
돌아보면 정확히 이번 사태를 예상치는 못했지만 새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최소한 2008년 한해 남북간의 갈등이 상당히 고조될 것으로 보았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통일의 지연등 대북포용 정책의 변화로 인한 부작용들을 지적하고 있으나 그간의 대북정책이 때로 불투명 했을 뿐 아니라 일방적 지원으로 흘렀던 것은 수정의 여지가 있었다. 그것은 민주국가라는 우리사회의 정체성에서 그렇거니와 미래 국운도약의 최대기회가 될 위대한 통일한국의 건설을 공고히 하는 측면에서도 그러하다.
그간 우리의 통일에 대한 순수한 열정에서 비롯된 성의와 배려에 대해 북측은 그것이 어떤 사업이던 상당한 현금이나 현물이 제공되지 않는 한 회피해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남북화해에 대한 북의 진정성이 의심되는 것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대북관계의 정상화과정은 불가피할 뿐 아니라 반드시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 것이다.
관광에서도 이런 점들은 예외가 아니다. 보기에 따라 관광의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충분한 정보를 받지 못해왔고 정당한 개입조차 제한되어 왔다. 한국관광공사는 원치 않던 빚을 얻어 금강산에 투자하고 상환부담에 시달려 오고있다. 전통적인 관광기업이나 관광전문가의 본격적 참여도 이뤄지지 못해왔다. 이번 기회에 이러한 모순과 부조리한 점들은 모두 제자리를 찿아야 한다고 본다.
평소 남북관계를 지켜보면서 두 가지 의문이 있었다. 하나는, 지금 우리가 통일과정에서 얼만큼 와있는 걸까 하는 점이었다. 지난한 신뢰관계 구축을 지나서도, 연합과 연방제를 지나 법적 통일이라는 물리적 통일과 이후 안정화 될 때까지의 화학적통일이라는 긴 단계에서 지금의 위치를 확인하고 있는가 하는점이다.
두 번째는 우리가 건설코자하는 통일한국은 어떤 나라여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양측의 모순을 극복하고 미래지향적이며 국민이 행복하고, 국토가 아름답고, 국제적으로 품위있고 존경받는 나라의 건설은 많은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 이 두가지 의문을 지금 당장 풀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올바로 가는 것'이 빨리 가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점들이 비록 안타깝더라도 남북관계를 서두를 수 없는 이유이고 북측의 납득할만한 수준의 사과와 재발방지책이 제시되지 않는 한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수 없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객원논설위원·김상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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