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는 미국도 힘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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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는 미국도 힘들게 한다
  • 관리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8.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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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국인 미국에도 고유가 바람이 불어 닥쳤다. 작년까지만 해도 1갤런(3.79L)에 3달러 하던 휘발유 값이 올해 천정부지로 뛰어올라 무려 4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한마디로 엄청난 인플레이션이다. 미국의 유가는 우리나라처럼 유류에 많은 세금이 붙는 것도 아니다. 미국의 유가는 거의 국제 원유가에 연동되므로 치솟는 국제유가 앞에서 미국인들이 느끼는 충격은 엄청나게 크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교통수단은 승용차 여행이었다. 특히, 큰 도시에서 큰 도시까지 멀리 이동하기 위해서는 국내선 항공이 가장 비싸고 우리나라 철도에 해당하는 앰트랙(Amtrack)도 항공료의 80% 수준으로 상당히 비싼 편이었다. 그런데 승용차 여행은 철도의 반 값 정도면 충분했기 때문에 여행 중간에 하룻밤 숙박비를 감안하더라도 승용차의 경쟁력이 가장 높았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우리나라의 4분의 1에 불과했던 미국의 휘발유 값은 여행비에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큰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철도 요금과 맞먹는 비용이 도로에서 드는 것이다. 폭등한 휘발유 값은 물론이고 숙박비와 장기운전에 따른 피로 등을 모두 생각하면 장거리 여행일수록 승용차는 가장 불리한 교통수단이 되어 가고 있다.
미국의 고유가는 계층의 자존심도 많이 끌어 내렸다. 미국 주유소에서는 휘발유도 저급에서 고급까지 구분하여 판매하고 있다. 과거에는 새 차는 고급 유를 넣고 3년에서 7년 정도 된 차는 중급 유를 넣고 그보다 오래된 차는 저급 유를 넣었는데, 지금은 새 차에도 저급 유를 주유하는 경향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그리고 20전(cents) 차이만 생겨도 싼 주유소로 향하는 절약생활이 시작되고 있다. 도시지역에서는 캐딜락, 리무진 같은 큰 차가 인기였고 시골에서는 트럭 종류가 인기였으나 지금은 어디나 소형차가 인기 절정을 누리고 있다.
저유가 시절의 미국 도시구조는 주거단지가 도심지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현상을 보였다. 고속도로가 발달되어 있고 승용차 보급이 1가구 다 차량이 된 미국은 유가 부담이 없었기 때문에 편도 통근시간이 1시간 이내이면 주거단지로 무난했다. 새로운 주거지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주택이 고속도로로부터 얼마나 가까운가가 중요했지 대도시 도심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 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고유가 아래서 1시간 거리인 50마일(80km)은 매우 부담스러워졌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돈으로 출퇴근 왕복을 하는 데 2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휴스턴이나 시카고 같은 대도시의 도심 주택가는 할렘가로 변모한 지 오래다. 신도시 개발에만 열중했던 미국은 오래된 보물을 버리는 큰 실수를 한 것이다. 중산층은 이제 원거리 승용차 출퇴근에서 도심 가까운 곳으로 이주를 하여야 하는 데 유턴할 도심이 없어졌다.
미국에는 특별한 여가 문화가 없기 때문에 자동차를 타고 쇼핑하길 좋아한다. 그래서 작은 쇼핑몰들이 여기 저기 산재해 있다. 한곳에서 한꺼번에 쇼핑을 하는 것보다 차를 타고 이리 저리 몰려다니며 찔끔찔끔 쇼핑을 하며 시간 보내는 미국인의 습성을 대변한다. 그러나 고유가 시대에는 쇼핑몰의 형태도 유럽의 형태를 따라 가고 있다. 되도록이면 한곳에서 모든 쇼핑을 다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시카고의 ‘Ochard’ 쇼핑몰인데 이곳에는 여러 백화점이 한곳에 밀집해 있고 수많은 고급상점들이 보행자 거리를 이루고 있다. 한번 주차하고 모든 일을 다 처리할 수 있는 곳이 인기를 끄는 것은 고유가 시대에 미국인이 보여준 새로운 변화이다.
연초부터 살인적으로 폭등한 기름 값 때문에 미국 서민들 중 상당수는 올 여름에 휴가 여행까지 포기하고 있다. 마치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준다” 는 수요법칙을 실천이나 하듯이 미국인들은 힘겹지만 발 빠르게 고유가에 적응해 가고 있다.
<객원논설위원·홍창의 관동대 교통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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