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과 파라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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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과 파라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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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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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이런 꿈들을 꾼 적이 있다. 서울에 있는 세종로를 모두 보행자 공간으로 만들고 차도는 지하로 뚫어서 세검정까지 지하 도로로 이어지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이다. 교통카드가 들어 있는 지갑을 안주머니에서 꺼내지 않고도 그냥 타기만 하면 계산이 저절로 되는 세상과 시외버스와 고속버스 그리고 택시까지 전국을 하나의 교통카드로 이동하는 그 날을 그려봤다.
고속도로 중앙분리대 위를 모노레일이 달리고 고층 빌딩 옥상마다 헬리포트가 있어 수직 이착륙 비행기가 운영되고 학교 운동장 밑에는 예외 없이 대형 지하 주차장이 있는 미래를 본다. 아파트와 주차장을 분리 분양하는 건설사가 나오고 특급호텔 지상 주차장에는 소형차와 장애인 전용주차면만 구획선이 허용되는 법 제도도 만들어진다.
자동차가 부딪치면 범퍼에서도 에어백이 터지고 블랙박스가 있어 교통사고 원인을 해석할 수 있는 시스템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동차 타이어도 흑색 일변도를 탈피하여 차량 색에 맞추어 총 천연색으로 굴러다니는 그림도 그려진다.
지하철과 철도열차는 기관사 없이 달리는 무인 운전시스템이 도입되고 차륜도 쇠바퀴가 아닌 타이어로 교체되고 의자도 나타났다 숨었다 하는 첨두시간 전환용이 등장할 것이다. 지하철역과 건물의 일체화가 이루어지고 전국의 대학 캠퍼스 안에 지하철 역사와 철도역 건물이 속속 들어설 것이다. 휴대폰으로 집 앞 정류장에 버스 도착 예정을 알려주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탑승한 교통 수단의 정보를 공개하고 싶으면 휴대폰으로 실시간 위치와 도착 시각이 여러 사람에게 전달되는 세상은 상상만 해도 신이 난다.
전국의 보도에 기존의 1년용 보도블록 대신에 다양한 색깔과 문양의 대리석이 깔린다. 연석은 더 낮아지고 가로수는 가장자리가 아닌 보도 한가운데 자리 잡고 원형 벤치도 주위에 뺑 둘러 자리 잡고 있다. 자동차가 못 들어오게 인도에 설치된 방해석은 주변상가의 하역 차량진입을 임시로 허용하기 위해 리모컨으로 상하를 움직이고 있다. 가로등과 신호등은 아름다운 예술 공예품으로 장식되고 화려하기까지 하다.
국토해양부에서 교통부가 분리되고 국립 교통안전연구원도 설립되어 지조있는 연구가 이루어지면 좋겠다. 도로 주행실험을 할 수 있는 ‘장거리 고속 주행로’가 건립되어 다양한 실험과 측정이 실행되는 그날도 꿈꾸어 진다.
도로도 양적 공급에서 질적 공급으로 방향 전환이 되어 직선도로보다는 원형으로 만들어진 기능성 순환도로가 여러 개의 동심원 그리듯 전국 도시들을 감싸고 있을 법하다. 시속 100km의 구식 고속도로 건설은 시속 180km의 신세대 고속도로로 대체되고 최저가 입찰방식에서 최고급 사양 적용과 기발한 아이디어 채택위주의 방향으로 선정 방법이 바뀔 것이다.
자동차와 탑승객 모두를 함께 수송하는 3층짜리 열차도 희미하게 보인다. 추석 때 승용차를 열차 화물칸에 겹겹이 실은 뒤, 요금은 승용차 단위로 지불하고 탑승객들은 객실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고향으로 내려가는 모습은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논스톱 연계수송인 셈이다.
꿈속에서 바라본 전국의 대학도 구조조정 중이다. 몇몇 대학은 토목공학과를 교통공학과로 바꾸고 경영학과를 물류유통학과로 바꾸고 산업공학과와 컴퓨터공학과를 통폐합하여 ITS 학과로 만드느라 난리법석이다.
국회에도 시대에 뒤떨어진 법조계 출신들이 대거 퇴진하고 교통 전문가들이 수 십명씩 등장하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 지방토후 부패세력으로 얼룩진 지방의회에도 참신한 교통 신세대들이 진입하여 대청소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우리 교통에게는 저력이 있다. 저개발국가에 운전면허 시험장을 세워주고 우리의 시스템을 고스란히 심고 있는 광경도 보인다. 무인단속 카메라도 업그레이드되어 수출효자 품목이 되고 네비게이션의 세계최고 명품은 국산제품이 될 것이다. 꿈은 반드시 이루어져 대한민국이 파라다이스로 바뀔 날을 기대해 본다.
<객원논설위원-관동대 교통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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