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향상이 시급한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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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 향상이 시급한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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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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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현대자동차의 노사는 생산직 근무형태와 관련하여 의미 있는 합의를 이룬 바 있다. 종래 주야간 각 10시간씩 3조2교대제로 하던 근무를 8시간·9시간의 주간연속 2교대제로 전환키로 하고, 이를 전주상용차공장은 2009년 1월1일부터, 그 외의 모든 공장에서는 9월1일부터 시행하기로 하였다. 이는 작업자의 근로시간을 종래 1일평균 10시간에서 8.5시간으로 15% 단축하고 심야시간의 근로를 폐지하는 것으로서, 근로자들의 일상생활리듬 유지와 건강을 위해 바람직한 선진적 근무형태라 하겠다.

그런데 근무시간이 단축될 경우 급여도 조정되어야할 것이나 합의된 내용은 기존 임금수준을 그대로 보전하고, 추가설비증설 없이 현 생산량을 유지하며, 현재의 시급제를 월급제로 전환할 것을 검토키로 하였다고 한다.
근로시간은 단축되었는데 동일한 임금수준에 현 생산량을 유지하려면 시간단축에 상응하는 생산성 향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과연 15%나 되는 생산성을 내년 1월1일 또는 늦어도 9월1일까지 향상시킬 수 있을까?
세계자동차공장의 생산성지표를 정기적으로 조사, 발표하는 하버리포트에 의하면 2006년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노동생산성은 각각 31.1HPV(1대당 생산시간)와 37.5HPV로 도요타, 혼다 등 일본차의 21.1∼22.1HPV 및 미국 빅3의 22∼23.2HPV에 비해 현저히 낮다. 그리고 이는 2000년도와 비교해 더욱 하락한 생산성이다(당시 현대는 30HPV, 기아 30.7HPV).
경쟁의 심화에 따라 전반적으로 생산성이 향상되고 있는 선진 글로벌메이커들과 달리 현대와 기아차의 노동생산성이 더욱 하락한 이유는 노사 간에 체결된 단체협약 내용을 보면 쉽사리 이해가 간다.

사측은 인력수급계획, 라인간 배치전환, 공장별 차종이관, 시간당 생산대수 조정 등을 사전에 노조와 협의해야 하고, 정규인력에 대한 59세 정년보장과 함께 정리해고나 희망퇴직 등은 노조와의 공동결정 없이 시행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또한 해외 현지공장 건설과 관련, 국내 생산공장의 축소나 폐쇄 금지, 물량감소 시 해외공장 우선폐쇄 원칙, 해외공장에서 생산된 완성차 및 부품의 국내 수입 금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외국 메이커들의 경우 대부분이 경영진 고유권한에 속할 이러한 내용들이 노조와의 사전 협의나 동의를 전제로 하고 있어 생산활동 상의 유연성과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하겠다. 경영환경은 수시로 변하는데 유연성이 없다보니 생산성을 높이기가 쉽지 않다. 근로자들은 고용이 보장되고 작업의 변화나 노동의 강도를 높이도록 사측의 일방적 압력을 받지 않아도 되니 노동생산성이 제고될 리가 없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노동생산성 이외에 설비의 효율성 제고, 자동화, 생산시스템 개선 등의 방안도 있지만 여기에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며, 무엇보다도 근로자들의 협조가 필요하므로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자동차가 내년 9월까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를 생산성의 향상으로 만회할 수 있을지는 극히 의문이다. 결국 생산성은 높이지 못하고 단위시간당 임금상승 효과로 생산원가만을 올리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금 세계자동차시장은 미국 발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급속히 위축되고 있으며, 글로벌 자동차메이커들 간에 사활을 건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현대와 기아차로 대표되는 한국차는 지난 2~3년간 최대 시장인 미국과 서유럽에서 일본 및 유럽차와의 경쟁에서 열세를 보이며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거나 판매증가율이 감소하고 있다. 중국시장에서도 판매가 큰 폭으로 떨어졌으며, 그간 빠르게 늘어나던 아시아, 아프리카, 태평양 등으로의 수출도 금년에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내수시장에서는 수입차의 증가율이 가파르다. 한국차의 품질, 디자인, 브랜드가치 등이 꾸준히 향상됨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주요시장에서 열세를 면치 못함은 높은 임금수준과 낮은 생산성으로 인해 가격경쟁력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현대자동차의 임금수준은 선진국메이커와 동일하거나 그 이상이며,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인건비 비중이 11%를 상회한다고 한다. 전통적으로 완성차업체의 인건비가 매출액의 8%를 넘어서면 원가경쟁력을 상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 이상의 원가상승 부담을 안게 된다면 결과는 자명하다.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발전적 근무형태가 이미 약화되고 있는 가격경쟁력을 더욱 후퇴시키지 않도록 생산성을 올리는 일이 시급한 과제라고 하겠으며, 이를 위해 노사는 어느 때보다 단합하여 생산성 향상에 매진하기를 기대해본다.
<객원논설위원-이동화 전 자공협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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