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교통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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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좌왕 교통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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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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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교통정책들 중에서 가장 모순투성이는 도로에 부과되는 통행료일 것이다.
유료로 운영되는 터널은 물론이고 고속도로에 이르기까지 정부는 말 바꾸기로 일관했었다. 경부고속도로만 해도 통행료를 징수하는 이유를 일반도로에 비해 건설비가 과중하여 건설비만큼만 받겠다고 했었다. 건설비 상환이 유료의 목적이었으므로 논리상, 건설비 상환이 끝나는 일정기간 후에는 통행료 징수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경부고속도로는 약속한 건설비 상환기간이 벌써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새로운 이유를 대면서 계속해서 통행료를 징수하고 있다. 터널에 관한 통행료 역사는 더 희한하다. 과거 서울시 상당수의 터널들은 통행료를 100원씩 징수하고 있었고, 당초 약속한 터널 유료화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통행료 수입이 중단될 위기에 몰렸다. 서울시는 대부분 터널을 약속대로 무료화 하는 대신 남산 1, 3호 터널의 통행료만은 유지시키되 요금을 대폭 인상시켰다. 이로 인해 나머지 무료화 된 터널들의 수입을 보전할 수 있었다. 이때 인용된 용어가 '혼잡통행료'다. 결국 100원짜리 상품을 2000원으로 인상하는 포장 수단으로 '혼잡통행료'를 오용한 것이다.

도로 건설에 사용하겠다고 했던 휘발유에 붙는 세금도 처음에는 특소세였다. 차량에 소모되는 기름이 사치품이 아닌 생필품이 되어 버린 오늘까지 특소세의 골격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다만, 정부의 말 바꾸기로 세금 이름만 달라졌을 뿐이다. 교통•환경•에너지세라는 복잡한 이름아래 교통에서 거둔 돈을 수질개선 등에까지 쓰면서 “도로로부터 오염된 빗물이 수질오염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면 수긍할 운전자가 몇 명이나 될까 의문이다. 약방의 감초처럼 붙어 있는 교육세도, 작금의 교육과학부 사태에서 보듯이 국민의 혈세를 아무런 부끄럼 없이 자신의 모교와 자녀의 학교에 보조금의 형식으로 지원하는 공무원이 존재하는 한, 세금의 타당성을 지지받기는 어렵게 생겼다. 
 
요즘에는 유류세를 너무 많이 거두었는지, ‘유류환급금’으로 직접 되돌려 준다고 난리다. 차량이 없어도 소득신고를 한 저소득계층이면 누구나 받을 수 있단다. 대부분의 유류관련 세금은 자동차로부터 거두어들이고 환급은 모든 이에게 주려하고 있다. 난방유라도 썼으려니 하고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하는 정부의 논리에 고개만 갸우뚱하게 된다. 장애인 LPG 보조금은 삭감한 채 그대로 두고 엉뚱한 곳에 푼돈으로 잘게 나누어 생색내는 정책은 아무래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운전자를 편하게 해주고 할인혜택을 주겠다고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설치한 하이패스는 장애인을 역차별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상인들은 무사통과인 데, 장애인은 티켓을 받아가는 구식 톨게이트를 거쳐야 한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간단히 해결될 일을 대수롭지 않은 듯 마냥 미루고만 있다.   
  
무인단속 카메라로부터 거두어들인 범칙금도 전액 운전자에게 회귀할 수 있도록 교통안전시설물 투자에 사용되어야 했으나 초창기에 그러하지 못했다. 마치 공짜 돈인 냥, 정부 부처 간에 서로 차지해 보겠다고 “범칙금이냐, 과태료냐”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에 운전자는 어리둥절할 뿐이다.    

앞으로는 교통 분야에서만이라도 제도와 운영의 틀을 확고히 다져 대(對) 국민 설명에 임기응변식 방법을 지양하고, 정확하고 논리적인 정책대안을 내놓기를 촉구한다. 그리고 통행료나 세금에 대해 이론적인 계산방식을 자세하게 제시하여 사용자에게 그들이 부담하고 있는 것이 ‘평균비용’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사회적 한계비용’에 의한 것인지, ‘개발비용’ 또는 ‘지출예산 균형방식’인지를 일관성 있게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거둔 세금을 고스란히 교통에 재투자하는 것이야말로 장기적으로 국가에 득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객원논설위원-홍창의 관동대학교 교통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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