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차를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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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차를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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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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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유학을 위해 프랑스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에 받은 인상들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프랑스 차들이 마치 성냥갑처럼 작다는 느낌이었다. 도로의 차로폭도 무척이나 좁았다. 그 당시 프랑스 도로를 달리는 차의 주종은 르노회사의 ‘알파이브’이었다. 르노의 ‘알파이브’는 ‘티코’ 정도의 작은 차이다. 프랑스에 8년을 살면서 "프랑스는 부유한 나라이지만, 국민은 매우 절약하고 실용적이다" 라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되었지만 작은 차에 대한 첫인상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초창기에는 프랑스의 교수님이나 같은 연구소의 고참연구원들이 어떤 차종을 몰고 다니는 가를 유심히 살폈다. 당시 원로 교수님은 ‘르노 25’(당시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이 타던 차종)이니까 제외하고, 부교수님은 오토바이, 고참연구원들의 차는 르노의 ‘알파이브’에서 ‘메르세데스’ '벤츠'까지 다양해서 일반적인 법칙을 찾을 수가 없었다. 연구원들에게 직접 물어 보니, 대체로 가족 수에 따라 차의 크기가 결정되고, 교통 혼잡이 심한 지역에 사는 사람은 오토바이라도 몰고 다니기 때문에 승용차의 차종이 뭔가를 의미하는(?) 우리나라와는 생활방식이 다름을 알게 되었다.

 결국 프랑스 사람들은 승용차를 신발처럼 여겨 발에 맞는 것을 고르는 식이었다.
 필자가 살고 있던 아파트는 파리 12대학에서 불과 30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고, 파리시의 외곽에 위치한 '크레떼이'라는 곳이다. 시내에 볼일이 있어 나갈 때는 지하철 8호선을 이용하고 학교나 연구실에 갈 때는 도보로 충분했다. 단지 열흘에 한 번 꼴로 교외에 있는 대규모 슈퍼를 이용할 때 쓸 소형차만이 나에게 필요했다. 그때 타고 다니던 차가 폭스바겐의 소형차였다. 신차로 구입하여 여름 바캉스와 시장 볼 때를 제외하고 몇 년간 늘 주차만 하고 있던 그 차는 프랑스를 떠날 때 불과 몇 만 km을 주행하지 않은 채로 타인에게 넘겨졌다. 한 번도 고장이 없었고 중고 대형차를 구입한 다른 친구들에 비해 엄청나게 휘발유를 적게 소모하던 절약형 차로 기억하고 있다.

 귀국한 후 대한주택공사에 근무할 때, 한동안 차가 없었다. 종로에서 강남까지 출퇴근을 위해 대중교통이나 통근버스를 항상 이용하였다. 그러나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뵙는 데는 승용차가 절실했다. 아기 데리고 시내버스에, 지하철에, 고속버스에, 다시 시골 시내버스를 타고 가야하는 시골길은 너무나 힘이 들었고, 반찬 하라고 어머님께서 싸주시는 채소보따리와 쌀부대자루는 상경 길을 늘 무겁게 하곤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차를 사게 되었다.

자동차를 구입하려할 때, 눈에 친숙히 다가오는 차종은 역시 유럽스타일의 작은 차들이었다. 주위 분들의 조언도 작은 차를 선택하라는 것이다. 사실상 주위 분들도 다 작은 차를 애용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아내와 딸 하나 뿐인 세 식구에 합당한 국산 소형차를 최종 선택했다. 타보니 힘도 좋고, 연료비도 적게 들고, 좁은 골목길도 쉽게 빠지고, 주차하기도 편하고 하여 선택을 참 잘했다 생각하며, 만나는 사람마다 소형차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 살고 있던 곳은 한적한 주택가였다. 집 골목에 세워진 차들 중에서 가장 작은 차면서도 제일 인기 있는 차는 작은 차였다. 왜냐하면 다른 큰 차들처럼 차 빼달라고 아침마다 아우성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경험상 집에서 직장까지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고, 필요한 경우만 작은 차를 타는 생활이 습관화되면 아무런 불편이 없다. 지금은 대학으로 직장을 옮겨 대중교통이 불편한 지방에 와서 살고 있지만 아직도 출퇴근 할 때, 버스를 이용하거나 주로 걷는다. 서울로 출장 갈 때도 당연히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모든 가족이 움직일 때나 짐이 있을 때에나 소형차를 이용한다.

경제가 어려운 시대일수록 많은 사람들이 작은 차 타는데 동참했으면 좋겠고 개인도 나라도 뻐기는 쪽보다는 ‘실속’을 지향했으면 한다.
<객원논설위원-홍창의 관동대학교 교통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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