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로지스=“다시 보는 토끼와 거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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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로지스=“다시 보는 토끼와 거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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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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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논설위원·한국철도기술연구원 국가물류표준화연구단 단장>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 토끼의 게으름만 없으면 달리기에서 토끼가 이기는 것은 당연한 기정사실화 되어있다. 그러나 만약 지구 한 바퀴를 토끼와 거북이가 내기 경주를 한다고 가정하면 과연 누가 이길 것인가? 그리고 누구에게 배팅을 할 것인가?
필자는 아마 토끼보다는 거북이에게 배팅을 할 것이다. 특이한 천재지변이 없는 한 그 결과는 거북이의 승리로 귀결될 수 있다는 논리이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단순하다.
육지에서는 토끼가 거북이 보다 빠르지만 바다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지구를 한 바퀴 돌때는 반드시 바다를 거쳐야하며, 지구 전체 면적 약 5.1억km² 중 바다가 차지하는 면적은 약 3.6억㎢이다. 대략적으로 보더라도 약 7대3의 비율로 바다가 넓다. 이처럼 바다의 면적이 육지보다 넓다는 조건을 고려한다면 지구 한 바퀴를 돌 때 분명 거북이의 우승이 예상된다.
지금까지 시행된 수많은 물류정책이 과연 옳은 정책과 옳은 길로만 발걸음을 떼었는가를 물류관련 모든 이해관계자는 심각하게 고려해 봐야할 시기이다. 혹시라도 토끼가 빠르다는 이유 즉, 육지에서 빨리 달린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현상과 실제가 엄연히 세상에 존재함에도 애써 이를 부정하고 기존 정책을 고집하지 않았나 반성할 필요가 있다.
지난 3월13일 국토해양부는 일관수송용 표준파렛트를 T11(가로 1100mm×세로 1100mm), T12(가로 1200mm×세로1000mm) 두 규격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995년 12월에 제정된 '유닛로드시스템 통칙(KS A 1638)' 제정 때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일관수송용 파렛트로 T11을 지정하여 사용을 장려하여 왔던 기존 정부의 방침을 뒤집는 정책이다. 그 이유는 급변하는 국내외 물류환경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위해 T12까지 확대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국제환경변화에 적절히 대응가능한 국토부의 결정은 매우 시의적절한 결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0년 이상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 하나의 국가, 하나의 표준을 주장해 왔는가? 해상용 컨테이너와 정합성이 가장 뛰어난 T11이 T12로 바뀌는 순간, 국내 트럭(5톤, 11톤)에 가장 호환성과 적재효율이 높은 T11이 T12로 바뀌는 순간,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던 너무나도 당연시 했던 기정사실들이 그 내면을 한 꺼풀 벗겨보니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꼴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파렛트 규격이 물류시스템 즉, 포장, 수송, 보관, 운반하역 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가는 부언의 여지가 없다. 지난 10여년 이상 우리나라의 파렛트 정책은 규격문제로 너무나도 많은 소모전을 겪어 왔다.
이제는 이러한 갈등을 멈추고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방향을 지지하고 지금까지의 소모적 정쟁이 생산적인 대화와 타협으로 승화되어야 할 시기가 왔다.
국토해양부의 이번 결정은 소모적 우(愚)를 생산적 우(牛)로 만들 새판을 차려놓았다고 할 수 있다. 이제 과거의 맛있었던 상을 물리고 새로운 밥상에 마주 앉아야 한다. 10년 전과 비교해 너무나도 많은 맛있는 반찬들이 새롭게 등장했다. 어떻게 하면 보다 더 품위 있고, 감칠 맛나게 식사를 하는가 라는 절차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시기이다.
물류표준화란 서로 다른 기능과 규격 등을 효율적 잣대로 만들고, 모방형이 아닌 선도형 표준화를 통해 달성할 수 있듯이 서로의 의견이 대립되는 것을 타협과 화합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것이 진정한 표준화의 진미라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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