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도, 부실로 가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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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도, 부실로 가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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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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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논설위원·홍창의 관동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경부고속철도 대구∼부산 간 공사 현장에서 발견된 콘크리트 침목의 균열문제로 그동안 감추어진 총체적 부실공사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진실이 있는 그대로 낱낱이 밝혀진다면, 세상이 시끄러워질 것 같다. 그 와중에 참으로 신기한 일은 20년 전부터 지금 사태를 정확히 예견한 글이 많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 내용들의 요지는 고속철도 건설과 관련해“돈 주고 사들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특히 ‘기술이전’ 개념이 불명확한 상황아래서 고속철도 고장과 철도사고를 걱정하는 얘기로 구성돼 있다.
내용 중에는 놀랍게도 고속철도 건설에 있어 “침목용으로 사용되는 콘크리트 벽돌과 연결된 고탄력의 충격 완화 신소재를 유의하여야 한다”고 까지 경고하고 있다.
선진국에서 개발된 고속철도 부품의 결과물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결과에 이르는 과정이 진정한 노하우이기에 이를 성실히 배워야함을 충고하고 있다. 철도는 분명히 첨단 교통수단은 아니다. 그러나 전통적 기술을 바탕으로 수많은 기초 연구를 통해 다져온 고속철도 기술은 분명 노하우의 결정판이 된 셈이다.
우리에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리 문제점이 발견되어 교통사고까지 이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앞으로 경부고속철도가 참사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그 경우 책임 소재 불분명으로 어처구니없는 지경에 빠질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고 비용의 고속철도 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그 동안 정부가 자신 있게 주장해 온 ‘기술이전’의 허구가 하나 둘씩 벗겨지고 있어 위험 예견이 들어맞을까봐 불길한 마음이 든다.
침목균열의 원인이 콘크리트 침목과 레일을 연결시켜 주는 부품인 ‘매립전’의 충진재로 부터 비롯되고 방수가 되는 소재 대신에 물을 흡수하는 스폰지성 재료를 사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철도 공사를 주관하는 철도시설공단은 시공사 탓하고 시공사는 부품을 납품하는 침목제조 회사에게 미루고 감독기관인 감리회사는 손 놓고 있는 국면이다. 독일 업체로부터 완제품을 수입했다는 얘기도 들리고 중간에 국내업체로 변경되어 국내에서 생산되었다는 소문도 있고 독일 기술자가 기술 지도를 했다는 둥, 어지러운 형상이다. 고속철도의 수많은 부분 중에 극히 미세한 부분에서 문제가 발견됐을 뿐이고 부실의 골은 더 깊을 것으로 본다. 이번 기회에 철저한 문책이 없다면 재발방지를 장담할 수 없다.
선진국 기술자들이 후진국에서 유사한 문제가 생겼을 경우, 발뺌하는 첫 번째 요령이 그 나라의 특성을 물고 늘어지는 것이다. “기술이나 설계상으로는 아무 하자가 없는 데, 우리나라 기후에 문제가 있다고 변명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가 후진국도 아닌데, 침목이 얼어 터진 것을 대한민국의 겨울 날씨 차이로 설명하려든다면 넌센스다. 한강에 물고기가 떼 지어 죽을 때 기온이 높아져 죽었다고 설명해 준다면 말이 되는 가? 기후 탓과 ‘빙압’이라는 설명은 변죽에 불과하지 우리가 알고 싶은 핵심적 원인은 아니지 않는가?
프랑스 테제베는 그동안 크고 작은 많은 사고를 발생시키고 있다. 그 테제베를 프랑스로부터 터무니없이 비싼 값을 치루고 수입한 우리나라 아닌가? 공사가 완벽히 이루어졌을 지라도 프랑스의 경험상 앞으로 많은 사고가 우리의 KTX에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하물며 부실공사까지 겹쳐 고속철도가 고속운행 중 사고가 발생한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것이다.
하루빨리 침목균열의 진상규명을 하여 안전을 확보하는 길이 중요하다. 부실시공의 종합세트라고 알려진 경부고속철도 문제를 임시방편으로 수습하기 보다는 철저하게 파헤치고 문제가 있는 관리조직을 개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떠한 이유에서도 어설픈 공법으로 승객의 생명을 담보로 실험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으며, 철도 중흥의 시대를 시기하는 부실의 그림자와 어두운 세력을 총명한 리더십으로 말끔히 걷어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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