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관광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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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난 관광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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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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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논설위원·김상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올초부터 얼마전까지 한국관광은 환율효과로 만성적 국제관광수지적자를 벗어나 모처럼 좋은 시절이 오나 싶었다. 그렇지만 최근 환율상승과 함께 새로운 인플루엔자의 출현으로 외래 관광객이 입국상승세가 한풀 꺾이는 듯 싶다.
이제 와서 얘기지만 신종전염병이야 예상치 못했던 변수라 하더라도 많은 전문가들이 원화 하락은 그렇게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애당초부터 하고 있었다. 다만 환율효과가 계속되는 기간에라도 입국하는 많은 관광객들에게 한국관광의 매력을 널리 알리는 기회로 삼았으면 하는 기대를 가졌던 것은 사실이다.
지난 몇 달 시내 유명백화점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관광업계는 때아닌 호황에 속된말로 재미를 좀 본 것 같다. 하지만 열풍처럼 관광객이 지나가고 있는 지금 많은 아쉬움이 든다. 그간 명동에서는 떡볶이 한 접시에 5000원을 받는 등 일본인 관광객들에 대한 길거리 음식판매가격을 우리시민이 내는 것보다 두 배 내지 세 배를 받았다 하고, 찜질방에서는 손톱 정리 등 일부 서비스가 추가되기는 했지만 10배에 가깝게 바가지를 씌웠다고 한다.
자주 사회문제가 되는 콜밴도 외국인들에게 5배에서 10배까지 받는 일이 흔했다고 하는데, 피해자 중엔 외국 언론 관계자들도 포함되었다고 하니 향후 외국에서 한국 콜밴의 이런 횡포를 어떻게 평가할지는 불을 보듯 훤한 일이다.
이뿐이 아니다. 지난 5월14일 서울지방경찰청은 가정주부와 회사원이 포함된 성매매 여성 10명과 일본인 관광객 3명 등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한다. 외국인 관광객들에 대한 성매매를 옹호하자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이런 일이 발생할 것 같았으면 관계 당국에서 미리 강력한 예방 활동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가뜩이나 겁 많은(?) 일본 관광객들이 앞으로 어떤 태도를 취할지 뻔하니 말이다. 제일 충격적이었던 것은 5월초 경찰이 일본인 관광객을 시위대로 오인해 발생한 일이다. 아수라장 같았을 시위현장에서 생긴 모습이 한국 사람과 비슷한 일본인을 구별해내기란 쉽지 않았으리란 생각은 든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라고 본다. 일본인 관광객임을 확인한 후 진압 중 구타로 늑골에 금이 갔다는 사람을 새벽시간에 서울 중앙 우체국 앞에 내려놓고 갔다는 것이다.
신문에 나온대로라면 더 기막힌 일이 그 후에 또 벌어진다. 경찰이 일본인 관광객이 투숙중인 호텔에 찾아와 '고소하지 않겠다'는 조서를 받아가고 경찰당국은 끝내 폭행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엉뚱하게 부상당한 관광객 입장에서 막상 가해기관은 때리지 않았다고 했을 때 그가 받았을 분노는 또 어땠을까. 맞은 것도 아프지만 억울함이 있다면 쉽게 그 상처가 낫기를 바라긴 어려운 일이다.
이런 암담한 보도를 접하고 나니 지난 2월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의 발표가 생각이 난다. 영국외교부 사이트, 캐나다 외교부 사이트, 미국 국무부 사이트 등에서 한국의 대도시에서 소매치기, 성폭행, 강간, 호텔강도, 싸움이나 외국인에 대한 괴롭힘이 계속되는 듯한 정보를 내보내고 있다고 한다.
특히 외국인이 한국에서 집단 강간당했다는 등 한국이 마치 '성범죄의 나라'인양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2004년경부터 시작된 이러한 한국관광정보의 내용을 받아쓴 외국의 웹사이트가 최근 확인된 것만 해도 152개에 달했다고 한다.
아찔한 것은 앞으로 이런 사이트에 어떠한 내용이 추가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앞으로 관광업계에는 예상했든 그렇지 않든 호황과 침체가 교차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예상치 않은 호황에 대한 대비는 위기에 대한 대응만큼 준비되는 것도 이번 관광계의 호황을 통해 교훈을 얻게 된다. 불의의 사고나 유감스러운 일의 경우도 그런 일이 아예 없었으면 좋겠지만 기왕 벌어진 일이라면 오히려 이것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상인과 경찰들의 진심어린 사과와 자체 교육 프로그램 신설 등을 통한 가시적인 재발방지의 약속들이 이어진다면 그나마 성의 있는 해결책이 되지 않을까
돌아보면 우리 관광정책은 그동안 큰 일에 매달리느라 작아 보이는 일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세계적인 관광단지들과 기념비적인 건물을 짓는 일은 분명 드라마틱한 자연환경이나 일본, 중국과 구별되 보이지 않는 한국의 관광진흥에 꼭 필요한 일들이다.
하지만 앞서의 숙제들과 함께 아직까지도 많은 식당에 화장실용 두루마리 휴지가 버젓이 나와 있고, 양심없는 가이드들의 관광객 주머니 털기 등 사소하게 보이는 일들을 먼저 처리하지 못한다면 한국관광의 미래는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지금 우리는 디테일의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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