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아침=고유가 시대 다시 오고 있어, 자동차 소비구조 바꿔야
상태바
월요아침=고유가 시대 다시 오고 있어, 자동차 소비구조 바꿔야
  • 관리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9.07.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객원논설위원·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부원장>

국제유가가 금년 6월말에 다시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했다. 세계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금년 1월에 배럴당 34달러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가, 금융위기의 점진적인 회복과 더불어 다시 최저가 대비 2배 이상 오른 것이다.
국제유가가 오르는 것이 걱정되는 이유는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원유가 한 방울도 생산되지 못하고 전량을 외국에서 수입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08년도 기준으로 연간 약 8억배럴의 원유를 수입했다. 따라서 국제 원유가가 배럴당 10달러가 오르면 우리나라는 원유값으로 연간 80억달러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만일 국제유가가 현재의 배럴당 70달러에서 내년에 배럴당 100달러 수준으로 30달러가 오른다면, 우리나라는 원유값으로 내년에 240억 달러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모두 알다시피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잘 해야 연간 200억 내지 300억 달러의 흑자를 남기는 나라이다. 온 국민이 땀흘러 1년내내 일해서 벌어들이는 무역수지 흑자를 원유값을 지불하는데 몽땅 써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원유 수입비용을 줄이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내년도에 다시 적자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환율은 다시 오르고 주식가격은 떨어지고 우리나라의 경제는 다시 위기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무엇보다 걱정인 것은 우리나라의 자동차 소비형태가 날로 연료를 많이 쓰는 차량을 선호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를 새로 바꿀 때마다 아반떼 같은 소형차를 타던 사람은 소나타 같은 중형차로 바꾸고, 소나타를 타던 사람은 다시 그랜저로 바꾸는 등 나날이 연료를 많이 쓰는 자동차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국제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자동차 판매량이 급락하자 정부는 자동차업체를 살리기 위하여 10년 이상 된 노후차량을 새 차로 바꾸는 경우 최대 250만원까지 세금을 감면하는 파격적인 지원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제도를 활용하여 세금감면을 받고 새 차를 구입한 통계를 보면, 가장 많이 팔린 1위 차량이 소나타이고 다음으로 2위가 그랜저로 나타났다.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면 소형차나 경차가 많이 팔리는 것이 당연한데, 국내에서는 반대로 중형차와 대형차가 더 많이 팔리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국제유가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중형차나 대형차를 사도 유류비 부담이 적어졌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것은 지금 현재의 유류가격만을 보고 판단할 때의 이야기이고, 새로 자동차를 사면 적어도 10년 이상은 타야 하는데, 앞으로 다시 연료비가 큰 폭으로 오를 때를 생각하면 정말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 우리나라는 앞으로 열심히 땀흘려서 벌어들인 무역수지 흑자를 자동차 유류 수입하는데 모두 써버리는 한심한 경제구조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국제유가가 다시 큰 폭으로 올라가게 될 장래의 일을 생각할 때, 노후차량 세금감면 혜택을 폐지하든지, 또는 유류소비가 적은 소형차와 하이브리드카에 세금감면 혜택을 많이 주고, 중형차나 대형차에 대한 감면폭을 줄이는 방향으로 바꾸어야 한다. 중형차나 대형차를 사는 부유층에게 세금감면 혜택을 더 많이 주는 것은 형평상 맞지도 않다.
또한 장래에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면 부유층은 원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라 연료비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대형차를 몰고 다니겠지만, 세금 감면을 많이 받는다고 멋모르고 중대형차를 산 서민들이 고통을 겪을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국제수지는 다시 적자로 떨어질 것이 뻔한 노릇이다.
세계 경제위기의 점진적인 회복과 함께 다시 고유가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소비구조를 하루 빨리 바꾸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장래 다시 오고 있는 고유가 시대의 첫 번째 희생국이 될 것이 우려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