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크=누구를 위한 점거 농성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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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토크=누구를 위한 점거 농성이었던가
  • 관리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9.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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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의 불법파업과 정리해고 대상자들의 격렬한 공장 점거농성으로 무려 두 달 반 동안 생산이 완전 중단됐던 쌍용자동차 사태가 큰 불상사 없이 노사합의를 통해 해결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극심한 영업부진과 경영악화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자동차의 회생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였다. 생산중단에 따른 수천억원 대의 손실, 국내외 영업망의 붕괴, 부품공급 차질로 인한 AS 장애, 브랜드이미지 추락 등의 자체 피해는 물론이고 400여 협력업체의 피해와 부품공급망 와해 등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사실 쌍용자동차는 이미 오래전부터 구조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회사였다. 우선, 자동차산업은 규모의 경제효과가 큰 산업인데 쌍용차는 연간 생산능력이 20만대 수준에 불과하여 특별히 뛰어난 기술력이나 차종을 갖추지 못하고는 수백만대 규모의 대 메이커들과 경쟁하기 어렵다.
또한 쌍용의 생산차종은 대형의 다목적형 승용차(SUV와 밴)와 세단형 고급차인 체어맨 뿐으로서 이들은 모두 배기량이 크고 연비가 낮으며 CO2 발생량이 많다.
따라서 고유가와 친환경시대인 오늘날 수요의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차종들이다. 게다가 쌍용은 과거 다임러벤츠사와의 기술제휴·협력으로 한때 디젤엔진과 고급차에 대한 기술력을 상당히 갖추었으나 외환위기 이후 지난 10여년간 주인이 쌍용그룹에서 대우와 중국 상하이자동차 등으로 바뀌면서 기술개발투자에 소홀하여 시장환경변화에 맞춘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지 못했고 기술력도 국내 타 경쟁자들에 비해 뒤졌다.
이렇다보니 쌍용자동차는 2002년 최고 16만대의 생산으로 국내에서 5.1%의 비중을 점했으나 지난해에는 그 절반인 8만대로 줄었고 비중도 2.1%로 급락했다. 7천명 종업원의 1인당 생산대수가 겨우 11대 정도로서 이러한 생산성은 정상적인 자동차회사의 3분지1에 불과한 수준이다.
여기에 고유가의 지속과 작년 하반기 시작된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대형차의 판매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고, 급기야 파산의 위기에 몰리면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쌍용차가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극복하고 회생할 가능성은 희박하였으며, 따라서 지난 5월 법원과 채권단의 1차 관계인 집회는  대규모 구조조정과 신차개발을 위한 자금조달을 전제로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이렇듯이 대폭적인 인력의 감축이 불가피했음에도 불구하고 1명의 정리해고도 불가하다며 떼를 쓰듯 점거농성을 벌리고 여기에 민주노총을 비롯한 외부세력의 비호로 그토록 장기간 공장가동을 마비시킨 결과, 그들이 얻은 것은 무엇인가?
약 1000명의 최종 정리해고 대상자 중 절반정도는 고용을 유지하는 쪽으로 구제됐지만 그 대신에 잃은 것이 너무 많다. 직원들 간의 갈등이 심해졌고, 원가부담, 영업망, 브랜드이미지, 부품공급망 등 경쟁력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들이 크게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쌍용차를 재평가한다면 존속가치는 청산가치를 뛰어넘기 힘들 것이며, 그만큼 자금조달을 위한 투자자 물색도 어렵게 되었고 회생의 길은 더욱 험난해졌다고 하겠다. 만약 회사가 회생하지 못하면 구제된 500여명의 고용유지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질 뿐 더러 수천 명의 동료 근로자들이 직장을 잃고 부품협력업체와 연관 산업에 고용된 수십만 명의 인력도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 노조는 투쟁일변도의 과격한 노동운동과 정치성을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전체 조합원의 권익과 복지를 위한다는 노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노조가 돼야 할 것이다.
오는 9월15일 쌍용차에 대한 법원·채권단의 2차 집회가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더욱 불리해진 여건이지만 쌍용차의 전 임직원이 가일층 합심 단결하여 재기를 위해 진력함으로서 회생을 위한 지원을 이끌어내고 유망한 투자자도 확보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객원논설위원·전 자공협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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