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시론=남북관광 교류의 정상화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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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시론=남북관광 교류의 정상화 조건
  • 박종욱 Pjw2cj@gyotongn.com
  • 승인 2009.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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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남북관계가 일정기간 경색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그때의 일정기간이라는 의미는 길어야 1년 정도로, 이 정도면 양측의 상대 길들이기가 어느 정도 끝날 것이라 예상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남북관계는 별다른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물론 상당한 원인이 북측의 태도에 있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특히 금강산 관광의 경우 지난해 7월1일 발생한 박왕자씨 피살사건이후 올해 1월 북한군부의 전면 대결태세 돌입과 4월의 장거리 로켓발사, 5월의 2차 핵실험까지 매우 공격적이고 도발적인 모습을 지속해 온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다 8월 미국 여기자 석방을 위한 클린턴의 평양방문 후 현정은 현대 아산 회장의 방북을 통해 금강산 재개에 대한 합의와 함께 억류돼 있던 류씨를 풀어주면서 남북관계는 물론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희망이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이후 본질적인 진전이 없는 교착 상황이 계속되다가 이산가족 추석상봉, 글로윅스라는 민간기업의 대북투자설, 정상회담을 위한 비밀접촉설과 지난 10월말 옥수수 1만톤 지원 제안이 이루어지면서 최근 조현식 현대 아산 사장이 모 세미나에서 남북관계의 긍정적 신호가 보인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어떤 근거로 조 사장이 이런 주장을 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남북관광의 최대 이해관계자의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온 얘기를 전혀 신뢰할 수 없다고 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한편 금강산 관광 피살 사건과 관련해 정부가 내놓은 재개조건인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안정보장과 함께 여론이 요구하는 진심어린 사과 등의 제반조건에서 재발방지와 안전보장, 사과 등의 항목은 그간 북한이 표명해온 여러 메시지를 호의적으로 보면 어느 정도 충족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예민하기 짝이 없는 북한 군사지역 내에서의 진상규명이란 조건을 과연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 다만 앞에 다른 조건들을 묶어서 이를 성의 있는 태도라고 평가해 줄 계기만 만들어 낸다면 진상조사의 양보는 정치적 맥락에서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따라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금강산 관광을 중심으로 한 남북관광 교류의 재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싶다.
그렇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과거 10여년 동안 남북관광교류는 우리 관광분야에 그리 큰 도움도 안됐고, 원칙적인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는 여러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우선 남북관광 교류가 총체적인 큰 그림을 통해 실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거의 모든 사업이 개발중심이었고, 그 모든 사업의 주도권을 북한이 행사해 왔다. 북한이 이곳을 열라면 열고, 이렇게 제한한다면 그렇게 따랐던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만날 때마다의 커다란 선물요구는 정상적 교류의 형태에선 생각지 못한 조건이었다.
이렇다 보니 북한 관광상품은 객관적으로 볼 때 결함이 허다한 3류 관광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관광이란 자유로운 활동에 가해지는 많은 제약과 통제, 진행여부에 대한 불확실성, 게다가 무고한 관광객 피살 등 안전에 대한 불안감, 출입국의 불편과 관광활동의 단조로움, 주변국 해외여행과의 상대적 비용 부담 등을 고려해보면 이러한 평가가 결코 야박한 것이 아니다.
관광인의 입장에서 더욱 화가 났던 것은 남북 관광 교류문제에 관광부문이 철저히 배제된다는 점이다. 현대 아산의 독점적 태도와 통일부의 배타적 주도권 행사로 관광 주무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물론 1만 3천개의 관광사업체와 60년 전통의 관광 학계가 변변한 입장표명의 기회조차 갖지 못해왔던 것 아닌가.
북한에 대한 막대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우리관광발전의 방향이나 비전과의 연계성을 찾아보기 힘든 비효율의 연속이었다는 문제를 쉽게 지나치기 어렵다.
따라서 향후 재개될 남북관광교류는 이런 문제들을 정상적으로 극복한 후에 이루어지는 것이 좋다. 남북관광 교류에 대한 관광부문의 기대는 남북교류를 통해 안심하고 외국 관광객들의 방한이 이루어지고, 서울∼평양 등 남북연계 상품의 인바운드 폭발효과는 물론 우리 관광자본의 좋은 투자처이자, 과잉 공급되고 있는 관광인력의 취업기회 확대 등 많은 편익을 기대할 수 있다.
 예기치 않았던 금강산 관광 사업의 중단이 여러 가지 부담을 주는 것도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첫째는 현대 아산과 현지 진출 사업체, 관광공사와 북한관광 상품을 판매하는 100여개에 달하는 우리 여행사들의 예상수익이 현실적으로 많은 손해를 보고 있다.
둘째, 지난 10월까지, 160여개 업체의 폐업 등에서 보듯 고성, 속초, 설악산 등의 지역경제에 큰 타격을 준 것도 사실이다. 이밖에 세계경제포럼(WEF)의 국제관광경쟁력에서 우리관광의 안전순위를 끌어내리는 요인이기도 했다는 점이다. 물론 여기에는 3만명이상의 금강산 관광대기자의 불편한 마음도 염두해 둬야 한다. 외부적으로 중국의 여러 가지 움직임도 마냥 금강산 관광을 묶어들 수만은 없는 이유가 된다. 이런 것들을 종합해 보면 금강산 관광의 재개는 조만간 이루어질 것이고 또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다만 앞서 얘기한대로 납득할만한 북측의 사과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며, 그때까지 앞서 언급한 남북관광교류의 여러 문제들이 정상화 되야 함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그런데도 우리 관광계가 지금까지 마냥 손놓고 기다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객원논설위원·김상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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