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지정차로제 문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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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지정차로제 문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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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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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논설위원·관동대 교통공학과 교수> 
 

고속도로를 주행하다, 화물차의 난폭운행으로 아찔한 순간을 경험한 적이 누구나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엄연히 '지정차로제도'가 있는데도 운전자들은 이를 지키지 않는다. 있으나 마나한 제도 탓에 고속도로는 무질서와 교통 혼잡 그리고 사고까지 발생한다.
저속의 대형화물차가 승용차의 주행차로에 끼어들어 지체를 만들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과속으로 돌진해 규정 속도를 지키고 가는 앞선 승용차에게 "비키든지 빨리 가든지"하라고 경적을 울리며 위협을 가하기도 한다. 혹자는 우리나라 고속도로를 달리는 화물차를 황야의 무법자로 부르기까지 한다.
동일한 차로 상에서 승용차와 화물차가 뒤얽힌 지경으로까지 고속도로가 무질서로 바뀌게 된 배경에는 '지정차로제'가 폐지됐다가 부활되는 과정에서 운전자의 준법의식이 약화된 탓과 경찰의 단속이 철저하지 못한 데 크게 기인한다.
자동차 회사와 국토해양부의 변덕 때문에 양산된 승용차 형태의 화물차도 단속을 어렵게 하고 있다. 화물차량은 타 차종에 비해 교통사고율이 높고 순간 가속도가 떨어진다. 그리고 승용차와는 속도의 편차가 심하고 커다란 덩치 때문에 앞을 가리게 되어 승용차 주행에 불편과 위험을 안겨주고 있다. 현행 '지정차로제'대로라면, 화물차는 저속차로로 내려가야 하는 데, 아직도 승용차의 주행차로에 끼어들어 법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지정차로제'가 유명무실해진 이유 중의 하나는 "앞지르기를 할 때에는 지정된 차로의 바로 옆 왼쪽 차로로 통행할 수 있다"라는 규정 때문이다. 결국 지정차로가 화물차가 달릴 수 있는 최고 차로가 아니라는 얘기다. 추월을 이유로 화물차에게 지정된 차로를 벗어나 승용차의 주행차로로 달려도 문제될 게 없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단속을 하더라도 추월하는 중이였다고 화물차 운전자가 볼멘소리를 한다면, 처벌할 근거가 없어진다. 교통의 원칙은 명확해야 하는 데,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교통원리나 운전자 심리는 무시한 채, 이것도 저것도 아닌 사설만 늘어놓다 보니 엉터리 '지정차로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비논리적인 '지정차로제'는 '제한차로제'로 명칭이 변경돼야 하지 않나 싶다. 왜냐하면 '지정제'라는 용어가 법적 구속력이 약하고 애매모호하기 때문이다. 2차로에 승용차를 지정한다고 승용차가 2차로에만 운영되는 게 아니지 않은가? 3차로에도 4차로에도 다닐 수 있고 추월 시에는 1차로까지도 사용할 수 있는 데, 지정차로라는 용어선정이 잘못되었다고 본다.
그리고 이참에 차로별 운행하는 차종도 손질이 필요하다. 편도 4차로 고속도로의 경우, 모든 화물차는 3차로까지로 제한하고 특수차량과 건설차량은 4차로로 제한하면, 간단해진다. 물론 주행가능한 차로가 복수일 때에는 최고 차로는 추월할 때에만 사용하도록 하여야 한다. 특히 1차로는 승용차의 '추월차로'로만 활용돼야 한다.
유럽에서 추월차로는 매우 엄격한 개념을 갖는다. 승용차의 경우, 평소는 2차로로 달리다가 추월할 때에만 1차로로 달린다. 추월이 끝나면 곧장 2차로로 복귀하는 게 상식이다. 앞차가 추월차로를 막고 있으면 상향등 대신에 왼쪽 방향지시등을 켜서 겸손하게 추월의사를 표시하는데, 이 때 신속히 길을 비켜주는 것이 예의다. 추월차로는 용량감소측면보다는 다른 교통의 영향을 받지 않고 차량이 주행할 수 있는 자율속도의 관점이 더 강조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가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질서와 안전에 엄격해야 한다. 일단 '제한차로제'로 법을 정비한 뒤, 경찰인력은 물론이고 첨단장비까지 총 동원하여 제한차로를 넘어서는 화물차와 앞지르기 차로를 주행차로로 잘못 사용하는 승용차를 대대적으로 단속해야 한다. 그래야 선진교통체계가 확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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