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로지스 ="식인종인가? 제살 깎아 먹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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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로지스 ="식인종인가? 제살 깎아 먹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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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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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논설위원·권용장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국가물류표준화연구단 단장>

카니발(carnival)은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다 아는 ;고기를 먹고 즐겁게 노는 축제;의 의미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동일한 발음이지만 철자가 약간 다른 카니발(cannibal)은 어떤 의미일까? 이는 식인종이 자신의 종족을 잡아먹는다는 섬뜩한 단어에서 유래된 것이다.
즉,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이란 '자기잠식효과'로 번역되는 경제용어이다. 어떤 시장에서 동종의 제조사가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내놓음으로서 기존 제조업체의 제품 판매량과 매출은 줄어든다는 논리이다. 강남한복판에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이 몇 개나 있는지 세어보았거나, 며칠이 멀다하고 한 개씩 늘어나는 커피전문점을 보았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커피 전문점에 제품구매를 위해  들어오는 대부분의 손님들은 옛 판매점에서 커피를 즐겨마시던 고객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제살 깎아 먹기 식의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은 이미 우리 택배시장에도 만연해 있으며 이미 일정수준을 넘어선지 오래이다.
최근 정부는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택배산업을 고부가가가치 신 성장 산업으로 육성 발전시키기 위해 택배산업 선진화를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다각적으로 구상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려 하고 있다.
우리나라 택배산업은 2001년 이후 인터넷 쇼핑과 홈쇼핑의 활성화로 국민 1인당 연간 택배이용횟수가 2002년 9회에서 2009년 21회로 증가하는 등 매년 10%이상 폭발적으로 급성장하여왔다.
그러나 이러한 증가일로의 택배시장에 정부는 지난 2004년 다른 부문의 문제로 화물차량증차금지 조치를 취하여 현재는 택배차량의 부족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화물운송시장은 전체적으로 차량이 과잉공급 돼 있지만 업종 간 차량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아 택배회사에서는 부득이하게 자가용 차량 등을 이용하여 배송하고 있는 실정이다. 택배산업의 관련제도 미흡과 택배업체 과당경쟁, 편법운행 등으로 택배를 이용하는 국민들의 요구수준 대비 서비스는 이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택배회사들의 과당경쟁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필요악'으로 표현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정부가 택배회사들의 과당경쟁을 지양하고 택배수수료를 인상하여 서비스 수준을 올리라고 하지만,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동일 서비스의 경우 보다 저렴한 비용지불을 통해 최대한의 효과를 올릴 수 있는 효용시스템에 의해 작동되는 것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며, 이를 구매행동에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저가수수료에만 치우친 경쟁에 의해 화물파손, 멸실, 운송지연 등 서비스 수준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즉 서비스 향상과 서비스 향상과 지불비용절감의 선순환 구조가 아닌 악순환의 굴레에 빠져 현재는 택배회사들의 제살 깍아 먹기식의 경쟁으로 변화되고 과당경쟁이 반복돼 가는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의 효과로 귀결되고 있다.
이제는 택배산업을 식인종의 카니발(cannibal)이 아닌 축제의 카니발(carnival)로 전환시키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장이 저가경쟁이라는 칼을 쥐고 있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고객서비스가 잘려나간다고 무턱대고 택배업체 구조조정 등 칼날을 세울 것이 아니라 '보이는 손'으로 국민의 공공복리의 욕구를 충족시켜야하는 것도 정부의 당연한 책무라 생각된다.
이러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국토해양부는 지난 3월12일 '택배산업 선진화 방안'에 대한 공청회를 가졌었다. 이번 공청회는 택배업종의 신설과 운전 종사자 연령요건을 21세에서 19세로 완화하는 방안, 택배차량의 수급문제 검토, 무인택배보관함 설치와 택배 민원센터의 설립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택배서비스 수준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들이 발표됐다.
이번 공청회에서 이루어진 열띤 토론들이 작지만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기대해 본다. 택배시장의 선진화에 촉매제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회사사장이 신경 쓰지 않던 가게 한쪽의 깨어져있는 유리창이 그 집을 드나들던 손님에게는 그 가게의 이미지와 함께 상품, 심지어는 종업원의 친절함 까지 판단 할 수 있는 의사결정의 핵심인자가 될 수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택배산업의 새로운 성장을 위한 현명한 정부의 정책추진을 기대해 본다. 또한 업계는 식인종의 카니발을 축제의 카니발로 변화시키기 위한 깨진 유리창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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