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재훈박사의 월요아침=버스 안전 선진국 되려면 승객이 넘어지지 않게 운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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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재훈박사의 월요아침=버스 안전 선진국 되려면 승객이 넘어지지 않게 운전해야
  • 관리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0.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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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나라 버스 교통사고의 절반은 과거처럼 버스가 다른 자동차와 충돌하는 사고가 아니고, 버스내 승객이 넘어져서 일어나는 사고이다.
버스공제조합이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전체 버스 교통사고 가운데 약 50% 이상이 차내 안전사고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차내 안전사고의 발생 원인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급제동이다. 이것은 버스의 전방에 갑자기 다른 차량이 끼어들거나 보행자가 나타나서 급제동하거나, 정류장에서 제동하다가 통로를 걸어나오던 승객이 넘어지는 사고이다.
급제동에 이어 차내 안전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원인은 급출발이다. 버스가 정류장에서 승객을 태우고 출발할 때, 승객이 미처 자리에 앉거나 손잡이를 잡기도 전에 급출발하여 승객이 넘어지는 사고이다.
이렇게 차내 안전사고가 증가하는 이유는 버스 서비스에 대한 승객의 기대수준은 이미 선진국 수준으로 변했는데, 운전자들의 마인드는 예전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몇 년 전에 영국 런던에서 버스를 탄 적이 있었는데, 버스에 빈 자리가 있었지만 잠시 후에 내리려고 자리에 앉지 않고 그대로 서있었다. 그런데 버스 운전자는 버스를 출발시키지 않고 룸 미러로 나를 계속 쳐다보고 있다가, 내가 자리에 앉자 그제야 운전자는 버스를 출발시켰다.
또 한 번은 버스를 타고 가다가 다음 정류장에서 내리려고 미리 자리에서 일어나 문앞으로 나가서 기다리고 있었더니, 운전자는 룸미러로 나를 보고는 자리로 돌아가서 앉아 있다가 버스가 정류장에 선 다음에 나오라고 말을 하였다.
영국은 신사의 나라이고 영국의 버스 운전사는 신사이기 때문에 이렇게 승객을 배려하나보다 하고 생각했었는데, 요즘 생각해보니 운전자의 그런 행동은 신사라서 이기보다 차내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버스를 출발시키는 기준은 승객이 자리에 앉았느냐가 아니고, 승객이 버스 계단을 올라서 차내에 들어왔느냐가 기준이 된다. 승객이 차내에 오르면 자리에 앉거나 손잡이를 잡기 전에 곧바로 버스를 출발시킨다.
버스가 정류장에 정차할 때는 완전히 정지한 다음에 승객이 일어나서 나오도록 하는 것이 아니고, 승객이 미리 나와서 기다리고 있지 않으면 내릴 승객이 없는 줄 알고 정류장에 서지 않고 그대로 지나갈 때도 있다. 그래서 승객은 넘어질 위험을 무릅쓰고 미리 나와서 문앞에서 내릴 준비를 하고 서있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버스는 차내 안전사고가 급증하여 전체 사고의 절반 이상이 차내 안전사고가 되기에 이른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버스 사고를 절반으로 줄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운전자는 승객이 승차하면 자리에 앉거나 손잡이를 잡는 것을 룸 미러로 확인한 다음에 출발하면 되고, 정류장에 하차할 때는 버스가 완전히 정차한 다음에 일어나서 나오도록 안내방송을 해주면 된다.
이것이 버스 교통사고를 절반으로 줄이는 방법인 동시에, 버스 운전자가 승객을 배려하는 선진국형 운전자가 되는 비결이다.
금년 11월에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러 오는 많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버스를 탈 때, 한국이 선진국이냐 후진국이냐를 판단하는 기준은 매우 간단하다.
승객이 버스에 오르자마자 급출발해 넘어질 뻔하게 만들면 후진국이고, 자리에 앉거나 손잡이를 잡은 후에 출발하면 선진국 수준인 것이다. 승객이 버스에서 내릴 때 미리 일어나서 문앞에서 기다려야 하면 후진국이고, 완전히 정차한 다음에 자리에서 일어나서 내리면 선진국 수준인 것이다.
금년에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대비해 이같이 간단한 버스 운전 습관만이라도 정착시켜 보도록 하자.
<객원논설위원·한국교통연구원 도로교통안전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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