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택박사의 관광시론=관광 R&D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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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택박사의 관광시론=관광 R&D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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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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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 달 전 2008년 관광위성계정(TSA)이 발표됐다. 주지하다시피 관광위성계정은 국가 재무제표라 할 수 있는 국민계정(National Account)이 관광의 경제적 효과를 구분해주지 못함에 따라 별도로 설치한 계정이다.
우리나라에서 관광위성계정은 환경위성계정 등 총 4개의 위성계정 중 두 번째로 일찍 시작한 계정으로 금년 발표는 2000년 이후 세 번째에 해당한다.
이 자료에 의하면, 2008년을 기준으로 관광에 대한 정부부문의 지출규모는 총 3조700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여기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외에 여러 부처의 예산 중 관광관련 부문과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을 충당한 것으로, 그 내용은 관광지 진입도로 등 직접적 관광예산이 아닌 것들은 모두 빼고 비교적 순수한 관광부분만을 계산한 보수적 결과이다.
민간 부문의 지출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우리나라의 관광을 위한 투자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쯤에서 자연스럽게 드는 의문은 '그런데도 왜 우리관광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가?'이다.
더구나 최근 몇 년간 인바운드의 증가가 사실상 환율효과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본다면 이런 의문은 더욱 강하게 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투입되는 재정지출에 비해 우리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통상 부가가치의 창출력 또는 생산성의 부재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비즈니스마인드의 부족을 지적안 할 수 없다. 여기서 마인드란 단순한 생각보다는 대기업들의 관광투자 외면과 기존 관광기업들의 비과학적 태도로 CEO의 직관과 경험에만 의존하는 행태를 포괄한다는 뜻에서 사용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정책적 관점에서 이런 문제들에 대한 처방은 혁신(innovation)이다. 혁신은 어느 날 갑자기 되는 것이 아니다. 혁신은 R&D를 기반으로 일어난다.
앞서 TSA 자료에 의하면 2008년 정부부문 총 지출중 R&D 비중은 약 2.5%로 나타났다. 발전을 지향하는 정부나 기업의 적정한 R&D비중을 5∼8%라고 볼 때 우리 관광의 R&D 비중이 절반도 안 된다는 의미이다.
더구나 이 자료에서 R&D로 계산한 내용의 상당 부분이 사업비 성격인 지역 또는 관광관련 시설 개발 용역비라고 본다면 순수한 R&D의 비중은 이보다 훨씬 적다고 밖에 볼 수 없다. 'R&D'의 뜻은 연구(research)와 개발(development)이다. 여기에서 연구(research)가 장기간의 시간을 요하면서 원천 기술과 순수과학을 수행하는 것이라면 개발(development)은 응용과 기술을 연구하는 분야를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관광을 연구한다는 중앙국책연구기관과 지방연구기관의 최근 연구결과를 볼 때 그야말로 연구(Research) 부분이 존재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가 든다.
관광객과 관광산업을 정확히 이해하는 관광통계도 그간의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족하고, 예산삭감에 최우선적으로 대상에 오르는 단골 메뉴이다. 더욱이 만들어 놓은 통계마저도 직접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막연한 인식하에 분석에 대한 투자가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은 지방자치단체로 갈수록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관광지 개발 등에는 몇 십억 몇 백억을 투자하면서 기초분석에는 과연 얼마를 투자하고 있는가를 묻고 싶다.
이렇다 보니 정부가 내놓는 각종 정책들도 합리적 근거(evidence-based policy making)가 불명확하고 벌써 수십년 전에 수립되었어야할 인바운드 진흥계획이나 관광산업진흥계획도 아직까지 우리가 갖고 있지 못한 계획들이다.
또한 최근 더욱 복합화되는 사회 현상에 대응하기 위한 학술적 통섭(consilience)도 이렇다할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종합해 보면 국가적 차원의 관광 R&D 연구와 계획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R&D도 연구가 필요하다. 당연히 목표도 필요하고 견제와 감시도 필요한 하나의 정책영역인 것이다. 경험적으로 볼 때 지금부터 체계를 잡고 열심히 한다면 관광통계의 경우 선진적 수준에 3∼4년, 지속가능한 관광개발과 녹색성장에 4∼5년, 국제관광마케팅 등에 3∼4년 정도의 격차가 있다. 이러한 격차를 효율적으로 극복한다면 한국관광정책은 국제적 모범이 됨으로써 또 하나의 국가자산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그 만큼 견제와 감시도 필요하다.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가 연구나 학문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이 분야에는 연구상의 문제를 지적해 내기 난감한 기술적 문제도 있다.
하지만 이런 오늘의 주제가 현실적 관점에서 우리사회에 쉽게 받아들여지질 것이라고 낙관하지 않는다. 눈에 당장 보이는 과학기술 연구에 비해 크지만 눈에 보이지 않고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는 사회과학에 대한 예산상 홀대 분위기를 하루아침에 바꾸어 내기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기업적 사고가 지배적 문화로 정착되면서 모든 연구과제를 3∼4개월에 한정하고 혈세라는 명분하에 1000만원 정도의 예산으로 정형화하는 이상 이런 이상은 실현되기 어려운 것이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R&D는 보험이다. 이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은 농부가 배가 고프다고 뿌린 종자를 먹는 행위와 같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불과 10여 년 전 IMF 경제 위기가 닥치자 우리 사회와 기업은 연구예산과 인력을 우선 정리 대상에 두었던 것이 사실이 아닌가. 이런 문제들을 놔두고 한국관광의 미래를 묻는다면 어떠한 노력이 투입된다고 해도 낙관할 수 없다고 답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래도 다시 한 번 말해야 한다. 관광 R&D에 대한 적극적 투자야 말로 한국관광 성장의 원천이며 국가 관광경쟁력 강화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객원논설위원·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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