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창의 교수의 교통시론=신공항 건설에 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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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의 교수의 교통시론=신공항 건설에 관해
  • 박종욱 Pjw2cj@gyotongn.com
  • 승인 2010.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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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통의 전자 편지를 받았다. 동남권 신국제공항 유치를 추진하는 측으로부터 이해와 지지를 부탁하는 글이었다.
얘기인즉슨, 부산, 대구, 울산, 경북, 경남이 속해 있는 영남권은 인구수가 1320만명을 넘어서고, 지역내 총생산(GRDP)의 비중이 전국의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연간 2400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오고 있으니, 공항이 하나 더 필요하다는 논지이다.
지금 대부분의 지방공항들이 어렵다고 살생부를 만드느니 하는 어수선한 상황에,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또 벌어지고 있구나? 한숨이 절로 난다.
인천공항 이외에 전국 14개 지방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는 1년에 약 400억원의 수익을 올린다. 그러나 이 중 흑자를 내는 공항은 4곳뿐이다. 이 같은 4개 공항에서 번 돈으로 나머지 10개 공항의 적자를 메우고 있는 셈이다.
그 밖의 지방공항은 이미 폐쇄된 곳도 있고 대부분은 고사 직전 상태이다. 그 같은 공항들 모두, 나름대로 개항 당시에는 축복과 번영을 약속받은 듯했다. 수요가 있다고 건설은 해놓고 수요가 없다고 운영을 못하겠다는 식의 부조리가 반복되고 있다.
그럼 이런 비합리적인 사태가 왜 계속해서 발생하는 가?
무엇보다 교통의 기본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항공사는 국제항공을 우대하고 국내항공은 무시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국내항공의 경우, 일반 승객의 요구 충족을 항상 외면했다. 국내선 운영을 관광객 수요만 바라보고 시간표를 짠다는 자체가 잘못됐다. 출퇴근하는 기본적인 승객을 위주로 시간표를 작성해야 마땅한데, 도대체 교통의 기본을 무시하고 관광객이니, 국제승객이니 하며, 이렇게 거품과 허황된 애드벌룬만 띄어 가지고 뭐가 되겠는가 말이다.
얼핏 보기에 쉬워 보이는 시외버스 시간표도 아무렇게 짜는 게 아니다. 고객의 입장에서 수백 번 수천 번 고민한 결과로 나오는 것이다. 하물며 항공 시간표를 승객의 눈높이가 아니고 항공사의 편의대로 하는 것은 국내항공사들이 지방공항을 고사시킨 거나 다름없고 감독하는 공무원의 무식과 무능력도 한탄스럽기 그지없다.  
특히 국내의 대표적인 항공사들이 그동안 벌인 지방공항 고사작전 행태는 개탄스럽다. 기업의 윤리경영 마저 저버린 채, 공항 건설이 필요하다고 자사 그룹 내의 건설 회사를 동원하여 공항공사를 담당하고는 막대한 건설 투자비만 챙기고 개항 초기부터 수요 운운하면서 발빼기 운영한 점은 후세에 준엄한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지방공항은 대기업의 노리개 감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향후 신공항 건설은 수요조사가 정확히 이뤄져야 하며 수요조사 책임자의 실명제가 반드시 실시돼야 한다. 특히 공항건설 주장에 어쭙잖은 학문적 근거를 제공하곤 하는 학자들의 이름을 반드시 후세에 남겨야 한다.
그래야 수요가 터무니없이 어긋나게 될 때, 망신당하지 않도록 말과 행동에 조심할 것이기 때문이다. 입지 선정에 있어서도 주변 관련 계획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항공과 경쟁이 되는 고속도로와 국도의 건설 계획을 비교 검토하여 새로운 항공수단과의 경쟁력을 저울질해야 마땅하다.
이제는 이 땅 위에 더 이상 권력실세들의 욕심과 제 논에 물대기식의 지역 이기주의로 신공항이 난립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룹의 왼팔 격인 건설회사는 공항만 건설하고 슬그머니 물러나고 오른팔 격인 항공사는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노선운항에 인색을 떨고 결국은 철수정책으로 치닫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또한 무사안일주의에 빠진 지방공무원은 항공사에 끌려 다니며 적자공항을 살리겠다고 지원금을 내놓느라 예산만 축내고 있다. 지방공항의 개항이 탁상행정과 선심행정의 합작품으로서가 아닌,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결정되는 그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
<객원논설위원·관동대 교통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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