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재훈 박사의 월요아침='공정한 사회' 원칙의 도입은 교통사고 사상자 줄이기에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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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재훈 박사의 월요아침='공정한 사회' 원칙의 도입은 교통사고 사상자 줄이기에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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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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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는 집권 후반기의 새로운 가치체계로서 '공정한 사회'를 내세우고, 이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정한 사회'는 우리나라의 경제, 사회, 정치 등 모든 분야에 필요한 가치관이지만, 교통분야에도 이러한 가치관이 정립될 필요가 있다. 특히 정부가 국정과제로서 추진하고 있는 '교통사고 사상자 절반 줄이기'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공정한 사회' 원칙의 도입이 필요하다.
교통안전과 관련해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되는 사례 몇 가지를 들어보기로 한다.
먼저 교통사고 발생시 운전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법으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있는데, 이 법이 가해자의 처벌을 면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고, 피해자 보호와 관련된 내용은 거의 없어서 공정하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법에 의하면 종합보험에 가입한 운전자는 교통사고를 일으키더라도 중대한 위반 12개 조항만 위반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종합보험에 가입한 사람에게 이러한 특혜를 주는 다른 선진국은 찾아보기 어렵다. 교통사고의 가해자만 보호하고, 피해자의 억울함은 생각하지 않고 그에 대한 배려조항은 없는 법률이다.
이런 법 때문에 우리나라는 다른 분야에서는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지만, 교통안전 분야에서는 아직도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법은 앞으로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해 공정하게 다루어 교통사고를 예방하는데 기여하도록 대폭 개정할 필요가 있다.
다른 사례로서 우리나라는 자동차 보험료 부과면에서도 공정하지 못한 점이 있다.
2008년도 통계를 보면 지역별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는데, 여기서 손해율이란 운전자들이 낸 돈 중에서 실제 교통사고로 지불한 돈의 비율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손해율이 가장 낮은 제주도는 55.4%에 불과하고, 두 번째인 울산광역시는 58.9%에 불과하다.
반면에 손해율이 가장 높은 인천광역시는 79.3%에 이르고, 두 번째인 전라북도는 76.5%에 이르러, 낮은 지역에 비해 약 20% 정도의 차이가 난다.
이렇게 지역별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큰 차이가 나고 있는데도, 우리나라의 보험료는 지역별 차이를 두지 않고 운전자 요율에만 의존해 동일하게 부과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제주도와 울산광역시에 사는 운전자들이 교통사고를 처리하고 남는 돈으로 인천광역시와 전라북도에 사는 운전자들의 교통사고 처리를 지원해주는 실정이다.
이런 정책을 쓰면 사고가 많이 나는 지역의 지방자치단체는 굳이 교통사고 감소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고, 결과적으로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하도록 방치하는 결과가 된다.
그러므로 보험료를 올릴 때는 손해율이 낮아서 여유금이 생기는 제주도와 울산광역시 같은 지역은 올리지 말고 그대로 두고, 손해율이 높아서 적자가 나는 지역만 올리는 방식이 보다 공정한 방법이고 장래의 교통사고 감소에도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점은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절반 이상이 보행자, 자전거, 우마차, 경운기 등 비자동차 사망자인데, 도로시설은 자동차 중심으로 되어 있고, 이들 비자동차를 위한 통행공간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공정하지 못한 면이 있다.
특히 지방도로를 달리다 보면 자동차가 다니는 차도만 포장되어 있고, 보행자, 자전거, 경운기가 다닐 수 있는 공간은 따로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들의 희생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앞으로는 도로를 건설할 때 자동차 외에 도로를 이용하는 모든 계층을 공정하게 배려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공정한 사회'의 정착은 '교통사고 사상자 절반 줄이기'의 성공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객원논설위원=한국교통연구원 도로·교통안전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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