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재훈 박사의 월요아침- 수도권의 손해를 지방에서 메꿔주는 자동차 보험 제도는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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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재훈 박사의 월요아침- 수도권의 손해를 지방에서 메꿔주는 자동차 보험 제도는 바뀌어야 한다
  • 관리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0.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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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의 자동차 보험 제도에는 큰 모순이 있다.
그 모순은 부유한 수도권 지역에서 발생하는 자동차 보험 손해를 궁핍한 지방지역의 운전자들이 메꾸어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부유한 지역의 사람이 가난한 지역의 사람을 도와주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반대로 궁핍한 사람들에게서 모은 돈으로 부유한 사람을 지원해 준다면 불공평한 일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보험 손해율 현황을 보면 2008년 기준 전국 평균 손해율은 69.9%이다. 이것을 시도별로 살펴보면 수도권 지역의 서울이 75.6%, 인천이 79.3%, 경기도가 74.3%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수도권 지역의 자동차 보험 손해율은 전국 평균치에 비해 약 5∼6% 높게 나타나고 있다.
반면에 지방지역을 보면 강원도가 68.4%, 경남이 64.8%, 부산이 62.5%를 나타내고 있어, 평균치보다 5∼6% 낮게 나타나고 있다.
그에 따라 우리나라의 자동차 보험 제도는 궁핍한 지방지역의 운전자들이 교통사고를 처리하고 남은 돈으로 부유한 수도권의 운전자들을 지원해주는 체계로 돼 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최근 수도권 등 도시지역에서 고가 차량 및 외제 차량들이 늘어나고, 복잡한 도로환경 속에서 잦은 접촉사고 발생으로 인하여 대물보상액이 크게 증가하면서, 도시지역에서 손해율이 늘어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약간의 접촉사고에도 불구하고 병원에서 2∼3주의 진단서를 발급받아서 보험사로부터 입원비를 챙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도 도시지역의 손해율이 높아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최근 대물피해에 의한 보험료 인상 기준액이 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늘어나면서, 과거에 50만원 이하에 맞추어 수리하던 자동차들이 이제는 200만원 이하로 수리비가 대폭 올라가게 된 것도 한 가지 원인이 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원인에 의해 수도권 등에서 자동차 보험 손해율이 높아지면서 적자가 발생하자, 보험사들은 금년 9월에 보험료를 평균 3% 인상했고, 그 후에도 계속 적자가 누적되자 10월에 다시 2∼3%를 인상할 예정이다.
이러한 인상률은 각 지역별 손해율과 상관 없이 전국적으로 일제히 올리는 것이어서, 지방지역은 손해율이 낮아서 흑자가 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억울하게 보험료가 올라가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있다.
이제는 이러한 잘못된 자동차 보험료 부과제도를 바꿔야 한다.
앞으로는 각 지역별 손해율을 감안해, 흑자가 나는 지방지역은 보험료를 더 이상 올리지 말고, 적자가 나는 수도권 등만 보험료를 올리는 체계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만 교통사고를 많이 내는 지역의 운전자들이 보험료를 더 내는 합리적인 시스템이 갖춰지고, 지방에서 억울하게 보험료를 더 내야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게 된다.
그렇게 되면 수도권을 비롯한 도시지역에서는 전반적으로 보험료가 올라가고, 궁핍한 농어촌 지역은 보험료가 내려가서 사회적 형평성도 더욱 높아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각 지방자치단체는 주민들을 위하여 해당지역의 자동차 보험료를 낮추기 위하여 노력을 기울이게 되어 교통사고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렇게 각 지역별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화하는 것은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다.
지금처럼 자동차 보험회사에서 적자가 난다고 전국을 똑같이 인상해서는 운전자들의 보험료만 계속 올라갈 뿐, 교통사고를 줄이기가 어려워진다.
지금처럼 부유한 사람이 많은 수도권에서 발생한 자동차 보험 손해를 궁핍한 지방지역에서 메꾸어 주는 체계는 반드시 바뀌어야만 한다.
<객원논설위원·한국교통연구원 도로교통안전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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