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차거부 시에는 서울택시 이미지 손상
서비스 개선 위한 차종변경도 불가능
"타 시·도 택시가 서울에 들어오면 우리 택시기사들은 알아도 승객들은 잘 모릅니다. 그런데 우리와 똑같은 색깔로 들어와 영업을 하면 우리도 깜빡 속는다니까요."
꽃담황토색으로 대표되는 서울택시의 다른 이름 '해치택시<사진>'가 법인택시를 중심으로 정착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일부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경기도 광명시, 안산시, 안양시, 고양시 등 인근 지역의 택시들이 이 꽃담황토색으로 등장해 영업상 피해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서울시가 택시 디자인 모델로 개발한 해치택시는 서울의 상징동물인 해치와 함께 서울서체 중 서울남산체, 서울 대표 10색 중 꽃담황토색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서울택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한이 없어 동일한 색상의 타 시·도 택시가 갈수록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선 서울지역에서의 불법영업 행위로 이어져 우려가 되고 있다. 특히 경기 광명시와 택시사업구역통합이 시행되고 있는 서울 구로구·금천구의 경우 시계외 할증이 없기 때문에 지역의 경계를 넘어 불법영업 행위를 하기가 여타 지역보다 한결 수월한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역적 특성상 시·도를 넘나들어 이동하는 많은 이용자들의 요구에 따라 요금 할증 없이 왕래할 수 있도록 임시로 지역을 통합한 것인데, 일부 광명택시들이 상대적으로 택시수요가 많은 서울지역에서 영업하기 위해 꽃담황토색을 한 채 귀로영업이 아닌 일반 영업행위를 버젓이 하고 있어 운행질서를 문란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불법 행위는 최근 지역 간 경계선상을 넘어 도심 번화가에서도 빈번하게 포착되고 있다. 이는 법인·개인택시 노사와 서울시가 합동으로 벌이고 있는 야간 계도 시에도 손쉽게 단속망을 빠져나갈 뿐 아니라, 단순한 영업손실을 넘어 서울택시의 전반적인 이미지 훼손에도 한몫하고 있어 더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 계도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승차거부를 단속하기 위해 꽃담황토색 택시를 집어탔다가 알고 보니 타 지역 택시라는 걸 알고 놀랐었다"며 "이러한 사실을 잘 모르는 서울시민들이 승차거부를 당할 경우 서울택시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을 수 있어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서울택시의 상징인 꽃담황토색을 너나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건 서울시가 해치택시 도입에 있어 별도의 특허등록 과정을 거치지 않았던 것이 일차적 원인이다. 이에 대해 최을곤 서울시 택시관리팀장은 “차량 색상을 바꾸려면 도색비용(약 80만원)이 들기 때문에 당시는 이를 쉽게 따라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재 법인택시에 업계에만 한정된 해치택시 꽃담황토색 규정이 서비스 개선을 위한 차종 확대를 막고 있어 또 다른 업권 피해로 이어진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정해진 색상 규정으로 인해 완성차업체가 출고하는 택시차종도 한정된 데 대한 문제제기다.
이에 대해 서울의 한 택시회사 대표는 "통일된 차종이 부품공유, 원가부담 면에서는 이익이지만 고객의 욕구가 다양화하는 만큼 유럽과 같은 차종 다양화는 서비스 개선의 필수항목"이라며 "통일된 색상이 서울택시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 정책을 따르면서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서도 해당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서울택시의 피해가 늘기 전에 특허 절차를 밟든, 타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든 방법을 강구해 더 이상의 모방을 금지시키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서울택시의 상징'이라는 꽃담황토색의 의미는 머지 않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