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언] 이장선 경찰교육원 교수
상태바
[제언] 이장선 경찰교육원 교수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6.01.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이롱환자 수사 위한 ‘마디모’ 검사, 신중해야 한다

교통사고가 한 해 100만건 넘게 발생하고 있다. 교통사고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신호대기 중 브레이크를 놓쳐 앞차를 추돌하거나 차량이 스치듯 지나간 가벼운 사고인데 상대방이 병원에 입원하거나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한 경우, 살짝 부딪히기만 했는데도 병원 진단서를 제출해 상대운전자를 괴롭히고 보험금을 챙기는 속칭 나이롱환자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에 따른 사회문제화 된지 오래다.

가벼운 접촉사고에도 과연 사람이 다칠 수 있을까? 이런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 등장한 것이 마디모(Madymo) 프로그램 검사이다. 사고차량 동영상, 노면흔적, 차량의 파손상태 등을 토대로 사고당시의 충격이 탑승자에게 미쳤는지를 평가하게 되며 대형사고는 물론 경미한 교통사고의 책임소재를 가리는데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경찰청은 그간 경미한 교통사고라도 피해자가 진단서만 제출하면 가해차량 운전자를 형사입건하고 면허취소 등 행정처분까지 하는 관행으로 인해 경찰수사에 불신이 일고 보상금 지급 문제를 두고 당사자 간 분쟁이 발생했던 것에 수사를 확대하고 있고 그 방법의 일환으로 마디모 검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 결과 교통사고로 인한 상해 사건에 마디모를 활용하기 시작한 2010년에 의뢰건수가 32건에 불과했던 것이, 2011년 130건, 2012년 250건, 2013년 1250건으로 40배가량 급증했고 올 1분기 동안 1500건을 기록 지난해 의뢰건수를 이미 넘어섰다. 3년 새 40배 활용건수가 폭증하여 그 활용도를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급증한 것은 경찰청의 나이롱환자 근절에 대한 강한 의지와 SNS를 통한 마디모 검사로 해결되었다는 정보공유가 원인일 듯하다.

그러나 경찰은 급속도로 늘어나는 마디모 검사는 결코 달갑지만은 않다. 사실 교통사고 상해 수사는 마디모 검사결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교통사고 접수부터 종결할 때까지 관련자 초기진술, 탑승위치, 사고속도, 충돌부위, 최종 정지지점, 도로 및 노면상태, 사고이후 행적, 진단서 내용, 의사소견, 사고경력, 전화통화 내역, 합의관계, 거짓말탐지검사 등 다양한 조사를 하게 되고 그 중 마디모 검사도 하나일 뿐이다. 마디모 검사의뢰는 당사자의 요구가 있다고 하여 모두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라 조사경찰관이 조사에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 한한다.

아울러 교통사고가 발생됐고 그 충격으로 몸이 아파 병원에 가겠다는데 그것이 죄일까? 사실 같은 유형의 교통사고라 하더라도 그 대상이 종합격투기 훈련으로 다져진 운동선수인 경우와 몸이 약해 병원을 들락거리는 허약체질인 사람과는 분명 피해상태가 같을 수 없다. 사람에 따라서는 급제동에서 놀라 병원신세를 지는 경우도 있다. 마디모 검사는 이런 사람과 상황마다 다르게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나이롱환자 근절을 위해 국민모두가 노력해야 할 필요성은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년 4월부터 자동차 보험료가 3~4%가 인상됐는데 보험사는 병원 입원비율을 일본에 비해 8~9배 높고 목 상해 입원률이 건강보험에 비해 3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나 보험금 과다지급이 자동차 보험료를 올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나이롱환자에게 보험사가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비용이 과다하게 지출되고 있는 것이다. 비정상적인 것임이 분명하고 우리 모두의 과제이다.

이를 위해 경찰청은 마디모 검사는 범죄 혐의점이 있는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 민사보상을 위한 자료로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 민사보상을 위한 조사는 도로교통공단 등 공공기관에 이관하여 도로교통사고감정사 국가공인자격증 소지자를 수사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나아가 현 마디모 검사의 절차를 간소화 하고, 그 결과에 대한 처리과정도 분명히 해야 한다. 행정처분이나 운전경력 등 구체적 아웃라인도 법제화해야 한다. 경찰에서 나이롱환자로 판단하여 상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일 경우 검찰에서도 같은 처분이 될 수 있도록 기관 간 협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금융감독위원회나 손해보험협회는 다른 경찰의 처리과정 만을 지켜볼 것이 아니라 나름의 상해인정 여부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독일과 영국에서는 사고의 정도 추돌속도와 목 상해 위험 가능성 등을 분석하여 차량의 상태가 속도변화 11km/h 이하 차량수리비 72만원 이하인 사고에 대해서는 목 상해를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연구를 통해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만들고 이를 홍보하여 국민들로부터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

의사협회는 환자가 통증을 호소하면 엑스레이 상으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도 임상적 추정이라는 소견으로 2주 진단을 끊어 주는 것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비록 아무런 하자가 없는 정당한 의료행위라 하여도 이를 악용하는 환자가 있고 그 중심에 의사가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마디모 검사는 나이롱환자 감소와 보험료 인하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음은 분명하다. 도덕적 해이가 줄어들면서 사회적 비용인 보험료 누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통해 또 다른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될 수 있음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나아가 무차별적인 마디모 검사는 그 증거능력이나 신뢰도에 좋지 않는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정작 중요한 사건, 꼭 필요한 사건에서 소중히 활용되어야 함에도 활용되지 못하는 아쉬움도 예상할 수 있다.

나이롱환자 근절은 마디모 검사가 아니고 국민들 스스로 법을 지키고 사회적 병폐를 바로잡아 공정사회 구현에 앞장선다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 이를 위해 경찰이 아닌 국민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위한 기관 간 협업으로 보다 나은 선진국 국민이 되길 희망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